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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取物法 (취물법)

2021.09.03




                         取物法 (취물법) 


 어떤 분야이던 한 가지에 열중하여 그 정(情)과 성(誠)이 극도에 이르르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 눈을 뜨고 뻔히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경지에까지도 달하게 된다. 조용필은 노래와 작곡에 평생을 바쳐 道를 튼 이이고, 조훈현은 바둑을 통해 도(道)에 이른 이이며, 고(古)백남준은 비디오아트를 이용해 예술의 道에 이른 이이다. 어떤 분야이던 그 분야에 정과 성을 다하면 그 속에서 우주 삼라만상변화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바 이 세상의 어떠한 분야 즉 고상함과 비천함 규모의 웅장함과 왜소함에 상관없이 우주질서의 기본원리인 음양오행의 원리가 지배하기에 이는 당연하다 할 것이다. 도를 닦는 이중에 주문과 부적 또는 정신집중을 통해 얻는 다양한 정신적 능력을 개발하는 左道法수련중에 얻을 수 있는 (약간 정도에서 벗어난 기발한) 능력이 여럿 있는바 그중에 둔갑법이 있는데 이는 주문통령으로 은신(몸을 숨기는것), 장신(몸을 감추는것), 취물(물건을 가져오는것), 분신(몸을 여럿으로 나눔) 등이 있다. 이중 取物(취물)법과 관련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옛날 시장터에서 배를 파는 배장수가 있었다. 이 배 장수는 어찌나 인색한지 지독한 노랭이로 소문이 나서 평판이 좋지 못했다. 어느 날 지나가던 남루한 행색이 거지같은 노인이 목이 몹시도 타다며 배 한 개만 적선할 것을 배장수에게 애걸하였다. “지금 이 늙은이가 목이타서 죽을 지경이니 사람 목숨하나 구해준다 치고 배 하나만 주시구려!” 인색한 배장수는 “저리 비키지 못해! 어디서 빌어먹던 늙은이가 귀한 배를 함부로 달라는 게야! 저리 썩 못 비켜!” 하면서 빼빼마른 늙은이를 밀쳐 패대기쳤다. 주변 사람들은 배장수가 해도 너무한다며 늙은이를 측은해했다. 나가 떨어져있던 노인이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배장사 주위에 있던 누군가 먹다가 뱉어버린 배 씨 하나를 찾아내어 땅을 파고 배 씨앗을 묻었다. 그런데 놀라웁게도 씨앗을 묻자마자 싹이 땅을 뚫고 나와 가지가 생기고 잎이 무성해지더니 곧 수많은 배가 주렁주렁 열렸다. 노인은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불러 인심 좋게도 배를 나눠주어 먹게하고 잔뜩 싸가지고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노인을 바라보자 노랭이 배장사도 이 희한한 광경을 구경하다가 자기 수레로 돌아와 보니 배가 모두 없어지고 빈 수레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이야기는 일종의 신술(神術)을 동원한 눈가림식 장난에 불과한 재주인데 일종의 마술이라 할 수 있으며 인도에 가면 지금까지도 시골장터에 이러한 장난을 보여주며 돈을 버는 이가 얼마든지 있다. 인도의 유명한 요기들의 수기를 읽어보면 거의 틀림없이 이 取物(취물)의 재주를 부리는 요기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람들 앞에서 빈손을 마주치며 부비면 시계, 금반지, 금 팔지 등등 귀금속이 쏟아지고 손으로 들고 올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어떠한 것도 손으로 만들어 내는바 이는 일종의 도둑질에 불과하다. 고금을 물론하고 진정한 도를 닦는 도인은 이런 취물의 장난은 그저 작은 장난거리로 하다가 그만두지 이를 이용해 재물을 취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소설 단(丹)의 실제 주인공으로 화재를 모았던 봉우선생도 이러한 取物에 대한 일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바가 있는바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공주읍에 봉우선생의 친구인 한의사 서기원氏가 살고 있었다. 봉우선생과 서기원氏 외에 몇몇 친구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가 말하기를 공주 읍내장터에서 술장사를 하는 김성문이라는 이가 있는데 그 집에서 일하는 일꾼 하나가 취물의 재주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야기를 하자 모두들 호기심이 일어 그것을 한번 확인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 결국 사람을 보내 그 일꾼을 서기원氏집으로 불렀는데 그는 50대의 사내로서 비범해 보이는 것은 눈꼽만치도 없는 평범한 이였다한다. 모두들 그에게 재주를 보여 달라고 하며 이왕이면 술 한상을 차려내라고 요청하였다. 솜씨를 한번 보여 달라고 이사람 저사람이 하도 다구치니 이 일꾼은 씩 웃더니 잠시 동안 사랑방문을 열지 말고 절대로 내다보아서도 안된다고 누누이 부탁하더니 마루로 나가 잠시 부석 부석이는 소리를 내었다. 


잠시 후 일행이 문을 열어보았더니 문밖 마루위에 정말로 술 한상이 제대로 차려져 있었다. 그동안 대문은 닫혀 있었고 아무도 왕래한 사람이 없는데 신기한 일이였다. 그 술을 다 즐겁게 안주와 함께 먹고 나니 역시 문을 열지 말라고 하며 술상을 마루로 들고 나갔는데 잠시후보니 술상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한다. 하도 신기한 일이여서 몇 시간 뒤 장터 술집에 들려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바로 상이 차려지던 그 시각에 잘 차려놓은 술상하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졌다 한다. 그리고 한 참 뒤에 보니 귀신도 곡할 노릇이 다 먹고 빈 그릇과 빈 술병만 놓인 상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으로 보고 경험하여도 믿지 못하는 일을 누가 누군가의 말만 듣고 취물을 믿을 것인가? 따라서 봉우 권태훈옹의 별명은 ‘권 뻥’이였다 한다. 은신과 장신 취물, 분신하는 道人들 이야기를 진지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니 고향 친구들조차 “뻥쟁이 권가” 라고 치부했던 것이다. 


얼마 전 인도의 유명한 요가 스와미라마의 자서전에서 보니 수행하던 시절 만났던 취물의 대가인 요기의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이 요기는 무엇이든 원하는 물건은 바로 눈앞에서 대령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니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하게 하였는데 이 취물의 재주는 예전에 우리나라 도인들이 보여주었던 취물의 원리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재봉틀이 눈앞에 나타나면 반드시 어딘가에 있는 재봉틀 가게에서 재봉틀 하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져 주인을 어리둥절하게 하였으며 금반지가 눈앞에 대형하면 반드시 어느곳 금은방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금반지가 사라졌던 것이다. 따라서 이 취물은 도둑질이 될 수 있기에 예전부터 이런 재주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경우 반드시 신벌이 내려 그 탁한 재주를 보인이가 죽거나 병신이 되므로 조심해야 했다. 우리나라에 있어 이 취물의 전설적 명인(名人)은 전우치로서 전우치는 조선조 중엽을 대표하는 피동수련 술객의 대명사와 같은 이였다. 각종 변신술과 특히 취물에 용했던 전우치가 요즈음 들어 새삼 부각되어 영화나 TV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늘은 듯하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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