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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막둥이의 불운

2021.02.23

 


                 막둥이의 불운


 8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파께서 필자를 방문하셨다. 지팡이를 짚고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고 어렵게 어렵게 오셨다고 한다. 자신의 막내아들 사주팔자를 물어보시기 위함이다. 아드님의 생년월일시를 물으니 1963년 음력 3월10일생인데 자식들을 하도 많이 낳다보니 시간은 오후쯤인 것 같은데 헷갈린다 하신다. 이 경우 문진을 하여 시간을 정해야 하기에 삼주(세 기둥 즉 년월일 기둥)를 참고하여 아버지가 나이 어릴 때 일찍 인연이 끊기지 않았는가 하고 물은 즉 맞다고 하여 미시로 정하는 것이 옳다 여겨졌다. 이 생년월일시를 가진 이가 미시에 태어난 경우 사주구성상 아버지와 인연이 적어서였다. 


사주 기둥을 세워보니 계묘년 을묘월 병자일 을미시로 나온다. 병화 일주가 인수 을목 2개 묘목2개 모두 4개 인수의 지나친 원조로 불길하다. 화의 기운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이 목의 기운을 분산시켜 융화해 보겠으나 그렇지 못하고 시지미토로 이 강한 기운을 설기 시키려 해도 이를 감당치 못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년간 계수와 일지자수가 강한 목기를 수생목하여 더욱 강화시키니 밀림 속에 대화재가 붙어 불구덩이 속에 헤메이는 형편이 되어 매우 불길한 사주팔자가 되었다. 평생 에 한 번도 피어보지 못하는 구조다. 처궁을 뜻하는 재성도 전무하니 일생 정식 결혼 한번 못하는 구조이나 뜻하지 않게 딸 하나를 두는 명이니 신부님이나 스님 같은 종교가 팔자가 되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필자 왈 “막내 아드님 때문에 어머니 걱정이 너무 많으시겠습니다. 사주팔자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영신통치가 못합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풀린 일이 단 한 번도 없어서 백가지를 시도해도 하나도 성공치 못하는 백모불성의 운이니 당사자도 당사자이지만 옆에서 지켜보시는 어머니 심정이 오죽 하셨겠습니까? 귀여운(?) 막내둥이가 그러니 더욱 안쓰러 우셨겠습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여서 (귀가 잘 안들리시는 듯 했다) 이야기하니 이 노인분 휴! 하고 긴 한숨을 내쉬시더니 “내가 지금 여든 여덟이에요. 아주늦은 나이에 여덟째로 얻은 막둥이지요. 어렸을때 그렇게 총명했던 애고 머리가 좋아서 대학도 아주 좋은대학 나왔어요. 그런데 평생 한번도 펴보질 못하고 아직 장가도 못갔어요. 실수로 여자애 잘못 건드려 딸하나는 두었지만 이 나이 되도록 가정한번 꾸려 보지못하고 있으니 그게 항상 걱정이지요” 라고 하신뒤 다시 한숨을 크게 내쉬신다. 


사주 주인공인 이아들은 나이 40넘어 여덟째 막둥이로 얻은 귀한 자식이다. 가정 형편은 어렵지 않아서 별어려움 없이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고, 이분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위로누나 형들이 다 장성해 있었고, 남긴 유산도 있어서 큰 고난은 없었다. 어려서부터 무척 영리해서 항시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도 한국에서 제일 좋다는 명문대에 진학 했다. 대학 졸업 후 큰 형님이 하던 회사에 취직해서 형 일을 돕다가 일찍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 했는데, 손대는 사업마다 어쩌면 그리도 타이밍이 빗나가는지 족족 망했다. 


처음 시작한 가구 수입업체는 달러 환율 폭등으로 망했고 두 번째, 전자 부품 수출 업은 수입업자 쪽에서 물건에 하자고 있다고 핑계를 대고 대금결재를 안하고 오히려 소송을 걸어와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렸는데 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 하였다. 수출입 업에서 크게 혼난 뒤 이 분야에서 손을 떼고 치킨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조류 인프레인자 파동으로 망해도 쫄딱 망했다. 그 뒤 돼지고기 구이 전문체인점에 가입해서 문을 열었는데 돼지 파동이 나면서 그 여파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노인분의 성화도 성화였지만 형들과 누나들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십시일반으로 도와서 둘째 형이 살고 있던 LA인근에 주유소와 세차장, 마켓을 함께 할 수 있는 조금 규모가 큰 커머셜을 인수해서 막내에게 주었는데 운영한지 1년이 채 못 되어 시청에서 업소 폐쇄명령이 내려지는 청천벽력을 겪었다. 땅이 오염되서 영업허가 연장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 주인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고 했는데 막내의 이런 연속된 악운은 여러 형제의 도움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한국에서 지겹게도 안 풀려서 미국에 오면 그 지긋지긋한 불운이 안 따라 올 줄 알았는데 미국에 와서도 불운이 여전하니 본인의 좌절도 좌절이지만 옆에서 보는 노모의 가슴은 까맣게 타 들어갔다고 한다. “다른 형제들은 그래도 다 잘 풀렸는데 형제 중 제일 똑똑했던 이놈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습니까? 법사님! 좋은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늙은 노모의 애타는 심정이 필자에게도 전이되어 가슴이 아프다.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된 말이있는 것처럼, 안 풀려도 지독히도 안 풀리는 한 사내의 사연이었다. 이래서 ‘세상에 운을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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