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의 역술인 이 성우
필자가 이 길을 걸어오면서 만난 실력자 중에서 ‘절세의 역술인’ 이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는 이가 있었으니 예전에 ‘천재소년 도사’ 라는 별호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던 이성우군 이다.
충북 제천 출신인 이군은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며 서로 이군을 안 맡으려 싸우는 덕에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외할아버지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데려다 키웠다. 외할아버지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홀아비여서 외손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산돼지마냥 거칠게 산을 누비며 자랐다. 이러다보니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는데 외할아버지 친구 뻘 되는 고향 친구 분이 인근 작은 암자에서 스님으로 정진중이여서 이 스님이 틈틈이 이군을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주며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이 스님으로부터 주역을 배우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영민했던 이군의 학업성취는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남들 10년 해야 겨우 도달하는 경지를 1년 만에 돌파하는 식이여서 이렇게 몇 해가 지나자 인근에 소문이 자자해졌다. 그래서 이군이 머물던 “도봉암” 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안타까운 아쉬움을 느낀다. 이군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한 10년만 정진했다면 역학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진정한 대기가 될수 있었으리라 생각에서이다.
아무튼 이군이 이때 남긴 일화는 수 없이 많은데, 한번은 장군 심사를 눈앞에 둔 헌병대장 강모씨가 부인과 함께 이군을 찾았는데 신분을 숨기기 위해 사복을 입고 동행한 부인에게도 시골아낙차림으로 꾸미게 했다. 당시 15세 정도에 불과한 이군이 대뜸 ‘너 뭐 하러 왔어! 별은 아무나다나 너 별 못 따!’ 라고 반말을 하고 옆에 있던 부인에게도 ‘기생이 왜 따라 다녀! 기생이 앞길을 막는구나!’ 라고 하였다. 두 사람 다 안절부절 못하고 당황해 하다가 산을 내려 왔는데 결국 이 헌병대장은 진급심사에서 탈락했다. 예전에 이혼하고 술집 여자인 현 부인과 살림을 차린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후에 어떤 인연으로 필자와 잠시 생활을 하게 된 이군은 같은 길을 가는 도반으로서 교우하게 되었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군의 행동이 갈수록 괴팍해지고 분수를 잃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커서인지 이군의 돈에 대한 집착은 너무 강했다. 너무도 유명해서 유명 인사들만 상담을 하다 보니 그 복채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국회의원 후보나 부인들이, 대통령선거철이면 대통령 후보들의 측근들이 이군을 만나러 줄을 섰고 그 예측이 한 번도 엇나간 적이 없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군의 통장 속 거액은 점점 덩치를 키워 큰 자산가가 되었다. 자신이 절세의 역술인이라 자부하지만 자기 자신의 운세에 대해서는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 ’는 식으로 자신이 없었던지 필자에게 자신의 운을 감정해 달라 부탁한 일이 있었다.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흔쾌히 응하고 이군의 사주팔자를 뽑아 쾌를 짚어보니 天山遯(천산둔) 의 쾌다! 이는 하늘 아래서 산이 솟아 올라오니 물러나 숨거나 하는 일에서 은퇴해야 한다. 물러날 때를 놓치면 크게 망신을 당하고 만다. ‘하던 일을 버리고 타향에 가서 한탄 할 수’였던 것이다. 이 쾌를 가지고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두고 그 정도에서 만족하고 은퇴해야 한다” 라고 충고하니 자신의 오만한 성격대로 ‘봉황을 참새가 가르치려 한다’ 고 하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래서 수술의 최고 권위자도 자기 자식이나 자신을 직접수술 할 수 없는 이치와 역에 뛰어난 이들도 자신의 운이나 자기 자식의 운을 정확히 뽑지 못하는 이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역은 해석학이다. 자신이나 자식 등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는 나도 모르게 쾌를 좋게 해석하려는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 이래서 올바른 해석이 어려운 것이다. 아무튼 필자의 몇 회에 걸친 충고에도 이군은 따르지 않았다. 이러다가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영어의 몸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주위의 여러 사람들에게 속아 그 동안 모아 놓은 재물을 다 빼앗겨 버렸다. 그 후 서로간의 소식을 모른 채 시간이 흘렀고 뜻밖의 장소에서 이군을 재회하게 된다. 완전 거지 직전의 몰골을 하고 필자와 마주했는데 힘없이 하는 소리가 “그 때 자네 말을 들었어야 했어 이제 다 소용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 때 자네가 뽑은 쾌가 옳았어!” 라고 한 뒤 혼자서 웅얼웅얼 거린다.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
이렇게 한 세대를 질풍노도 하던 한 영웅은 갔다. 이 한 세대를 풍미하던 이 천재가 조금만 겸손했더라면... 세상이 그를 그토록 일찍 불러내어 무대 위에 세우고 충동질 하지만 않았다면 그의 천재성은 더욱 큰 과업을 이루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속에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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