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134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애타는 母心”

2021.01.16

 



                “애타는 母心”   


 80代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필자를 방문하셨다. 아들 내외의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고 하시며 생년월일시를 내미신다. 당시로서는 늦둥이에 해당되는 이아들은 많은 공을 들여 얻은 외아들이자 막내둥이다. 아들의 사주를 뽑아놓고 들여다보니 경자년(60年生)으로 春三月 壬辰日 壬子時에 태어난 命이다. 壬水日柱가 辰月에 태어나 득령하였고 일지에도 辰土가 있어 水의 창고가 되고 남자 팔자에 일지에 재를 깔고 있어야 하는데 반대로 관을 깔고 앉아있어 여자복 없는 팔자가 되었고 여자를 뜻하는 火의 기운이 사주 본국에 없고 지장간에도 고갈이 되어 불의 씨앗이 없으니 몹시도 춥고 외로운 팔자가 되었다. 


사주구성상 이이의 성정은 매우 소심하기는 하나 정이 많고 의무감이 강하여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고 성실하며 매우 가정적이지만 이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살기는 어려워보였다. 이에 반해 아내 되는 이의 팔자는 대범하고 호탕하며 작은 것에 연연치 않고 과시욕이 강하며 다소 게으른 성정이고 느긋한 대범대담형사주다. 이런 배합으로 만나면 남자가 여자에게 꼼짝 못하는 공처가형이 되기 쉽고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고 가정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데 여성분이 과시욕이 강하니 쫀쫀하고 성실하며 소심한 남편이 죽어라하고 벌어다 주는 돈을 물 쓰듯 펑펑거리며 써대면서도 남편 대우는 제대로 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부부가 전형적인 이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보였다. 


필자 왈 “아드님이 매우 성실한 사람인 것 같은데 집에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못 받고 사는 것 같습니다.” 라고 첫 마디를 꺼내자마자 이 노인 분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지며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합니까? 아이고 가여운 내 새끼!” 라고 한 뒤 눈물을 쏟으신다. 이분에게 이 아드님은 위로 누이 다섯을 둔 외아들이다. 딸만 계속 낳자 시어머니 구박이 무척이나 심해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 늦게 겨우 얻은 자식이다. 이 아드님을 낳으실 때 만약 또 딸이면 아기를 안고 마을 앞 강가에 빠져 죽으려고 강가 숲속에서 얻은 아들이다. 시어머니의 성화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가는 사연이다. 이 분 누이들의 이름은 첫째누이 빼고는 모두 다 남자 이름인데 그 사연은 남동생 보라고 죄다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붙였던 것이다. 


이 노인분의 시집은 전남 영광 인근 시골 이였는데 자작농 이였지만 600석지기 정도하는 나름 부농에 속하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는데도 이 분이 아들을 못 낳고 딸만 계속 생산하자 밥도 하루에 한 끼만 먹도록 하는 등 그 구박이 정도를 벗어날 지경 이였는데 이 아드님은 이 분에게 하늘에서 내려준 구원의 두레박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들을 낳고나서 상황은 대역전! 아들이 귀하고 귀한 이집에 4대 독자를 낳아 주었으니 갑자기 이분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옛날 한국 코미디에서 김 한국과 김미화가 하던 ⌜순악질 여사⌟ 코미디 코너에도 나오듯 ‘오메 기죽어’였다가 갑자기 ‘오메 기 살어’가 된 것이다. 


이렇게 금지옥엽으로 키운 아들이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어찌어찌하여 이곳 LA에 정착하게 된다. ‘바늘 가는데 실 따라 오듯’ 당연히 아들 따라 이곳에 건너온 노인 분에게 시련이 닥쳤으니 다름 아닌 며느리 문제였다. 처음 결혼 전부터 며느리 감이 기가 센듯해서 꺼려졌지만 ‘아들 녀석이 그렇게 좋아하여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한 게 실수였다. 딸만 넷을 낳고도 기세가 등등 했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 며느리 눈치 보며 아들이야기만 꺼냈다하면 “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들, 딸을 찾아요? 이양반들이 정신이 나갔나? 그렇게 아들이 좋으면 딴 여자 얻어 아들 보면 될 거 아냐?” 라고 하며 배짱을 부렸다. 노인 분 이야기로는 “우리 아들이 딸들이라면 벌벌 떠는 것을 알고 저년이 그렇게 기승을 부리는 거예요!”였다. 아들은 못 낳아도 살림이라도 잘 하면 좋은데 돈 잘 벌어 오는 의사 남편 덕에 쇼핑 다니는게 일과였고, 남편 아침 밥상 한 번 차려주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에미 마음에 자식이 안되보여 쭈물럭거리며 아침 밥상이라도 차려 줄라치면 시어머니에게 성질을 내며 “아범은 아침에 밥 먹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어요! 배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생식을 해야 한다구요!” 라고 하며 생식 통을 흔들어댔다. 지가 정성껏 준비한 생식도 아니고 포장되어 있는 생식 봉지를 어디선가 주문 배달시켜서 지가 타주는 것도 아니고 아들보고 한 봉지 타먹고 가라고 한다. 할머니 생각에 “우리 아들 힘들게 의사 공부시켜서 저년 종 만들었구나” 싶어서 울화가 치미신단다. 


아들이 죽어라 하고 열심히 벌어다 준 돈이 어디로 다 갔는지 남편만 보면 돈타령이다. 한 달에 3만 불 씩 가져다주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다니 기가 탁 막힐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사람 좋은 아들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충실할 뿐이다. 다행히 병원은 그럭저럭 유지가 되어서 걱정은 없지만 죽도록 일만하고 마누라 눈치 보며 대우를 못 받는 아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쏟아지신단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부부 사정은 부부 사이에서만 알지 제 3자가 보아서는 모르는 거예요.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큰 불평 없이 지금까지 지내는 것은 그래도 부부 사이에 통하는 무엇이 있으니 그런 거니까 그렇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가 필자의 최종 진단 이였다. 세상사는 게 다 그렇듯, 팔자대로 한평생 살다가는 거다. 인생 뭐 있겠는가!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