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공처가 일생
50대 초반의 한 남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검은 뿔테 안경에 명석해 보이는 맑은 눈빛을 지닌이였다. 눈, 코, 입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균형이 잡혀있어 성실함과 단정함을 느끼게 하는 선한 인상의 사내였다. 생년월일시를 물어 이이의 사주구성을 살펴보니 월지에 처를 뜻하는 정재가 있으며 전체적으로 사주구성에 정재가 많이 눈에 띈다. 월지에 정재가 있는 이는 성격이 원만하고 품행이 단정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인망을 얻게되며 어떤 일이든 성실하고 원만하게 처리하여 어떤 일에도 극단이 없다. 이런 이들이 재물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검소하고 저축심이 있어 낭비가 없으나 큰돈을 모으지는 못한다. 또 사주구성에 정재가 많으면 情(정)이 너무 많아 남들을 도우려다 손재하기 쉽고 이러다보니 엄처시하의 공처가가 되기 쉽다. 또한 많은 정재가 母性(모성)을 뜻하는 인성을 극하니 어머니와 인연이 적다. 이런 이들의 경우 총명하여 박학다식한 이가 많으나 청빈하게 사는 이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사주 팔자를 다시 한번 천천히 일람 한 뒤 필자 왈 "사주구성으로 보아 어머니하고는 어려서 인연이 다 한 것 같고 많이 배우신 분이나 운의 흐름상 그 학문을 그다지 현실에 써 먹지는 못하고 계시리라 보여 집니다. 평소 인정이 많아 남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는 편이시고 아마도 부인은 무척이나 적극적인 분이여서 가정의 주도권을 부인이 쥐고 경제활동도 부인이 더 적극적이리라 보여지는데 어떻습니까?" 라고 물으니 이 분 놀란 표정이더니 "선생님 혹시 전에 저를 알고 계시는 분인가요? 어떻게 저에 대해 그렇게 잘 아시나요?" 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필자 왈 "명리학의 기본적인 이론대로 분석해 본 것에 불과합니다. 기초만 공부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지요. 공부가 깊어지면 나의 조상 7대 조까지 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깊은 학문이 바로 명리학이지요. 조상뿐만 아니라 내 사주 팔자속에 내포하고 있는 전생, 전전생 등 등 나의 카르마 (業,업)에 대해서도 깊이 알 수 있지요"라고 하니 이분 학자형 사주답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 깊게 듣는다.
이분은 전북 고창이 고향이다. 어렵지 않은 중농수준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고 별어려움없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나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어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신다. 중학교시절 계모가 집에 오게 되었는데 계모의 성정이 온후하셔서 이분에게도 많은 신경과 사랑을 보여주어 별탈없이 중, 고교 과정을 마친 뒤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영문과에 진학한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볼 요량으로 카츄사에 지원하여 합격. 근무를 마치게 된다. 어려서부터 대학 졸업 후 군제대시까지 성정이 온후하여 한 번도 말썽을 부려 본적이 없고 누구와도 한 번 다퉈 본적이 없을 정도로 원만하여 주위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렇다고 잘난체하고 나서지 않으며 뒤에서 조용히 남들을 돕는 스타일이여서 항시 요란스럽지 않았다. 이 분의 약점이라면 너무도 인정이 많아 어려운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였다.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했는데 월급을 제대로 집까지 배달하는 달이 없을 정도였다. 어려운 지인이 무슨 물건을 팔러 오면 무조건 사주었고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오면 가불을 해서라도 빌려주니 항시 월급봉투는 구멍난 봉투였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부인이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상을 하고 있어 생활의 걱정이 없었다는 것이 큰 다행이였다. 부인도 처음에는 잔소리를 하다가 나중에는 지쳤는지 "당신 월급은 당신이 알아서 쓰고 집에 부담만 끼치지 마라!" 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갔고 가정경제사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참견할 처지도 아니고 주제도 아니기에 부인 주관에 두었다. 이러다 친구 보증을 잘못 서주어 크게 혼나고 난 뒤 부인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 가 되었다.
여러 가지 사연으로 미국에 이민 온 뒤, 부인은 자바 시장에서 옷장사를 계속하며 성장해가는데 이 분은 미국에 오니 대체 할 일이 없었다. 친구 무역회사에 나가 일을 거들어 주기도 하고 처남 봉제공장에서 매니저일도 조금해 보았지만 마냥 실수 투성이여서 스스로 미안해서 그만두었다. 이러다보니 한국에서도 한 번 가보지 못한 기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꽤 있어 모처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문제는 돈이였다. 체면상 차마 용돈까지는 요구할 수 없어 이곳저곳에서 어렵게 조달하다보니 자신이 너무 구차스러웠다.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용돈이나마 벌어보고자 택시운전도 해보고 식당배달일도 해보았는데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어 부인 귀에 들어가 야단만 크게 맞았다. 부인 왈"이보시오 당신! 당신 마누라가 명색이 큰 옷 공장과 매장을 가지고 있는 의류회사 사장인데 당신이 그러고 다니면 남들이 나를 보고 뭐라고 욕하겠소? 악독한 마누라년이 착한 남편 저지경으로 대우한다고 모르는 소리를 해대지 않겠소! 못난 짓 좀 그만 좀 하시오. 생활비를 벌어오라는것도 아니고 당신 용돈 스스로 벌어서 자기 일신하나 제대로 못하시요! 쯧쯧쯧..."
자존심이 크게 상해서 많이 괴로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우연히 형님의 처지를 남을 통해들은 한국에 있는 막내 동생이 매달 400불씩을 형님통장에 넣어주기 시작했다. 대기업이기는 하나 월급쟁이라 매달 그만한 돈을 부치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한 번도 거르는 일이 없다 한다. "제수씨한테는 이야기하고 보내는거냐? 제수씨하고 이 문제로 다투기라도 하면 어쩌냐? 무리하지마라" 는 이분의 말에 "제가 다 알아서 해요 걱정하지마세요 형님!" 이라고 답하는 동생. 아름다운 형제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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