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택일
인륜지대사라 할 수 있는 결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도 지나치다 할 수 없는 중대사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남, 녀 각 1인만의 결합이 아닌 상대방 가족과 나의 가족간의 결합이기도 하고 새로운 혈연관계가 되는 수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또 결혼 예식은 가문대 가문의 결합, 고향과 고향 사람들의 결합, 각각의 직장 동료들 간의 결합, 각각의 친구들과의 결합, 각각의 동창들과의 결합이라고까지 폭넓게 볼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이러한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두 사람의 결합을 선포하고 그 선포에 의해 거미줄처럼 복잡한 혈연, 인맥 관계가 성립되며 또한 이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길러주신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이제는 독립된 가정의 주체가 되는 선포식이자 부모님의 노고에 대한 치하식 이기도한 엄숙한 날인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날을 아무렇게나 정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명리학상 좋은날을 정하는 기준은 이렇다.
천문학적인 견지에서 지구의 회전은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회전을 하며 낮과 밤을 만들고 하루 24시간에서 자전과 공전이 23⁰5부라는 경사도를 유지해 가면서 황도와 흑도를 형성하며 운행된다. 흑도가 성한 시간을 흉(凶)이라 하고 황도가 성한 시간을 길(吉)이라 하는데 그 이유는 황도는 남극에서 본 태양과 지구의 주천각도요 지구의 적도와 태양과 인간과의 관계가 가장 밀접하게 나타나는 것이 해와 달과 날과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정해지는 것이 택일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택일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로 그 구체적인 것을 들어보면
첫째, 주당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당은 예식을 올리는 그 시각에 참석한 축하객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 또는 여럿이 아무 이유도 없이 서 있다가 '툭'쓰러지는 현상이다. 이것이 신랑이나 신부에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심한 경우 주당이 든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어서 주의가 요망되는데 예식장 현장에서는 아니라도 신혼여행을 떠나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기도 한다. 사람이 여럿모이는 결혼식이나 초상집 또는 잔칫집에 갔다가 와서 병이 나거나 죽는 현상을 ‘급살’ 맞는다고 표현했는데 이를 주당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결혼식은 멸문일을 특히 피해야 한다. 일년중 4번 정도 각각의 사람에게 멸문일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날을 택할 경우 부부가 이혼하게 되고 반드시 망하게 되는 날인바 이런 날은 극히 피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배우자 중에 충이나 원진이 드는 날을 피해야 한다. 충이나 원진이 드는 날 결혼하는 경우 부부사이에 충돌이 많고 원수처럼 미워하여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일은 두 사람의 배우자가 화합할 수 있는 합(合)이 드는 날에 결혼하는 것이 새로 출발하는 두이의 화합에 도움이 된다 할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의 궁합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렇듯 새출발하는 결혼일에 대한 택일도 중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사연이 있어 여기에 소개코저한다.
홍 여사님은 필자의 단골 고객이시다. 이분의 딸이 혼기가 차서 한 남성과 교제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홍 여사님의 주장에 따라 교제 전에 궁합을 보았는데 궁합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와 두 사람의 교제를 주위에서 적극 밀어준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홍 여사님이 결혼을 앞두고 택일을 하러 오셨는데 오셔서 어느 계절에 결혼을 하면 좋을지? 결혼 날짜는 언제로 해야 할지?를 물어오셨다. 여성 집안에서 택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였다. 옛 선비집안의 결혼 풍속을 보면 남자 집에서 사주팔자를 적어 이를 접은 뒤 청실과 홍실로 묶고 비단 등과 함께 여자 집에 사주단자를 보내면 여성 집에서 결혼 날짜를 적어 이를 신랑집에 보내는데 이를 납입이라 하여 청혼에 대한 승낙의 형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즉 택일의 권리는 신부 집에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로서 여성의 생리주기와 가임 기간 등을 자세히 고려할 수 있는 신부집에서 날을 선택함은 합리적인 일로써 따라서 남자 집에서 택일에 관여하는 것은 '망칙스러운 일' 에 해당 될 수 있다. 헌데 요즈음은 이런 것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남자 집에서 택일을 하여 여성 집에 통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매우 무례한 짓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택일을 하고 가신 홍 여사님께서 얼마 후 매우 흥분하셔서 필자를 찾아 오셨다. 오셔서 하는 말이 "아니 세상에 그런 무식한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지들이 우리보다 조금 잘 산다고 우리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결혼 날짜를 우리 하고는 의논도 안하고 언제 며칠 몇시에 하기로 예식장을 잡았다라고 통보를 하지 뭡니까? 이게 무슨 짓입니까? 원래 택일은 여자 집에서 하는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제가 일전에 잡은 택일 일을 그 집에 일방적으로 알리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가 좋은 날로 나왔는데 사돈댁 사정은 어떠신지요?’ 라고 하며 물으려고 하던 참에 우리 딸애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날짜를 통보하지 뭡니까? 이렇게 우리를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 아이고 억울해라!" 홍 여사님 넋두리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살살 달래서 상담을 마치고 돌려보냈는데 그 후에도 신랑 집에서 예단 문제로 말이 많아서 걱정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 삐걱거리다가는 결혼이 파혼되고 말았다는 소식을 최종적으로 듣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대측의 입장을 조금만 배려해서 행동하는 모습이 아쉬운 시대이다. 한국에서는 신랑이 집을 얻고 가구는 신부가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신성한 결혼이 혼수 문제로 시끄러워지거나 깨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이한 점은 ‘자기는 미국식으로 주고, 받는 것은 한국식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분들이 이런 문제를 특히 많이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짓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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