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045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운이 없어도 평생이 이럴수가!

2021.02.25

 



           운이 없어도 평생이 이럴수가!


 필자와 예전부터 상담을 하시던 박 영감님 은 지독히도 복이 없는 분이시다. 이분은 충남서산 사람이다. 어려서 자식들 주렁주렁 달린 가난한 농부의 일곱번째 아들로 태어나 밥 한번 배불리 실컷 먹어보지 못하고 배를 주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키도 크다 말아서 150cm 를 겨우 넘긴 단신이요. 빼빼마른 체격을 평생 유지해 오고계시다. 당연히 학력은 무학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한글만은 겨우 깨쳤다. 시골에서 집안 농사를 돕다가 15세 무렵 친지의 소개로 서울 구로동의 한 제철공장에 취업을 하였다. 월급은 적었지만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어 만족했다. 그러나 프레스 기계에 손이 끼여서 큰 상처를 입었고 손을 절단하지는 않았지만 손을 전혀 쓸수 없는 조막손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무지해서 보상비는 커녕 치료비 몇푼 받는 것에 감지덕지 했다. 한손이 불구가 되어 일을 못하게 되자 눈앞이 깜깜했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큰소리치고 떠난 고향에 손 병신이 되어서 돌아갈 수도 없어서 고심하던 중 다행히도 중국집 배달원으로 취직이 되었고 한손이 불편해도 겨우겨우 배달일은 해낼 수 있었다. 못생긴 얼굴에 못 배웠고 체구 또한 볼품없는 데 다가 한손마저 못쓰지만 그래도 사내라고 이팔청춘이 되자 여자가 그리웠다. 당시 중국집이 양동근처였는데 양동 사창가를 드나들다 자신보다 열댓살은 더 나이를 먹은 창녀로서 환갑 진갑 다 지난 한 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아니, 사랑보다는 서로에 대한 연민이라고 해야 옳겠다. 

 

중국집에서 타온 월급으로 둘은 어렵게 어렵게 살림을 꾸려갔는데 세들어 사는 여관집 주인이 어느날 마누라 단속 잘하라며 넌지시 암시를 주어서 일나가는 척하고 몰래 숨어 살펴보니 어떤 놈팽이가 자신들의 방에 턱하니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분에 못이겨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보니 남녀가 한창 열을 올리는 중이었는데 상대 남자놈이 처음에는 당황해서 놀래는 기색이더니 박영감님(당시는 박청년)의 체구가 비실비실 해보이고 행색이 꼴이 아닌것을 알아보고는 자신을 방해했다며 늘씬하게 두둘겨 패는 것이였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너무너무 억울했는데 더 기막힌 것은 명색이 마누라라는 년이 그놈과 함께 합세해서 자신을 두들겨 패며 “병신새끼 불쌍해서 데리고 있어 주었더니 병신 육갑하네!” 라는 독설이였다. 

이일의 휴유증으로 중국집도 그만 두고 전국을 거지 마냥 떠돌기를 몇 년하다. 그 경험을 살려 어찌 어찌 리어커를 한대 장만해서 엿장사를 시작했다. 몇년을 성실하게 일하자 돈이 조금 모였고 그돈으로 전기전자 학원을 다니며 기술을 익힌 끝에 청계천 인근에 남의 가게집 일부를 세내어 1평 남짓한 전파상이라고 할까 라디오 수리점이라 해야 옳을지 하여튼 가게를 열게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열심히 일했고 그 성실함에 손님도 점차 늘어 갔다. 세들어 살던집 주인이 이분의 성실성을 인정해서 남의 집 식모를 살고 있던 이종사촌 조카딸을 소개해 주어 살림을 차리게 된다. 

 

둘사이에 아들도 태어났고 이제야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느껴지기 시작할 즈음 집에 강도가 들어 모자가 다 살해당하는 청천벽력 같은 사고를 당한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전파상이 나름 잘되고 집에 가져 가는 돈이 좀되는 듯하자 인근불량배 두명이 그돈을 훔치려고 집에 들어섰다가 돈을 안 빼앗기려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부인에게 몹쓸짓을 하고 더구나 말못하는 아기까지 해친 것이였다. 이일을 겪고난 뒤 죽으려고 몇번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거지가 되어 전국을 또 다시 떠돈다. 그러다 어찌어찌 한많은 사연을 거쳐 이곳 LA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이곳에 와서도 살아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워낙 천성이 부지런해서 페인트일, 노점상, 수영장 청소 등 한손을 제대로 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 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돈이 어느정도 모였을때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돈을 그렇게 은행에만 처박아 두지말고 재테크를 해서 돈을 불려야 한다며 한사람을 소개해 주었는데 자바시장에서 사업을 크게하며 규모가 큰 계도 여러개 운영한다는 여자분이였다. 이분에게 매달 2부로 이자를 받기로 하고 미국생활 10여년 동안 모은 8만불을 맡긴다. 처음에는 척척 이자가 나오는 재미에 너무 기뻐서 이렇게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밥도 사고 술도 사고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는데 어느날 이 여자분이 행방을 감췄고 사방에서 난리였다. 또 다시 알거지가 된것이다. 이제는 나이도 60중반이 넘어 70을 바라보는데 도저히 희망이 없어 망연자실하여 필자를 찾은 것이다. 상담시 이분의 허탈한 표정에서 필자는 위험함을 느꼈다.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을때 절망끝에 나타나는 표정임을 필자는 경험상 알수 있었다. 필자 왈 “절대 나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아시죠! 뭐가 절대 안된다는 것을 아시죠!” 어린학생을 야단치듯 절박하게 외치는 필자의 소리를 듣는지 마는지 이분 눈은 계속 초점이 없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