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畫龍點睛)
얼 바인 에서 일식당을 운영하시는 최 여사님은 남편과의 슬하에 3남1녀를 훌륭하게 키워내신 분이다. 30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만해도 최 여사님은 강남에서 요지로 꼽히던 압구정동 에서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부유하게 사시던 분이었는데 건축업을 하던 남편이 갑자기 부도가 나자 신세가 참담하게 급락하여 보험 외판 업으로 생계를 꾸리다 도저히 창피해서 한국에서는 살 수가 없다하여 미국에 살던 언니에게 의탁하게 되었다.
언니가 하던 마켓에서 캐시어 를 보면서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하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 훌륭히 키워내고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결심에서였다. 한국에서는 날고 긴다 하며 수완이 좋았던 남편은 이상하게도 미국에 와서는 날개 부러진 새 마냥 맥을 못 추고 영영 무능력자가 되어버렸다. 처음 최 여사님이 필자를 찾아와서 재기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필자 왈 “남편 분은 용신이 木이라 木을 꺾는 金에게는 힘을 못 쓰는데 이곳 미국이 金밭이니 아마도 그래서 이곳에서는 모든 게 뜻대로 안되는 것 같고 운의 흐름으로 보아도 남편이 재기하기 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음을 비우세요! 차라리 여사님 쪽이 운의 흐름이 낫게 나오니 여사님이 나서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최 여사님은 아는 사람 없는 이곳에서 체면 차릴 사람도 없기에 궂은 일 험한 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미친 듯 일했다. 그러다 작은 리커 스토아를 하게 되었는데 이 가게는 매상은 적었으나 첵케싱 이 많아서 수입이 짭잘했었다 한다. 이 가게를 10년쯤 하다가 몇 배나 비싼 가격에 팔고 주변 사람들 상대로 돈놀이도 하면서 좋은 조건의 리커를 사고팔고 하면서 재산을 늘렸다. 목 좋은 곳에 상가도 2채 사들였고 LA에 꽤나 큰 APT도 한 채 있으며 한국에 땅도 제법 사 놓아서 재산상으로 옛날 부럽지 않은 부를 이루었다. 가진 돈과 매달 나오는 세만 받아도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아무일 없이 쉬는 것도 뭐해서 깔끔한 일식당을 사서 운영해 온지 5년째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와중에 첫째 아들은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되었다. 둘째 아들은 MBA를 졸업한 후 기업 회계전문 CPA로 활동하고 있으며, 셋째 아들은 어려서 부터 공부보다는 운동만 좋아 하더니 군대를 지원해서 다녀온 뒤 LA PD 경찰관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이자 유일한 딸은 어려서 부터 영특하여 늘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남들 에게도 인기가 만점 이었다. 다만 몸이 약해서 늘 이것이 걱정 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탈 없이 잘 자라주었다. 옛적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최 여사님이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미국에서 살려면 첫 번째가 경제적인 성공이지만, 이외에도 집안이 번성하고 억울한 일 없이 무난히 살아가려면 집안 식구 중에 변호사가 있어야 법률문제에 도움을 받아야 하며 또한 회계사가 있어야 세금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를 할 수 있고 경찰이 있어야 법이전의 현실적인 완력이 갖춰지는 것이며, 끝으로 집안에 의사가 있어야 건강관리나 응급 시 수술 문제 등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는 점이었다.
즉 돈(금력)과 법 그리고 세금, 건강에 대한 문제에 있어 남에게 꿀릴 것이 없어야 미국사회 에서 양반 행세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최 여사님의 경우 이제 돈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자부했다. 큰 아들이 변호사가 되었으니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 누구도 최 여사를 법으로 협박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둘째가 회계사 이니 미국에서 제일 무섭다는 세금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현실적인 소소한 완력의 문제에 있어서도 아들이 경찰이니 남들이 쉽게 시비를 걸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끔 집 앞에 세워진 경찰차도 주변 부랑인 에게는 위협적인 과시가 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 가지는 집안에 의사가 있어야겠다는 것이었는데 예전부터 이 문제 때문에 필자를 종종 찾곤 하셨다. 늦둥이 막내딸이 과연 의사가 될 수 있겠는가의 여부였다. 대학 졸업 후 의대에 진학했을 때에도 몸이 달아 필자를 찾곤 하셨다. 의대를 제대로 졸업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조바심 때문이었다. 이런 어머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의사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졌다. 따라서 필자를 찾는 최 여사님의 발걸음도 분주해 졌다. 애초에 필자 왈 “근 2년간의 따님 운세는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결실을 얻지 못하는 운’ 이어서 그 후에나 합격 운이 있습니다.” 라고 하였는데 안달이 나신 최 여사님은 매번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결국 3년째 되던 해에 따님은 의사 시험에 합격해서 최 여사님은 뜻을 이루게 되었다. ‘화룡점정’ 을 하게 된 것이다. 뛰어나게 그려진 용의 그림에 마지막 완성 단계인 눈동자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완성된다 해서 무슨 가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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