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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021.04.17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조선시대말엽 서울 장안 창방(倉坊)이라는 곳에 천승희 라고 하는 점술가가 살고 있었다.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홀로 떠돌다 용문사 객승으로 있던 연일스님으로부터 역술을 배웠는바 총기가 있어 그 배움이 빨라 스승도 놀랄 정도였는데 재주는 뛰어나나 어려서 구차한 생활을 해 와서인지 인물이 간교하고 재물에 지나친 욕심을 보여 스승으로 부터 내침을 받고 떠돌이 점술가로 전국을 10여년 방랑하며 자신의 점술과 역법을 가다듬었다. 천승희 의 주특기는 ⌜주역⌟으로 쾌를 뽑아 해석해 내는 솜씨가 뛰어났다. 창방에 자리를 잡은 뒤 영험 하다는 소문이 커서 도떼기시장 마냥 늘 북적 거리는 장안의 명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서로 “창방에 가 보았나?” “물론 용하기 짝이 없더군” 이라고 소문을 퍼트렸다. 이렇게 용하다는 소문이 점점 퍼지자 천승희 의 재물은 넘쳐갔지만 욕심은 끝이 없어 이런저런 농간으로 재물을 빼앗기 혈안이었다. 재물 욕심만 많은게 아니고 사람 사이를 이간시키는 재주도 뛰어나 해야 할 말 안할 말을 마구 주워 삼켜 사람사이에 문제를 많이 야기 시켰다.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천가는 대뜸 “이번에 먼 거리를 떠나게 되었지?” 라고 묻는다. 둥그레진 눈으로 “이번에 평안도 까지 가서 곡식을 거둬오라는 아버님의 분부를 받았는데 어찌 아셨습니까? 아무튼 제가 무사히 임무를 잘하고 올 수 있을까요?” 라고 물은 즉 천가 왈 “무사히 다녀오겠지만 너의 앞날이 쓸쓸하다.” 라고 하였다. 젊은이가 “그런데 아버님은 두 형님을 놔두고 왜 저보고 다녀오라고 하시는 걸까요?” 라고 묻자 “거기에는 까닭이 있다. 두 형은 귀하게 여기지만 너는 그렇지 않기에 너보고 다녀오라고 하는 게지. 그곳은 좀 위험한 곳이거든! 낄낄낄!” 


이 말을 들은 젊은이는 자신에게 그런 대우를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크게 그 아버지를 원망하게 되었다. 이후로는 부자간에 정이 뜸해지고 아버지가 뭐라 해도 반발심만 많아졌고 두 형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아 반항적이 되니 집안 분위기가 험해졌다. 한번은 마을 대갓집의 오래된 하인이 천가를 찾아왔다. “저희 마나님께서 저보고 요번에 먼 지방에 있는 땅의 추수된 곡식을 거둬오라 하셔서 집을 떠나야 하는데 제가 실수 없이 이일을 감당할 수 있을 런지요?” 라고 물은 즉 “여러 종들 중에서 특별히 너를 보내주니 주인의 신임에 너는 너무 기쁘지?” 라고 묻는다. “아무렴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저에게 맡기니 혹 실수나 없을까 걱정이 되어 이렇게 물어보기 위해 온 것이지요” 라고 한 뒤 싱글싱글 웃는다. 이에 대해 천가 왈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니야! 머저리 같은 놈!” 이라고 하며 큰 소리로 꾸짖는다. “아니? 왜 그런 말을 하시나요?”하인의 질문에 “너의 주인은 너의 계집에게 욕심이 있어! 그래서 그 욕심을 채우려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너를 먼 지방에 보내는 거야! 네가 다녀온 뒤에 네 계집은 벌써 내 주인에게 욕을 본 후일 터이니 잘 갔다 오려무나! 낄낄낄” 하인은 눈에 불꽃이 일었다. 


천신만고 끝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임무를 면한 하인은 그때부터 주인의 배려에 흰 눈을 뜨고 백안시 하였다. 주인과 종의 오래된 신뢰가 깨져 버린 거였다. 이러다보니 용하다는 소문이 높으면 높아 갈수록 이에 반해 천가를 욕하는 이들 또한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유명한 대갓집에서 왔다는 하인이 천가를 찾았다. 하인 왈 “선생님의 고명을 받자와 우리 대감마님께서 청하여 모셔오라는 명을 제게 내렸사옵니다. 부디 왕림하시어 선생님의 실력을 보여 주시옵소서!” 라고 하였다. 당시의 풍습으로 대갓집 에서는 체면상 남들의 이목이 두려워 유명하다는 무당이나 역술가를 찾기가 어려웠고 아랫것들을 시켜서 은밀히 불러 상담하는 것이 상례였고, 또 이런 상담에는 꽤나 큰 보답이 있었기에 천가는 희희낙락 했다. 


하인이 대령한 말을 타고 거들먹거리며 길을 나선 천가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이후로 이날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주변에 관계있는 모든 이들이 기이하게 여겨 “무슨 화가 있었던 거는 아닐까? 이렇게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은 일이 없는데...” “무슨 소리 앞날을 훤하게 아는 천 선생이 무슨 실수가 있을라고...” 라고 하며 걱정하였는바 이런 논의가 있은지 몇 달이 지나도록 천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수근거림이 오래된 어느 날 드디어 관가에 누군가 기별하여 관청에서 사건을 정식으로 인지하고 수사에 나섰다. 결론은 천가의 이간질로 인해 형제간에 큰 사단이 났던 옆 마을 형제가 나중에 천가의 이간질을 알고 나서 앙심을 품은 뒤 복수에 나서 천가를 살해하고 계곡 옆에 묻은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해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찌된 위인이 남의 일은 훤히 알면서 자기가 죽을 일은 모를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그 참일세 그려!”...... 


그렇다!

자기가 안다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상식선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알아도 알 지 못한 척! 알아서 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적극 알려 피하도록 도와주어야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인 경우 함구해야 하는 일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선의(善意)의 거짓말도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고려치 않고 자신을 너무 내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새삼스레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상과 세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는 자의 처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두텁게 다가온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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