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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무슨 낯짝으로 나타났는가?

2021.07.10





                   무슨 낯짝으로 나타났는가?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K사장님은 필란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식당을 운영해 오고 계시는 분이다. 십 여 년전 처음 필자가 K사장님을 만난 그때도 혼자이셨는데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시 싱글이시다. 그 세월동안 이런저런 여자분 들과 재혼 이야기가 나왔고 그때마다 필자에게 많은 여성분들과의 궁합을 문의해 오셨는데 K사장님 사주팔자에 나온 대로 공방살이 중첩해서 인지 영~ 인연이 닿지를 않았다. K사장님은 신체 건강하고 미남자(美男子)에다 경제적인 여유까지도 지니고 계신분이여서 웬만하면 일이 성사되기 쉬울것 같았는데도 이상하게도 연이 닿지를 못했다. K사장님이 상대방을 마음에 들어 하면 상대방이 싫다고 하고, 상대가 호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K사장님 쪽에서 마땅찮아 했다. 해서 필자도 억지로는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필자가 K사장님과 궁합이 매우 좋게 나오고 조건도 매우 괜찮은 한 여성 고객분 을 K사장님께 소개한 일도 있었는데 K사장님 반응이 의외였다. 한번 만나보더니 “선생님께서 예전에 없이 직접 소개해 주시는 여자분 이여서 큰 기대를 가지고 만나보았는데 저하고 그 여자 분은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라고 하셨다. 필자 왈 “아니 왜요? 그 정도면 조건도 괜찮고 사람도 단정하신 분인데요?” 라고 하니 머뭇거리다 하시는 말씀이 “여자 분이 너무 젊고 너무 미인이셔서 솔직히 제가 자신이 없습니다!” 라고 하셨다. 나이차이가 띠 동갑이니 좀 그런 면도 있지만 남자나이 60대초와 여자나이 50이면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니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만약 여자 나이가 30세나 40세이고 K사장님 나이가 42세나 52세 되는 띠 동갑이라면 권유하기가 어렵겠지만 이제 두 사람 다 나이가 조금 들었으니 이 정도차이는 괜찮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미인이여서 싫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물어보았더니 “젊고 예쁜 여자가 나 같은 늙은이(?)에게 뭘 보고 시집오겠어요?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자신 없습니다.” 라는 말로 완곡히 거절 하셨었다. 


이후에도 주변에서 이런 저런 여성분들을 소개 하였고 또 궁합도 보고 했으나 상황의 변화는 없었다. 이러던 어느 날 K사장님이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셨다. 매우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하시는 말이 “요즘 몇 날 며칠을 고민 속에 빠져 잠도 제대로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제 딸년 아시죠? 왜 요전에 둘째 애기 낳는다고 택일까지 했던 그 애 말입니다! ” 라고 하신다. “따님이 왜요?” 라고 하니 “그 애가 얼마 전에 30년 전에 저하고 이혼한 제 애미를 만났다지 뭡니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 모르던 여자가 한국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그 애를 찾아왔어요. 와서는 울고불고 하며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빌며 이제라도 가족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지 뭡니까? 그 양심도 없는 년이!” 라고 하시는데 분노로 목소리가 매우 떨리며 격앙 되어있다. 사연은 이렇다. 


30여 년 전 K사장님은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중 당시 중동 개발 열풍에 휩싸여 중동에 파견기술자로 나가게 되었다. 국내에서 받던 수입의 거의 3배 가까운 수입에다가 그 지역이 회교국가여서 술이나 여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전혀 없어 돈을 낭비할 수도 없으니 버는 대로 족족 한국에 있는 마누라 통장에 자동입금이 되었다. 이때 몇 년간의 중동근무로 돈을 벌어 집도 사고 땅도 사고해서 부자가 된 이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반면 젊디젊은 나이에 남편과 몇 년씩 떨어져 있으니 넘치는 정념을 이기지 못하고 바람이 나는 여자도 많았는데 불행히도 K사장님 부인이 그 케이스였다. 더군다나 바람난 상대 남자가 주위에서도 유명한 바람둥이 제비족 이여서 삼류 주간지에 나오는 기사 원본처럼 몸 뺏기고 남편이 뜨거운 사막에서 죽을 고생하며 보내준 돈 다 뺏기고 더군다나 유일한 재산인 집까지 팔아서 그놈에게 갖다 바쳤다. 그리고는 남편이 돌아올 때가 되자 당시 어린남매를 내동댕이치고 그 정부 놈을 따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을 쳤는데 이도 모자라 남편 이름을 팔아 여기저기 빚까지 연 걸리듯 져놓고 도망을 쳤다. 


주변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얼마 후면 애기아빠가 돌아오는데 갑자기 돈이 조금 필요하네요. 돈이 없는게 아니지만 그동안 큰 적금을 들었는데 애기아빠 돌아올 때 쯤 만기가 되니 그때 돈 찾아서 갚아 드릴게요.” 라는 천편일률적인 말로 주변을 속였다. 기간 연장까지 해가며 죽도록 일해 5년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남매만 거지꼴을 하고 K사장님 여동생 집에 맡겨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빚쟁이 들이 달려들어 돈 내놓으라고 악을 섰다. 연놈이 작당을 하고 돈을 빼돌린 것이 틀림없으니 니 마누라 숨어있는 곳을 대라고 하며 가뜩이나 미칠 것 같은 가슴에 염장을 질렀다한다. 미친 듯이 아내를 찾아 헤매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고 낙심하다 못해 잘못된 생각을 한다. 마지막 남은 돈으로 남매를 잘 씻겨서 새 옷을 사 입히고 남매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짜장면을 중국집에 데려가 곱빼기로 먹인 뒤에 집에 돌아와 재운 뒤 연탄 화덕을 방에 들여다 놓고 깡 술을 몇 병이나 들이 키고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다행히 이웃이 우연히 이들을 발견하고 재빨리 신고를 하는 바람에 모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새로운 마음으로 누이가 살던 미국으로 건너와 오직 남매 키우는 것에 전념 하셨다 한다. 남매 모두 대학까지 졸업 시키고 시집장가 보내고 이제 재미있게 한 번 살아보자 생각했는데 30여 년 전의 악몽이 살아나 K사장님을 덮친 것이다. “딸년이나 아들놈은 지 애미가 한 짓을 잘 몰라요. 상처가 될까봐 제가 말 안했습니다. 그냥 성격차이로 헤어진 것으로만 알아요. 그래서 은근히 재결합 했으면 하는 눈치이고 딸년은 적극 권하기 까지 하는데 미치겠습니다. 그년이 무슨 낯짝으로 나타났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K사장님의 한탄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쯧!쯧!쯧!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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