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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궁합은 좋으나 현실이 문제다.

2021.12.21




                     궁합은 좋으나 현실이 문제다.  

                                  -理判(이판)과 事判(사판)의 차이-


 필자가 K양을 처음 본 것은 벌써 10여 년 전이었다. 당시 엄마를 따라왔던 고등학생 어린 소녀가 이제는 30을 넘긴 숙녀가 되어 다시 필자를 찾았다. K양은 작은 키에 아담한 체구였지만 무척이나 총명하고 다부져 주위에서 ‘또순이’라고 부를 정도로 처신이 명확했다. 얼굴은 아주 미인형은 아니지만 누가 보아도 귀엽다고 할 수 있는 친밀감을 주는 인상이었고, 학업성적도 우수하여 동부의 아이비리그 명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가 되었다. 필자의 고객 중에는 변호사가 많아 이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기회가 많았는데, 변호사라고 다 같은 변호사가 아니었다. 


어떤 변호사는 능력이 없어 취직을 못해 수년째 마누라 눈치보며 백수로 지내는 변호사도 있었고, 어느 변호사는 자기 능력을 생각지 않고 사무실만 쩍하니 크게 벌려놓고 감당을 못해 빚에 쪼들려 극단적인 생각도 하는 변호사까지 보았다. 반면에 “큰 사업가도 아닌데 무슨 변호사가 이렇게 돈을 벌었어?” 싶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변호사도 보았고, 필자의 오랜 고객인 한 부부 변호사의 경우 여자분은 한인이고 남편은 유태인이었는데 이들은 희한하게도 이혼전문 변호사였다. 주로 할리우드 스타나 스포츠 스타 등의 이혼을 전문으로 취급했는데 한 달 수입이 몇 백만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이렇듯 변호사도 찌질이 변호사부터 최상급 변호사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하기사 희귀성氏를 지닌 한 한인 변호사놈은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이민사기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 전공이니 변호사의 격도 가지각색이다. 


K양은 다행히도 능력을 인정받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유명한 로펌에 취직이 되어 초봉 16만 불이라는 좋은 대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런데 똑똑해서 어느 면으로나 일처리와 행동이 똑 부러지는 K양도 이성 문제에서 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우연히 한국에서 건너온 A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A군은 미국에 영화‧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건너온 청년이었다. 한국에서 잠깐 연극도 해 보고 영화에도 출연한 바 있는 그야말로 아주 잘생긴 청년이었다. 키도 185cm가 넘고 날씬 하면서도 다부진 체격에 (K양이 관상을 보아 달라며 자기 전화기속에 있는 사진을 보여줘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눈도 크고 코도 크고 입도 시원하게 쭉째진 쾌남아 스타일의 같은 남자인 필자가 보아도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허나 관상으로 보나 K양이 알려준 A군의 사주팔자로 보나 재물은 없어 보였다. 실제로 A군은 재물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저 연극과 영화일이 좋고 이쪽 분야에서 평생을 하겠다는 열정뿐이라 했다.


 K양이 부모님에게 A군을 소개하자 당연히 K양 부모는 A군을 반대했다. K양 부모님 왈 “사람은 착해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둘이 맞지 않는다” 고 했단다. A군의 집이 가난하고 A군이 돈 버는 능력이 없고, 연극‧영화에만 미쳐있으니 어느 부모라도 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K양과 A군의 사주팔자를 뽑아놓고 둘의 궁합을 보니 더 좋을 수 없이 잘 맞는 찰떡궁합이었다. 겉 궁합(정신적인 합) 즉, 둘이 서로 대화가 잘되고 뜻이 잘 일치하는가? 를 보여주는 멘탈 하모니도 合(합)을 이루고 있었고, 남녀 관계에 있어 육체적인 합을 뜻하는 속궁합도 역시 합을 이루고 있고 두 사람의 자식을 뜻하는 시주(時柱)도 합이 있어 이리저리 보아도 둘은 이른바 ‘찰떡궁합’이였다. 허나 현실이 문제였다.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듯 두 사람이 결혼하였을 때 잘 살 수 있을까? 를 운적인 측면에서 궁합으로 풀이해보는 것을 理判(이판)이라 할 수 있고, 현실적인 면 즉 상대방의 학력이나 경제적인 조건, 기타 가정환경 등을 판단하는 것을 事判(사판)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판사판’하면 ‘살기 아니면 죽기’식의 사판을 事判이 아닌 死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여기서의 사는 死가 아닌 事이다. 事判은 현실적인 판단을 말한다. 理判은 운적인 판단이므로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공부한 역술가들의 몫이다. 事判은 필자와 같은 역술인의 몫도 아니고 판단할 수도 없다. 그것은 현실적인 판단이므로 당사자들의 몫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두 남녀의 궁합이 아주 좋게 나왔다고 해서 한쪽은 직업이 의사, 약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인데 상대방이 길거리를 뒹구는 홈리스라면 아무리 찰떡궁합이라도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반대로 어떤 이들의 현실적인 조건이 너무 잘 맞아 궁합을 보았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흉살이 끼여 반드시 망하거나 한쪽이 죽는다는 흉한 궁합의 결과가 나온다면 이 또한 찝찝해서 결혼하기가 꺼려질 것이다. 현실적인 판단 즉 事判을 해보았는데 서로가 어느 정도 잘 맞는 것 같고, 운적인 판단 즉 理判인 궁합을 보았는데 궁합도 무난하게 나왔다면 이판사판 아무 문제없으니 홀가분하게 기쁜 마음으로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결혼에 있어 현실적인 것만 너무 따지지 말고 궁합을 참고하여야 하며, 또한 궁합만 너무 따지지 말고 현실적인 면도 참고해서 판단 하여야 실수가 없을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궁합에 50% 정도로 비중을 두고 현실적 조건에 50% 비중을 두어 점수를 매긴 뒤 두 점수를 합쳐 판단해 보는 것이 결혼에 대한 현명한 판단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수없이 많은 남녀의 궁합을 보아오면서 이런저런 많은 상황을 경험 했는바 아무리 궁합이 좋아도 현실적으로 너무 맞지 않는 조건을 지닌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것을 보기 어려웠고, 현실적인 조건이 너무 잘 맞는 부부가 궁합이 아주 좋지 않았을 때 백년해로 하는 것도 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양자를 잘 절충하여 판단했을 때 실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K양이 걱정되었다. 저렇게 A군을 좋아하는데 과연 K양이 부모말씀을 듣고 A군을 포기할 수 있으련지도 문제였고, K양이 크게 결심하여 A군을 포기한다 해도 그 상처를 어찌 달래련지! 혹시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고 A군을 선택했을 때 부모님과의 갈등을 어찌 감당해 낼 수 있으련지! 딸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남의 일 같지 않음을 어쩔 수 없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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