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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도는 女人

2021.08.31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도는 女人 


 여자나이 50대 중반이 넘으면 옛날의 경우 손주들 재롱 보며 늙은이 행세를 할 나이건만 이 나이가 되도록 화류계 신세를 못 면하고 두터운 화장으로 깊게 패인 주름을 억지로 감춘 채 억지웃음을 팔아야 하는 가여운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필자가 처음 황여인을 만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구질구질 비가 내리던 LA의 우기인 연말 즈음 어느 날 50대 중반의 여자분이 필자를 찾았다. 짙은 화장 속 풍기는 陰氣(음기)는 이분의 보통의 여염집 부인네가 아님을 느끼게 했고 깊은 허스키한 목소리는 오랜 세월 담배연기에 절은 듯 했다.(유별나게도 여성분들의 경우 오랜 세월 흡연생활을 할 경우 거의 대개가 성대를 상해 깊은 허스키 목소리가 되는 것을 필자는 오랜 임상 끝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 일단 생년월일을 물은 즉 1962년 음력 7월 10일생 이라하며 시간은 정확히 모르나 해지기 1시간 전쯤이라 들었다한다. 당시 7월 10일 날의 일몰시각을 보니 여름절기라 해가 길어 7시 33분경 해가 졌으므로 그전인 5시-7시 사이로 보고 酉時로 추정했다. 고로 사주팔자는 壬寅年 戊申月 己卯日 癸酉時가 되었다. 이 팔자를 일람해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관살혼잡형 사주로 일부종사 못하는 사주요, 사주에 탁기가 심하니 상관견관(傷官見官) 관살혼잡하며, 신약무인(身弱無印)이다. 한마디로 부모형제 복도 없으며 남편복도 없는데다가 재물복도 없으니 어디 눈 씻고 보아도 의지할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용신(用神)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의 천격 사주팔자가 되었다. 사주 속 연지 寅木과 월지 申金이 寅申冲(인신충)을 하고 있고 일지 卯木과 시지 酉金이 卯酉冲(묘유충)을 하고 있어 뿌리가 흔들리는 구조이니 평생을 역마살 끼어 여기저기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돌게 되는 인생이다. 


이 정도로 팔자가 쎄면 돈 복이라도 있어 돈에다 라도 의지하고 살아야 하겠는데 재성이 겁재에게 날아가 버리는 팔자이니 재물을 모으기도 어려운 판에 조금 재물을 모으면 형제들이 모두 물어가는 팔자이다. 성적인 도덕관념도 전무해 보이니 전형적인 창기의 팔자가 되었다. 처음 필자가 본 인상 대로인 팔자를 보고 무어라 상담을 시작해야할지 난감 했으나 보이는 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 솔직히 용감 무식하게 이야기해서 욕도 실컷 먹는 것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구도원 스타일’아닌가? 욕을 해도 할 수 없지! 필자 왈 “팔자가 아주 맑지 못하고 탁하게 나옵니다” 라고 첫말을 떼니 고릴라 같은 인상의 이 여자분 낼름 말을 가로채서 “팔자가 쎄다는 말이지요? 이년팔자 쎈 것은 내가 아찌(?)보다 더 잘 아니까 보이는 대로 얘기해 봐요. 딱딱딱(껍씹는 소리)” “부모형제 복 없으니 가난한 집안의 큰딸로 태어나신 것 같고, 학령기운이 약하니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하시고 주렁주렁 달린 동생들 뒷바라지에 청춘은 다 지나가고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을 하셨을 겁니다. 이런 남자 저런 남자 수없이 만나 봤겠지만 지금까지 쓸만한 놈은 한 놈도 없었다고 보여 집니다. 동거생활은 여러번 해보았겠지만 정식결혼은 한 번도 못해 보신 것 같고 금전운도 약한데다 돈이 조금모이면 동생들이 다 뺏어가는 판이라 지금까지 변변히 목돈한번 못 모아 보셨을 거고...” 까지 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팽” 하는 큰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보니 이 여자분 코를 풀고 계시다. 


아니 눈물콧물을 함께 풀고 계시다. 몇 번이나 코가 터져라 “팽팽팽” 하더니 갑자기 코맹맹이 소리로 “아~ 정말 아저씨 웃긴다. 어떻게 내 옆에서 따라 다니며 본 것처럼 말하네? 아~ 웃긴다! 그런게 정말 사주팔자에 다 나오나보죠?” 라고 하더니 필자를 쳐다보는데 필자는 기겁을 했다. 마스카라가 번져서 눈 주위에 퍼져있고, 얼굴에는 검은 줄이 여러개 내리 그려져 있고(눈물자국), 입 주위는 날짐승이 사냥을 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고기를 물어뜯은 듯 온통 빨갛게 번져있다. 사람의 형상이 아닌 괴물의 형상이다. 섬짓한 느낌이 들었다. 


이분은 충남 태안이 고향인 분이다. 필자의 고향도 천안이기에 동향인 셈이다. 이분은 필자가 분석한대로 가난한 농사꾼 집안의 8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계실 때에는 가난하지만 굶을 지경은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폐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신 뒤에는 주렁주렁 딸린 동생들 뒷바라지에 이분과 이분의 어머니는 등이 휠 지경이었다 한다. 낮에는 동네인근 공장에 취직을 하여 일하고 저녁에는 읍내 식당에서 죽어라 일을 해도 10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차에 고향선배 언니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자신은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리 힘들이지 않고 많은 돈을 번다고 꼬득여 이분을 부산에 데려가 다방에 취직을 시킨 뒤 고향선배 언니는 소개비만 받아먹고 도망 쳤다한다. 이때부터 이분의 파란만장한 객지 생활은 시작되었다. 


이곳저곳 여러 다방을 전전 하였고 티켓 다방이라고 하여 차를 배달시키면 몸도 배달(?)시켜야 하는 지방의 여러 읍내 다방을 전전했다. 그래도 엄마와 동생들 생각은 끔찍해서 이렇게 버는 돈의 대부분을 집에다 송금시켜 동생들 공부를 시켰는데 돈이 조금 모일만 하면 동생들 중 누가아파서 병원비로 나가고 또 이렇게 저렇게 애를 써서 돈을 다시 모아놓으면 어떤 놈이 사고 쳐서 합의금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런저런 수없는 사건사고로 돈을 뺏기게 된다. 이리저리 몸뚱이를 굴리며 살다보니 이제는 늙고 병도 들어 세상 살기가 싫어져 동맥을 끊은게 2번, 수면제 마시고 죽으려 한게 3번, 총 5번의 자살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한다. 이러다가 어떤 인연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고 모 나이트클럽의 여급으로 일하던 중 이제는 늙어 손님들에게 이들 용어로 뺀찌(동석을 거절당하는 것)당하기 일쑤여서 다 때려치우고 달라스에 있는 맛사지팔러로 나서기로 한참에 이래저래 마음이 시끄러워 필자를 만나러왔다 한다. 참으로 가여운 인생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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