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 미친 女子
K여인은 마켓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30대 후반이고 결혼은 2번 실패하고 현재는 싱글로 지내고 있다. 결혼에 2번 실패한 이유는 자신의 도박문제 때문이다. 처녀 때 부터 카지노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는데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 ‘제 버릇 개 못준다’ 는 말대로 결혼 해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연애 할때도 애인을 끌고 카지노에서 데이트 하는 것을 즐겼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문제를 일으키자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이혼 당했다. 남편이 월급을 받아 집에 갖다 주면 3일을 넘기지 않아 카지노에 가서 탕진했다. 어떤 남자가 이를 용납하겠는가? 첫 결혼에 실패하고 난 뒤 조금은 정신을 차렸는지 도박장이 없다는 알래스카에 가서 살았다고 한다. (필자는 알래스카에 가 본 적이 없어 그곳에 도박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그 곳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두 번째 남편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남편은 경찰관으로 신분이 안정적 이였고 수입도 꽤나 좋았는데 위인이 워낙 부지런하고 근면하여 쉬는 날에도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이 제법 모이게 되었다. 몇 년에 걸쳐 모은 돈이 십만 불에 이르렀고 이 돈을 밑천으로 부인에게 작은 식당을 차려주고 자신은 계속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지내려는 것이 남편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K여인이 친정이 있는 LA에 남편의 휴가를 이용하여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곳에 몇 년 만에 돌아와서 옛 친구들도 만나고 하면서 재미삼아(?) 카지노에 갔다가 만 불 이상의 돈을 잃고만 것이다. 남편이 이 사실을 알까봐 전전긍긍 하다가 이 돈을 채워 놓으려고 선택한 것이 카지노였다. 주말마다 친정에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비행기를 타고 원정 도박을 다니다보니 돈이 다 없어져 버렸다. 십만 불이라는 큰돈이 없어지는데 불과 몇 달 걸리지도 않았다. 이때 다급했던 차에 필자를 찾아와 이 문제를 상담하면서 필자와 이때부터 인연이 닿았다. 당시 필자의 조언은 “모든 것을 남편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라!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일이 커진다.” 였다. 하지만 K여인은 필자의 충고에 따르지 않고 기어이 이를 복구 하겠다고 설치면서 온갖 감언이설과 거짓말로 친정식구 들을 속여 친정집과 오빠 집 까지 다 날리고야 말았다. 친정집 까지 모두 망하게 만들고 남편에게 이혼 당하자 식구들조차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떠돌다 결국 LA에 사는 언니 집 소파에 기숙하는 처지가 되었다. 마켓 계산원으로 취직해서 받는 쥐꼬리 같은 급여가 나오면 이때부터 K여인의 눈은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이 돈으로 얼른 카지노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만화 영화 ‘달려라 하니’가 아니라 ‘달려라 카지노’였다.
K여인은 평생 한 번도 카지노에서 돈을 따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잃으면 잃어버린 돈을 복구하려고 매달려있고, 돈을 따면 더 따려고 붙어 있다가 결국은 빈털터리가 되어야 일어서게 되니 잃을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돈을 잃고 따는 것보다 노름을 하는것 자체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언니집 소파에 얹혀 살면서도 어려운 언니 살림에 전혀 보탬을 주지 못했다. 식구들 사이에 그녀의 호칭은 ‘미친년’이였다. ‘미친년 집에 왔니?’ ‘어제 미친년이 그러는데 어쩌구 저쩌구’ 이런 식으로 사람 대접받지 못하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친정어머니 왈 “ 똥개가 똥을 끊지 미친년이 노름을 끊겠냐?” 라고 하더니 결국 그대로였다. K여인의 친구를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노름돈이 떨어졌을 때 K여인의 노름돈 충당 방법은 이랬다. 그날 운이 좋아 돈을 많이 따는 남성들 옆에 서서 열심히 응원을 해 주고 칩 몇 개를 얻어서 노름에 나서거나 돈 딴 남성을 유혹하여 HOTEL로 직행 한 뒤 $100~$200 불을 받아 그 돈으로 노름 장으로 달려가는 식이였다. 구제 받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노름중독 이였던 것이다.
K여인이 어쩌다 필자를 찾아와서 묻는 것은 주로 자신의 ‘일진이 좋은날’ 이였다. 필자 왈 “일진이 좋으면 뭘 합니까? 돈을 땄을 때 일어서야 하는데 잃을 때까지 앉아 있으니 어떻게 돈을 따겠습니까? 일진이고 뭐고간에 돈을 틀림없이 따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하니 K여인 두 눈이 갑자기 반짝인다. “노름을 안하는게 제일 확실히 돈을 따는 방법입니다. 아니면 돈을 크게 벌어서 노름장을 차리시던지...” 라는 필자의 말에 “에이 그 소리는 열번도더 들었어요.” 라고 한 뒤 피식 웃는다. 소문에 듣자니 요즈음도 K여인은 열심히 카지노에 다닌다고 한다. 한번은 카지노버스를 타기위해 모 마켓 앞에서 서성이던 K여인을 본 일도 있다. 카지노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다들 무척이나 들떠있는 듯하다. 허나 얼굴 관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가 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 있는 듯했다. LA교포 중에 도박 때문에 가정이 깨지고 사업도 깨지고 가족 관계도 깨지고, 인생자체가 깨진 여러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 도박은 마약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인 것 같다. 마약쟁이가 마약을 끊었다는 것은 보았지만 노름쟁이가 노름을 끊은 예는 극히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