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에 만난 제비氏
이순진 여사님은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요즈음은 환갑이라 해도 예전의 나이 50에도 못 미칠 만큼 젊음을 유지하는 시대인지라 이순진 여사님도 아직은 젊음을 유지하고 계셨다.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여사님은 십여년 전 위암으로 남편을 사별하고 쭉 혼자 지내오고 계시다. 다행히도 직업군인이었던 남편이 남긴 연금과 적지 않은 보험금으로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여유가 충분히 돌 정도였다. 평생을 어떤 일도 해보지 않고 전업주부로 살아온지라 이 여사님은 세상 물정에는 매우 어두웠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오빠인 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결혼한 뒤 뉴욕에서 개업 중이고, 동생인 딸은 변호사로서 과년한데도 아직 미혼이다. 이런 이순진 여사님이 우연히 12살이나 아래인 띠동갑 제비氏를 만나게 되었다.
필자가 나중에 이 제비氏를 어떻게 만나셨냐고 물어도 이리저리 대답을 피하더니 마지못해 채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하셨다. (컴맹인 필자가 이해가 안됐던 점은 채팅을 통해 어떻게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남을 가지게 되는지? 였다. 이제라도 컴퓨터를 배워볼까?) 아무튼 어찌저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분은 남녀로서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한다. 처음 이 여사님 입장에서는 12살이나 어린 젊은 남성분이 저돌적으로 접근해 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자신이 젊어 보이고 젊은 남성에게 성적매력을 풍길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 묘한 기분이셨다 했다. 젊은 제비氏는 결혼에 실패하고 오랜 기간 여자 없이 홀로 살아왔다고 하며 첫 결혼의 상처가 너무 아파 그동안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외롭게 수도승처럼 살아왔다고 하며 이여사님의 동정심과 모성애를 자극했다.
제비氏는 여사님의 외모며 목소리, 몸짓 모든 것이 자신을 황홀(?)하게 하며 사랑이 끓어오르게 한다며 영원히 변치않을 것임을 맹세하며 끈질기게 구애를 하여 결국 여사님 마음을 정복 하는데 성공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어떤가? 진정한 사랑은 어떠한 장애도 극복할 수 있는바 진정한 사랑이라면 어떤 제약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사님이 오랜만에 필자를 찾아와 자신에게 남자가 생겼음을 이야기하며 12살 연하의 제비氏의 사주팔자를 이야기하는 순간 필자의 첫마디가 이랬다. “여사님과 이 남자분의 궁합은 그리 나쁘지 않은것 같지만, 문제는 이 남성분의 기질에 있다고 보는데 혹시 이 사람하고 돈거래는 없었습니까?” 필자의 첫마디에 다소 기분이 나빴는지 아무 대답을 않고 말없이 앉아 계신다.
필자 왈 “이 사람은 제가 보기에 성정이 맑은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간교하고 수단․수완이 뛰어나 임기응변과 언변이 뛰어나 사람을 이용하려는 기질이 강한 호방호색형 사주입니다” 라고 하니 이순진 여사님 그 순진한 얼굴에 당혹감을 보이며 안절부절 하신다.
얼굴이 빨개진 채 어쩌지 못하고 당황해 하더니 하시는 말이 “법사님 어떡하면 좋죠? 벌써 이 사람에게 건너간 돈이 20만불이 넘습니다. 자기일이 곧 풀리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하도 자신있게 이야기해서 꿔주었는데 어쩌면 좋죠? 그보다도 비즈니스 건으로 융자를 받는데 제가 보증까지 했으니 그게 더 큰 문제이네요? 아이고 어떡하면 좋죠?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라고 하신다. 이에 대해 필자가 충고한 말은 이렇다.
“어차피 꿔준 돈 20만 불은 받아 내려하지 말고 포기하십시오. 그 돈 받아내려 다가는 더 큰 돈을 뺏기게 됩니다. 사기꾼들 수법이 다 그렇듯이 20만 불을 갚으려면 어떤 일이 성사되어야 하니 더 큰 돈을 투자하면 총 투자한 돈의 몇 배를 갚을 수 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그 돈 20만 불도 갚을 길이 없다. 그러니 더 큰 돈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투자해라! 라고 하는 수법을 쓸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여사님 나이가 60이 넘었습니다. 아무리 젊어 보이신다 해도 ‘내가 꽃다운 나이도 아닌데 12살이나 더 어린 젊은 사람이 과연 진심으로 나를 사랑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까? 아무튼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제 말대로 꿔준 돈 20만 불은 포기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증선 문제에서 빠지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제 말을 꼭 명심하십시오! 자칫 잘못하면 말년에 쪽박 차고 길바닥에 나앉게 됩니다.
”필자의 단호한 말에 거의 울상을 하고서 눈물까지 글썽거리신다. ‘다 늙어 인생말년에 그깟 정념을 이기지 못하고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라는 표정이다. 허나 필자가 보기에 젊은 제비氏가 제대로 문 먹이를 그대로 놔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온갖 감언이설, 연출된 액션, 수단방법을 써서 이순진 여사님이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모든 단물을 완전히 쥐어짜듯이 빼먹은 뒤에야 뱉어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담실을 나서며 한 이순진 여사님의 말이 더욱 더 그런 생각을 확실히 했다. “선생님 말씀이 다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곧 서울에서 돈이 올 것 같다 했으니 일단 기다려 봐야할 것 같아요!” 이 말은 이순진 여사님 자신이 속은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꿔준 돈과 이 남자에 대한 미련이 남았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참! 다 늙어서 이게 무슨 개망신 이란 말인가? 제발 좀 자기 주제를 좀 알고 살아야 겠다. 이순진 여사님을 보면서 나이를 먹으면 먹어갈수록 나이에 맞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쪼록 더 큰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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