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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부메랑

2021.08.27

 




             부메랑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시는 김여사님 내외분은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남편이 부인보다 15살이나 연상이지만 두 분은 매우 사이가 좋은 잉꼬부부였다. 예전에 두 분을 처음 대면했을 때 서로가 주고받는 눈길 속에서 사랑과 배려가 듬뿍 묻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 되시는 김선생님은 젊은 부인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었고 젊고 예뻤던 부인은 남편을 너무나 존경하는듯했다. 김선생님은 큰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계셨고 꽤 규모가 큰 유통사업도 겸하고 있는 분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이란 책에도 소개될 정도의 재력가였다. 


두 분이 처음 만난 것은 김여사님이 아직 어린 나이인 대학생 무렵이었고 당시 김 선생은 유부남이셨다. 김선생님은 얼굴도 사나이답게 호걸형으로 생겼고 덩치도 우람한데다가 성격도 시원시원한 호걸형의 사내였고 ‘영웅호색’이라던가 여자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호색한이기도 했다. 우연히 이런 김선생에게 날씬하고 청초해 보이는 어린 김여사님이 눈에 띄였고 이런저런 수단으로 유혹하여 자기여자로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김선생이 당시 유부남이라는데 있었다. 자식도 아들, 딸 남매를 둔 상태였다. 허나 당돌한 김여사님은 자신 역시 이런저런 교묘한 수법을 써서 본처를 놀리고 괴롭히며 부부사이를 이간시켜 결국 본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끝에 김선생님을 남편으로 차지할 수 있었다.


어린 여자애 에게 갑자기 남편을 빼앗긴 김선생님의 본처는 너무도 억울했지만 영악하고 당돌한 김여사님을 당하지 못하고 분통을 터트리며 피눈물을 흘리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처와의 이혼문제가 정리되고 난 뒤 김여사님 내외분은 꿈처럼 재미나게 살았다. 슬하에 딸도 하나 두었고 부러운 것이 없었다. 다만 김선생님의 바람기 때문에 가끔 집안이 시끄러워지기도 했지만 능구렁이 같은 김선생님은 어린신부를 기가 막히게도 슬슬 구슬러 가며 잘도 넘어갔다. 딸까지 낳게 되자 김여사님도 남편의 선천적 바람기에는 체념하는 마음이 들어 둘은 무리없이 사이좋은 부부로 살아가는듯했다. 그런데 이 두 분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오랫동안 필자를 찾지 못하던 김여사님이 문득 필자를 찾았다. 


예전에 비해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고 ‘세월 피해가는 장사 없다’는 말처럼 이제 4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김여사님의 미모도 많이 시들어 있었다. 와서 하시는 말씀이 “예전에 백년해로 못할 것 같다던 선생님 말씀도 있고 해서 선생님 말씀대로 남편의 바람기는 체념하고 종교생활에 치중하며 딸 키우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인간이 스스로 떠나버렸어요.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지가 어린년과 바람이 나서 열을 올리다가 그년이 이 인간 혼을 어떻게 빼놓았는지 저보고 이혼 하자고 조르더니 변호사를 통해 이혼소송을 해버렸지 뭡니까? 아니 세상에 지보다 30년 이상이나 어린년 에게 혼이 쏙 빠진 것 같습니다. 


세상에 기가 막힌 것은 서른도 안 된 어린년이 저보고 늙은것은 이제 물러나라고 하네요. 세상에 이런 당돌한 년이 어디 있습니까? 기가 막혀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더군요!” 라고 하더니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생겼던 헤프닝을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요점은 30년 이상이나 나이차가 나는 저것들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 어린년이 당돌하게 자신을 도발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예전에 김선생님 본처에게 그렇게도 교활하고 못된 수법으로 당돌하게 공격하던 자신의 옛 모습은 기억하지 못하고 새로 등장한 어린 계집애의 당돌함에 혀를 차는 모습에서 예전의 김여사님이 김선생님 본처에게 했던 악행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그대로의 모습이여서 놀라웠다. 


성경말씀 중에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마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날는지 네가 알 수 없느니라” 라는 말씀이 있다.(잠언 27장 1절) 하루아침에 갑자기 입장이 이렇게 뒤바뀔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을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는 만고의 진리가 있다. 즉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나중에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옳지 못한 악한 행동은 훗날 자신에게 또는 후손에게 악업(惡業)이 되어 반드시 되돌아온다. 그런데 필자가 이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러니 하게도 “김선생 그 양반 정말 대단한 양반이다. 대단한 정력가이고 대단한 수단을 지닌 사내구나!” 라는 생각이 언뜩 들었다는 점이다. 


절대로 그의 호색이 부러워서가 아니고, 젊은 여자들을 끊임없이 끌어 들이고 바꾸는 것이 부러워서가 아니고, 그의 변치않는 바람둥이로서의 장인(?) 정신이다. ‘♫평생 오직한 길 호색의 길♬’ 사람이 살다보면, 나이가 들다보면, 생각도 다소 바뀌고 따라서 행동도 다소 바뀌게 된다. 자신도 딸이 있으면서 딸같이 어린 여자에게 욕심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정상적인 사람 같으면 남들의 이목도 있고 특히 가족들, 특히 자식들 눈치가 보여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은데 이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저질러 버리고 보는 그의 과감성을 보면서 염치가 없어서인지, 뵈는게 없어서인지, 무지해서 그런것인지 모르겠고 훗날 김선생이 지금보다도 더 늙었을 때 이때는 어떻게 회고할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렇듯 여러 여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으니 필자가 보기에 김선생도 똑같은 아픔을 여자에게서 겪을 수밖에 없을 것 이라 보였다. 30년 이상 어린 그 젊은 여성분이 세월이 흐른 뒤 이제는 늙고 힘 빠진 늙은 영감을 얼마나 계속 예뻐해 주겠는가? 김여사님이 김선생님 본처에게 행한 악행을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받았듯이 늙은 김선생님도 틀림없이 어떤 형태로이든 자신의 악행에 대해 부메랑을 맞을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선한 생각과 선한 말 선한 행동을 평소에 실천하여야 이것이 쌓여 후에 나나 내 후손에게 덕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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