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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이제야 늦복이 터졌네!

2021.07.21

 



                           이제야 늦복이 터졌네! 


 김복자 씨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필자를 잊지 않고 찾아와 의논을 하고 가시는 주요 고객이시다. 50대 중반이신 이분은 강원도 한 산골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5남 1녀 중 막내이자 외동딸로 태어났다. 워낙 노산이여서 당시 보기 드문 쉰둥이였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약해 늘 비실비실했다. 언제 죽을지 몰라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는데 비실비실 하면서도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다행히 죽지 않고 고비라는 3살을 넘겼고 그제 서야 조마조마한 마음을 내려놓고 면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했다한다. 


시골의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그러하듯이 계집애라고 학교는 갈 필요 없다고 해서 초등학교 몇 년 다니다 그만두게 되었다. 연로하신(?) 아버지는 김 여사님이 아직 열 살도 되기 전 돌아가셨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무서운 오빠들 보호 속에 자랐고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인 조카들과 함께 놀고 싸우며 자랐다. 엄마가 계시기는 했지만 집안주권은 처자식을 거느린 큰 오빠에게 있었고 한치 건너 두 치라고 조카들보다 늘 빠지게 차별 대우를 받으며 자랐고 구박 받는 막내가 가여웠지만 힘없는 늙은 엄마는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큰오빠의 아내인 큰언니는 김 여사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다. 시어머니가 앞에 있을 때는 대놓고 어쩌지는 못했지만 시어미니 가 눈에 보이지만 않으면 어린 시누이를 쥐 잡듯이 했다.


야단치고 구박하는 것은 예사요, 심지어 매까지 들었다. 밥 많이 먹는다고 때리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 “야 이년아 왜 그리 눈치를 봐? 남들이 내가 눈칫밥 먹여서 그렇다고 쑤근 거리잖아! 마침 늙은이도 장에 갔응께 한번 뒤지게 맞아봐라!” 라고 하며 머리채를 휘어잡고 회초리질을 했다. 나중에 늙은 엄마가 상처를 보고 사실을 전해 듣고 나면 집안에 큰 싸움이 났다. “아니 세상에 막되 먹어도 이렇게 막되 먹은 년이 있나? 시누이를 개 패듯이 패는 년이 세상에 어디 있냐? 내가 집안 시끄럽고 동네 챙피해서 참고 참아 왔는데 이년! 오늘은 아주 결판을 내자” 싸움이 커져 동네 사람들이 싸움구경 와서는 한마디씩 했다. “영감님 돌아가시고 완전히 콩가루 집안이 됐구나 쯧쯧쯧”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심했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늙은 엄마와 함께 둘째오빠, 셋째오빠, 넷째오빠네 집에까지 가서 살아 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천대와 구박뿐 어느 한집도 엄마와 자신을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엄마마저 돌아가시고 나자 이곳저곳 지방을 어린나이부터 떠돌게 된다. 의지할 곳 없는 젊은 처녀가 객지에서 살아가기에는 유혹이 너무 많았다. 결국 다방, 술집 등을 전전하게 되었고 삼류 소설처럼 겨우 모아 놓았던 돈들도 두 번에 걸친 양아치들과의 동거생활 속에서 다 녹아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김 여사님도 늙어갔다. 남편도 자식도 없고 형제들과의 연도 다 끊어진 고립무원의 세월 속에서 우연히 ‘아는 언니’ 가 ‘아는 동생들’ 과 말 그대로 “♫물 건너 산 넘고 바다건너 쎠쎠쎠♬” 먼 타국 땅 LA에 카바례식 나이트클럽을 인수 했다고 하며 도와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어머? 언니 내 나이가 몇인데 밤 생활을 할 수 있수?” 라고 거절하니 언니 왈 “얘! 이곳 LA는 우리 한국의 면소재지 수준도 안 돼! 40대면 영계야 얘! 아무소리 말고 와서 언니 좀 도와 줘” 라고 해서 팔자에 없는 비행기까지 타고 드디어 대망의 LA에 도착했다.


LA에 와서 보니 정말 너무도 촌스러웠고 사람들도 정말 촌스러운게 ‘아는 언니’ 말대로 70년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한다. 그런데 ‘세상일은 모른다’는 말처럼 김 복자씨의 LA행은 이분에게 눈꼽만치도 기대하지 못했던 크나큰 행운을 주게 된다. 한 순진한 홀애비가 있었다. 이민 온지 40년이 넘었고 평생 목수로 살아온 이이다. 20여 년 전 부인을 암으로 사별하고 아들하나 키우며 늙어왔다. 아들도 장가보내고 많이 외로웠다. 위인이 워낙 부지런하고 검소하여 365일 죽어라 일만하며 돈을 모았다. 쉴 수도 없었다. 쉰다 해도 하루 종일 아무도 없는 집에서 우두커니 TV나 보아야하니 심심했다. 차라리 일하는 게 낙이였다. 그러다보니 돈이 모였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365일 일만을 취미로 삼고 친구도 없이 살다보니 돈 쓸 일도 없고 돈 쓸 시간도 없었다. 


실내인테리어 공사를 전문으로 했고 워낙 꼼꼼히 성실하게 공사를 해주니 소개소개로 일감이 넘쳤다. 일하는 게 낙인 사람이니 공사속도도 빨랐다. 장씨성을 가진 분이여서 ‘LA 장목수’ 하면 타주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유명해졌다. APT도 여러 채 사서 세를 주었고 웬만한 고장이나 공사 등은 자신이 직접 해 주었기 때문에 임대수입이 짭짤했다. 알부자인 것이다. 이런 장목수가 사랑에 빠졌다. 우연히 친구 소개로 김 여사를 만났는데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만 하려고 만났는데 술을 한잔하며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다 보니 마음이 통했다. 김 여사가 비록 거친 인생항로를 겪어왔지만 마음이 순수하고 솔직한데다가 남에게 손톱만치도 피해를 주거나 의지 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착한 마음씨가 장목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서로 적당히 같이 무식해서 말이 잘 통했다. 장목수도 중학교 중퇴의 학력이었다. 김 여사도 장목수를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 결코 장목수의 재물이 탐이 나서가 아니었다. 이건 필자와 몇 번 상담하면서 털어놓은 속마음이니 거짓이 없었다. 김 여사님 드디어 늦복이 터진 것이다. 어렵게 살면서도 남에게 나쁜 짓한 번 안하고 살았으니 복받을만했다. 착한 김 여사님 말년에 대박 터졌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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