지독한 사람보다 더 지독한 것
필자와 몇 년에 한번씩 상담을 하시는 강 선생님은 별명이 ‘자린 고비’이다. 어찌나 인색하고 주변에 베푸는게 없는지 ‘수전노’ 소리도 자주 듣는다. 20대 초반에 미국에 이민와서 특이하게도 처음 시작 한 일이 농사였다. 당시 먼 친척분 이시던 50대 홀아비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친척 조카인 강선생님을 데려다가 자신의 농장에서 일을 시켰다. 배추나 감자, 고구마, 고추 등을 재배했고 LA한인 타운의 식당이나 한인 마켙 등에 물건을 대 주었다. 농사를 좀 배우고 나서 몇 년 뒤 땅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지었으나 출하 시기를 번번히 놓쳐 쫄닥 망했다. 이러다 보니 서른이 넘었다. 불알 두 쪽만 차고 LA에 와서 다시 시작했다.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덤핑 물건을 사서 밴에 실어 몇 시간씩이나 달려 시골 구석의 스왓밋에서 팔았다. 신발, 옷, 양말, 모자,등 돈 되는 것은 뭐든지 취급했다. 남들처럼 뭉텅이 돈이 생길리도 없는 강 선생으로서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쓰지 않는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먹고 입는 것마저 줄일수 있는 데까지 줄였다. 얼큰한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도 꾹 참고 싸구려 햄버거 하나로 때우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숙식도 차에서 직접 해결하며 살다 보니 모습이 홈리스와 진배 없었다 한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365일 연중 휴무로 일했다. 집안에서 누가 결혼을 한다거나 돌아가셨다는 기별이 와도 모른체 했다. ‘내 가게와 내 집 하나 장만 하기전 까지는 절대로 가족들을 만나지 않겠다, 고 결심한 바다. 사실 부모 형제라 해보아야 몇 안 되지만 제대로 풀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강 선생만 보면 ‘돈타령’이니 가뜩이나 인색한 강 선생에게 부모 형제는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같이 느껴져서 차라리 안보는게 마음 편했다 한다. 결혼 할 나이가 지났지만 이런 형편이다 보니 결혼은 엄두도 못 냈고 결혼하면 집을 얻어야 하고 그러면 매달 방세가 나가야 하고 매달 생활비도 들어 갈 것이므로 돈이 아까워서도 결혼은 생각 못했다.
돈 많은 여자나 돈을 많이 버는 여자를 만나면 이런 걱정은 덜겠지만 그런 여자들이 강 선생을 좋다할리 만무이기에 포기했다. 이렇게 ‘자린고비’로 10년을 보내고 나니 LA다운 타운에 옷 도매상을 차릴 수 있었고 작지만 집 한 채 장만했다. 집안 식구들과는 이제 연락도 완전히 끊겼다. 몇 년 동안은 이런 저런 연락이 오곤 했으나 일절 응대하지 않자 ‘ 개 같은 놈’ ‘수전노’ ‘자린고비’ ‘돈에 환장해서 부모 형제 버린 놈’ ‘인간 같지 않는 놈’ 등등 욕설과 저주를 퍼 부은 뒤 점차 소식이 뜸해 지더니 완전 연락두절 되었다. 오히려 강 선생님 입장에서는 ‘바라던 바’ 여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나이도 있고 혼자 사는 것도 지겨워서 결혼을 하려고 몇 번 여자를 소개 받아 만나 보았지만 잘 성사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선보는 장소를 맥도날드나 칼스 쥬니어에서 1불짜리 커피 시켜 놓고 마주 앉으니 상대 여자분 입장에서도 영 기분이 아니 올시다 였을 것이다. 어쩌다 우연히 기분이 통해서 밥이라도 먹으러 가면 돈이 아까워서 1인분만 시켜놓고 밥만 하나 더 달라고 하니 창피 해서라도 여자가 돈을 대신 내고 마는 형편 이였다. 이러니 어느 여자가 좋다 하겠는가? 그래서 지금까지 혼자다. 남들은 강선생님 나이를 보아 이혼남 이거나 사별한 홀아비라고 보겠지만 엄연한 숫총각이다.
이런 강 선생님이 올 초 필자를 찾았다. 상담료가 아까워서 여간해서는 발 걸음을 잘 하지 않는 바였고 상담 하시고 나서는 상담비 깎아 달라고 진드기를 붙은 바가 여러번 있었고 상담하고 돌아가서도 이런 저런 추가 질문을 하며 답변을 해 달라고 귀찮게 해서 반가울리 없는 손님이지만 하는 수 없이 상담에 임했다. 어디가 아팠는지 전보다 얼굴이 헬쑥 해져 있었고 예전에 그 수다스러움은 보이지 않았다. 말 없이 강 선생님의 최근 운세를 짚어보니 ‘절지둔’ 이 쾌다, ‘ 작은것 구하려다 큰 것을 잃고 큰 것을 구하려다 소나기를 만나리니 화를 피하다 화를 당한다’ 는 운 이였다
필자 왈 “갑자기 금전적인 큰 손실이 있을 운인데 원인은 경거망동 하다가 스스로에게 당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라고 물은 즉, 강선생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선생님! 어쩌면 좋습니까? 제가 미친 놈이지! 완전히 쫄닥 망했어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제 목숨보다 소중한 내 돈이 몽땅 날라가 버렸습니다. 엉! 엉!” 사연은 이렇다.
지독 하기로 소문난 강 사장이 연말 회원사들 끼리의 망년회에 갔다가 누군가 전날 카지노에서 큰 돈을 땄다고 하며 전 회원들에게 300불씩 돌리는‘기마이’를 썼는데 또 누군가의 충동에 의해 우르르 카지노로 몰려 갔더란다. 엉겁결에 따라간 카지노에서 공짜로 얻은 300불을 잃었고 어쩌다 보니 자신의 돈도 200불 정도 잃게 되었단다. 너무도 돈이 아깝고 억울해서 그 다음날 본전을 찾으러 갔고 잃은 돈이 몇 천불에 다다르자 마침내 강 선생님 이성을 잃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제가 재기 할수 있을까요? 어쩌면 좋습니까?” 아이처럼 칭얼대는 강 선생을 똑바로 보기 어려웠다. 운을 보니 이제 영영 회복되기 어려운 운이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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