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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용도폐기와 금의환향

2021.05.03





                    용도폐기와 금의환향


 김 여사님과 박 여사님은 서로가 호형호제하며 친 자매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두 분 다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김 여사님은 아주 젊어서 이민을 와서 이제는 꽤나 연륜이 있는 올드 타이머이시고, 박 여사님은 아이들 교육 문제로 한국에 기러기 아빠를 둔 생활을 하는 분으로 미국에 오신지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분의 남편은 서로가 완전히 180⁰ 다른 성격과 사고방식, 외양 등을 지닌 분들이시다. 


우선 김 여사님의 남편은 미국에 이민 오신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변변한 직업도 없이 무위도식 하던 분이다. 우선 이분은 눈, 코, 입 윤곽이 뚜렷하고 커서 옛적 영화배우 남궁원 씨를 연상시키는 호남형의 미남 이여서 어디를 가도 여자 분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성격도 호탕하고 시원시원 하며 세련된 유머를 지니고 있었다. 헌데 결정적인 단점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없고 자기 몸만 위하고 주유천하 하며 풍류를 즐기는데 있었다. 김 여사님이 중학교 교무 선생이여서 겨우겨우 혼자 힘으로 가정생활은 꾸려 가는데 이런 것에 아랑곳없이 매일 놀러 다녔다. 그러다 몇 년 어디론가 없어 졌다가 집에 와서 몇 달 있다 사라지곤 했다. 이렇게 몇 년에 한 번씩 가끔 집에 놀러(?)와서 애 하나씩은 꼭 만들어 놓고 갔다. 4남매의 터울이 어쩌면 하나같이 3년 터울이다. 즉 정기적으로 집에 놀러(?) 왔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김 여사님이 남편을 반강제로 수술 시키지 않았다면 계속 3년 터울의 아이들이 태어났을 터였다. 집에 와 있을 때면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살갑게 대하여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몇 년 만에 나타나 이야기도 재미있게 해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놀아주는 아빠가 집에 계속 살았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자신들을 잊지 않고 가끔(?) 찾아주어 무척이나 잘 해주다 사라지는 아빠가 아이들은 너무 좋았다. 


이와 반대로 박 여사님의 기러기 아빠는 성격이 내성 적이고 체구는 작고 깡마른데다가 신경질적 이었지만 무척이나 꼼꼼하고 세심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지방대출신 이여서 대기업 응시에 번번이 실패하고 차선책으로 꽤나 규모가 큰 중소기업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과장을 달았는데 만년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 동기생 들 보다도 무척이나 늦은 승진 이었는데 매사 너무 깐깐하고 상사의 부당한 처사에 번번이 대항하는 등 너무 대쪽 같아서 받은 불이익 이었다. 주위에서 이런 깐깐한 성격을 고치라고 “좋은게 좋은거 아니야? 좀 융통성 있게 살라고!” 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았다. 집에서도 부인이나 남매 에게도 무척이나 가부장 적이었다. 말수도 별로 없고 술, 담배도 안하는데다가 원리원칙 만 따지는 아빠를 아이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 핑계를 대고 미국에 오게 되었을 때 박 여사님은 한 마디로 해방된 듯 했다한다. 원칙주의 자이고 책임감이 강한 남편이 자신의 수입을 몽땅 털 다시피 해서 미국에 송금해주고 자신은 연로하신 부모님 댁에 얹혀 살지만 늙은 시어머님이 아들 이라면 껌~뻑 죽는 분이니 하숙비 한 푼 받지 않고 이것저것 맛난 반찬에 때때로 보약까지 지어 주신다 하니 반가운 소리였다. 박 여사님의 일상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단순했다. 아이들 학교까지 라이드 해 주고 돌아와서 컴퓨터로 한국 연속극 몇 편 보면서 틈틈이 집안일을 좀 한 뒤 아는 학부형 엄마들 학교 앞에서 만나 스타벅스 에서 커피한잔 마시며 수다 떨다 아이들 데리고 집에 오기 전에 인근 쇼핑몰에 들려 애들 먹고 싶다는 것 사 주고, 간단히 시장보고 집에 돌아와서 애들 학원 데려다 준 뒤 다시 연속극 한 편 본 뒤 애들을 학원에서 데려오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이나마도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갈 때 까지였지 아이들이 대학 들어가고 난 뒤에는 이런 부담도 없어 하루 종일 자유 시간 이였는데 이렇게 여유 많은 엄마들 끼리 골프치고 놀러 다니다 보니 가끔 살짝살짝 남자들과의 데이트도 즐겼지만 이러다 신세망친 여자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온지라 영리한 선에서 끝내곤 했다. 필자와의 상담 시 이런저런 남자와 자신의 궁합을 본 뒤 자신에게 해가 될 사람은 아닌지를 꼭 챙기는 치밀함 까지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박 여사님의 남편이 회사에서 짤렸다. 회사가 경영 악화로 크게 어려워진 참이라 부장급 이상은 일괄 사표를 제출 하라고 한 뒤 선별 처리 했는데 박 여사님 남편은 수리 1순위였다. 부장이 되자마자 짤린 셈인데 ‘이럴 줄 알았다면 만년 과장으로 계속 있어도 불평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하는 때늦은 후회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하는 일도 없으니 미국에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미래를 찬찬히 생각해 볼 요량 이었는데 문제는 미국에 있는 아내며 아들, 딸이 아빠와 합치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는데 있었다. ‘돈 버는 아빠’ 라는 유일한 용도에서 폐기 되었으니 그들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박 여사님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 에게 무척 분개했는데 이미 용도폐기 된 힘 빠진 처지라 어쩔 수 없이 계속 실업자로 늙은 부모님에 얹혀 사는 길에 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회사를 위해 충성 했는데 가차 없이 버림 받은데다가 평생을 가족에 대한 의무감에 눈길 한 번 엉뚱한 곳에 돌리지 않고 처, 자식에게 희생해 왔건만,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자 매우 충격 받고 격분했지만 그건 약과였다. 아내의 이혼 요구까지 받자 진짜 자신이 완전 ‘용도폐기’ 된 폐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장래 출가 시 지장 받지 않게 하기위해 ‘미국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꿈’은 접고 엎드려 있어야 이혼을 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의 반대로 쾌남 풍류아 김 여사님 남편은 아무것도 한 것 없는 주제에 이제는 가정으로 돌아와 부인과 아이들의 대접 속에 산다. 마지막으로 인연이 되었던 돈 많은 한 과부가 진정으로 이 분을 사랑했던지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하니 아이들과 본 처에게로 돌아 가야겠다” 는 이 분의 말에 처음은 울고불고 하며 매달리더니 이 분의 뜻이 굳은 것을 알고 꽤나 큰돈을 ‘전별금’으로 주었다는 것이다. 이 돈을 가지고 와서 마누라에게 큰 갈비집하나 차려주고 김 여사님 남편은 오늘도 유흥업소를 들락거린다. 같은 건달풍류 남들과 함께!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은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결국 극과,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두 분의 삶 중에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명확히 이야기 하기가 어려운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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