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지 앞날도 못 보는 것이 무슨 도사?

2021.09.01





           지 앞날도 못 보는 것이 무슨 도사?


  1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LA에서 발간되는 모 중앙지에 가십성 기사가 난 일이 있었다.   LA에서 활동중인 한 유명한 여성 무속인이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집에 도둑이 들어 그 동안 상담을 하여 모아두었던 큰 돈과 패물 등을 몽땅 도둑맞은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그 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지 앞날도 못 보는 점쟁이가 무슨 사람들 운명을 이야기하나?"라고 하면서 이 무속인을 비웃고 이로 인해 무속인은 돈이나 패물보다 더 중요한 신망을 잃어 영업상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는 기사였다. 


명성이 알려진 운명 상담가는 항시 익명의 다중을 상대 하여야만 한다.  그 속에는 온갖 사건과 사람이 잠복하고 있어서 100번을 잘하다가도 1번을 실수하면 "그러고도 니가 다른 사람 운명을 이야기할 수 있냐?" 는 비아냥과 조롱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무척이나 외롭고 고난도의 직업이다.  운명 상담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은둔이다.  가능하면 남들에게 일상적으로 노출을 삼가해야 하나 사람인 이상 사람이 그리울 수밖에 없고, 사람과의 만남이 있을 경우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주면 좋은데 사적인 만남의 자리에서조차 끊임없는 상담성 질문을 받게 되어 사적인 자리조차 일의 연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피곤을 푸는 휴식의 자리가 아닌 긴장을 더하는 자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사적인 만남을 자꾸 회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점차 외로워지는 것이다.  제 아무리 신통력이 있다 해도 인간인 이상 피곤한 상태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사주 명리학으로 운명을 풀이하는 필자와 같은 경우 공식에 대입하여 풀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운명상담가도 사람인 이상 매사 행동 하나하나 자신의 운을 점쳐가며 살 수는 없다.  허나 일반인들은 이를 인정치 않는다.  <초한지>에 보면 유명한 도사들이 등장하는데 장량과 한신이 그들이다.  유방을 도와 세상을 평정한 뒤 장량은 미련없이 도망가 산속에 숨어 목숨을 건진 반면 한신은 유방과 풍진세상을 향유하려다 목숨을 빼앗기는 '토사구팽'을 당하고 만다.  실패한 도사의 전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패한 도사의 대표적인 예가 홍계관이다. 홍계관은 조선 명종 때의 유명한 신복자이다.  명종에게 불려가 실력을 테스트 받았는데 모년 모월에 임금에게 좋지 않은 화가 닥칠 것이니 이때 목숨을 건지려면 용상 밑에 몸을 숨기면 화를 피해갈 수 있다고 예언하였다.  명종은 그 당시는 알지 못했으나 이때 암살 모의가 있었고 그로 인해 목숨을 건졌으나 왕은 미심쩍었다.  홍계관을 다시 불렀고 마침 난간 끝을 가로질러가는 쥐가 보였고, 왕은 홍계관에게 지금 지나간 쥐가 몇 마리인지 알아맞혀보라 명하니 홍계관은 공손히 "세 마리의 쥐가 지나갔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왕은 화를 내며 "지금까지 너는 나를 능멸하였고 망언으로 왕의 체면을 손상시켰다." 라고 한 뒤 홍계관을 참수시키라 명령했다. 


홍계관은 형장에 끌려가면서도 분명히 자신의 점괘에는 셋으로 나왔는데 왜 자신이 틀렸는지를 깨닫지 못해서 매우 억울했다.  홍계관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목숨에 대해 점을 쳐보니 잠깐 동안이라도 형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다시 살아날 방도가 있는 것으로 나오자 형리에게 애걸복걸하며 시간을 조금만 지연시켜 달라고 했다. 한편 홍계관을 압송시킨 뒤 왕은 그 쥐를 잡아 살펴보니 유독 쥐가 뚱뚱해 보여 배를 갈라보니 뱃속에 두 마리의 새끼 쥐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 왕은 매우 놀라 급사를 보내 형을 정지시키라 명했다.  급사가 말을 몰아 달려가서 형장에 거의 이르러 보니 먼 발치에서 홍계관이 아직 집행 당하지 않았음을 보고 기쁜 마음에 소리치며 손을 흔들며 집행을 중지하라 신호했다.  이때 형리는 홍계관의 간절한 부탁으로 형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먼발치에서 급사가 달려오면서 뭐라 소리치자 처형을 하지 않고 꾸물거렸다는 것에 대한 질책인줄 알고 홍계관의 목을 달랑 쳐버렸다.  이렇게 해서 유명한 신복자는 자신의 구명에 실패했다.   급사가 그렇게 다급하게 유난을 떨며 다가오지 않고 조용히 다가만 왔어도 홍계관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미래에 펼쳐지는 운명의 예지는 큰 틀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하나 그 순간순간의 작은 변수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홍계관이 시간을 조금 이마나 지연시키면 죽을 시기를 피해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갖춘 유명한 신복자 이지만 결국 자신이 맞이하는 재앙을 피해가지는 못한 것이다.  


자신의 구명에 실패하는 유명한 도사 중 한 명을 더 예로 들자면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을 들 수 있다.  천기, 역법 등 수퍼스타급 도사인 제갈공명이 자신의 명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산에다 제단을 쌓고 주위에 촛불을 밝혀 자신의 구명에 나섰으나 부하장수 '위연'이 보고를 위해 급히 뛰어드는 바람에 촛불이 넘어져 구명에 실패하자, 한탄하며 내뱉은 말이 "천명은 어찌할 수 없구나!" 였다.  제갈공명 역시 자신의 명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한계를 드러내는 나약한 한 인간일 뿐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날고기는 신출귀몰한 재주를 지닌 도사(道士)라도 자기의 명(命)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또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는 현저히 적중도가 떨어진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 까? 그것은 바로 객관성이다.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철히 운을 조명했을 때 비로소 올바른 판단이 나온다. 


그러나 도사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주관적 감정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외과의사도 자신의 자식을 수술하기는 어렵다. 자기자식의 배를 가르고 침착하게 냉정한 태도로 집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라는 말이 있다. 도사라 호칭될 수 있는 역학자들 역시 자기자신에 대해서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자기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이나 부모형제 심지어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에게까지도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과 가까운 이에 대한 운명예측은 빗나가기 쉬운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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