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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하늘이 무너져도 길은 있다.

2021.05.05

  





                    하늘이 무너져도 길은 있다.


 필란 에서 농사와 개 농장을 운영하시는 김 할아버지는 미국에 이민 오신지 40년이 넘는 올드 타이머이시다. 젊은 시절 자바시장에서 원단 장사를 하셨는데 엄청 큰돈을 벌어보기도 했지만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절 다 털어먹고 김 할아버지 표현대로 라면 ‘알거지’가 되었다. 그때 할머니와 황혼 이혼을 하게 되었다. 계속되는 사업실패 속에 김 할아버지의 화풀이 대상은 할머니가 될 수밖에 없었고 견디다 못해 할머니가 떠나 버린 것이다. 젊어서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네지도 않던 영감이 늙어서 까지 괴롭히고 게다가 쫄~딱 망해서 앞날이 훤한데다가 성질까지 더러 우니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아들, 딸 남매는 김 할아버지를 격렬하게 성토한 뒤 발길을 끊어 버렸다. 더구나 아들집에 할머니가 들어가 살자 김 할아버지 자신도 아들집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어려서 그렇게 예뻐하던 딸년도 김 할아버지만 보면 눈을 흘기고 입을 삐죽거리며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그 딸년에 그 딸’이라고 대학 다니는 외손주년 까지 김 할아버지만 보면 “I HATE YOU!” (아이 헤잇츄 유)라고 하며 눈을 흘긴다. 


가족 중 누구도 할아버지를 상대하려 들지 않자 김 할아버지는 깊은 상심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내가 지들을 정성껏 키워 주었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김 할아버지가 필자에게 하셨던 푸념이다. 지난 세월이 모두 너무나 허무해서 주책 맞게도 가끔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던 김 할아버지는 그래도 살아야 겠기에 형제들과 친척들에게 손을 벌려 어렵게 어렵게 3만 불을 만들어 필란에 있는 땅 2에이커를 사 들였다. 이 땅에는 60-70년 전 쯤에 지어놓은 오두막집이 한 채 딸려 있었는데 주인이 떠난 이후 황폐화 되어 옛날 서부 영화에 나오는 폐가 모습이었다. 이집을 새로 여기저기 손을 보아서 아쉬운 대로 집 모양을 갖추어놓고 땅에다가는 매실나무와 여러 종류의 유실수를 심었다. 그리고 조금 남은 돈으로 여러 종류의 애완견을 사다가 번식을 시켰다. 유실수 에서는 몇 년 지나야 소득이 나올 것 같아 우선 아쉬운 대로 개라도 키워서 애완견 쎈타에 공급하려고 했던 것이다. 개들은 어김없이 계속 번식을 해 갔지만 태어난 강아지들은 갈 곳이 없었다. 


LA에 있는 애완견 파는 곳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선을 보였지만 불경기라서 선뜻 사주는 곳이 없었고 몇 곳만이 마지못해 “그냥 놔 두고 가 보세요. 팔리면 연락드릴께요” 라고 하며 인심쓰듯 말한다. 보통 싼 종자도 300-400불은하고 비싼 놈들은 800-1200불까지 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 착안해서 애완견을 키워볼 생각을 해 보았는데 실상은 영~ 아니올씨다였다 한다. 돈은 한 푼도 못 받고 우선 강아지를 애완견 쎈타에 전시해놓고 조금 크도록 안 팔리면 그냥 도로 가져와야 되고 팔려도 얼마에 팔렸는지 이야기도 안 해주고 인심 쓰듯 50불에서 백불 정도 주는 것에 감지덕지 해야하는 형편이었다. 이 돈 이라는게 필란에서 LA인근 지역까지 왔다 갔다 하는 기름 값이며, 강아지들에게 먹인 사료 값에 턱도 없이 모자란 것이었다. 그나마 불경기인지라 있던 개도 내다버리는 형편인지라 불평 할 수도 없었다. 이런 할아버지의 형편도 모르고 개새끼들은 때만 되면 밥 달라고 소리소리 질러대니 시끄러운 개소리에 귀가 다 먹을 지경이라 했다. 그래서 김 할아버지가 생각해낸 것이 각 지방의 지역 신문에다가 강아지 분양광고를 직접 내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치와와, 마르티쯔 싼 값에 분양합니다 -주인백-’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광고했는데 조금 반응이 있자 귀여운 강아지 실물사진 까지 실어서 꽤 체계적(?)으로 내놓게 되었고 이웃에 사는 젊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고 할아버지의 순박한 얼굴과 할아버지의 귀여운 강아지 자식들 사진을 싣고 강아지 육아일기 까지 게제하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강아지들 사진보려고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이 홈페이지를 방문 하였고 이것이 구매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웃 청년을 아예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해서 더욱더 풍부하고 체계적으로 강아지인터넷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이게 다 이 청년의 아이디어였고 김 할아버지의 복 이였다. 이제 할아버지의 인터넷 강아지가게는 강아지 관련 의류, 악세사리, 강아지 이유식 먹이까지 취급할 정도로 번성했고 드디어 외국사람(미국인)에까지 진출하게 되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또 주말에는 농장을 오픈해서 외지 방문객 들을 받아들이고 직접 키운 올개닉 식물들을 판매하고 직접 키운 오리 요리를 즉석에서 판매하는 수완을 보이기까지 하셨다. 또 부모와 함께 동행한 어린이들 에게는 강아지와 마음껏 뛰놀게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판매와 연결되게 하였다. 사업 실패와 황혼이혼, 처음 이곳에 정착할 때의 시행착오 등을 할아버지와의 상담을 통해 잘 알고 있는 필자는 황혼기에 다시 찾아온 김 할아버지의 작은 행운에 감사할 뿐이다. 할아버지 화이팅!!!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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