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044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한 역술가와 신승(神僧)의 만남

2021.12.22

 




               한 역술가와 신승(神僧)의 만남 


 옛적 경상북도 인동에 조씨성을 가진 오로지 역술로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가 살고 있었다. 그의 점 쾌는 대단히 신묘해서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다. 어떤 이가 찾아오면 묻기도 전 “잃어버린 소는 동쪽 방향의 개울가에서 풀을 뜯고 있을 테니 그리 가보시오” 라고도 했고 어떤 이에게는 “옆집 머슴 놈 하나가 밤마다 마실 을 다니니 그놈이 당신 마누라를 훔치고 있구려” 하는 식이였는바 한 번도 어긋남이 없었다. 이러다보니 인근에 명성이 자자했고 천리 길 먼 곳에서 몇 날을 거쳐 찾아오는 이도 흔했다. 임진년이 가까워지자 그는 왜란이 아주 크게 있을 것임을 쾌를 짚어 알아내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쾌를 짚어 왜란이 크게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아낼 수 있었지만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알 수 없어 고심했다. 나라의 안위도 걱정이 되었지만 정작 더 큰 걱정은 자신의 안위였다. 가만히 자신의 운을 짚어보니 임진년 이후에 자신의 운이 크게 나빠지는바 무사히 이때를 어떻게 하면 넘길 수 있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으나 그 길이 보이지 않아 낙담하였다. 


‘중이 지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이 남의 문제는 해결책이 척척 보였는데 정작 자신의 문제에서는 문이 닫힌 것이다. 이러던 어느 날이었다. 인근 고을의 큰 대갓집에서 병점을 보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집의 독자 아들이 병이 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병의 차도가 있을 것이며 이후 언제나 회복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신중히 쾌를 짚은 뒤 독자의 아버지(환자의 아버지)에게 병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치료가 되며 언제쯤 쾌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윗방에서 하룻밤 유숙하던 스님이 이 소리를 듣고는 잠꼬대하듯이 ”옳지! 그렇지 그래! 아는 소리를 하는구나!“”라고 하였다. 조씨는 이 스님이 비범한 신승임을 알아차리고 정중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곧 일어날 왜란에서 제가 무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스님!” 라고 하며 간청하였다. 


한참을 바라보던 스님은 아무 말 없이 종이쪽지에 구용중(口容重)이라는 석자를 써서주며 아무 말 없이 길을 떠났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쫓아가며 계속 물었으나 “천기를 더 이상 발설 할 수 없다! 그건 네가 알아 보거라!” 라고 하며 더 이상 쫓아오지 말 것을 거듭 이야기하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뜻을 알 수 없어 몇날 며칠을 고심 하였는데 마침 자신에게 아무 일 없이 난이 끝나자 인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때 즈음 거의 같은 시기에 인동으로 돌아온 한 백정이 있었다. 난리 통에 상‧반의 개념이 무너지고 전장에서 공을 세운 자는 면천을 시켜주는 등 당시 계급제도가 크게 무너졌는데 이 백정은 “난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천한 업을 하고 있었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했지만 지금은 천민이 없는 새로운 세상이 되었으니 나도 이제부터는 양반이 되어 대접받고 살아야겠다. 전장에서 적을 여럿 죽여 나도 이제 양반이니 당장 이웃에 사는 조양반이 나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까?” 싶어 피난 인사 겸 조씨를 방문하였다. 


이런 눈치를 모르는 조씨는 난리가 나기 전 종전대로 “너도 무사했더냐?” 하고 반말을 하였다. 백정은 이 반말을 유감삼아 그날 밤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서 조씨를 칼로 찔러 죽였다. 입놀림을 신중히 하는 것이 악운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조선민담 집에 전하는 내용이다. 임진란 때 아비규환을 겪으며 신분제가 크게 흔들렸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세상이 수상 할수록 언행을 극히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그토록 뛰어난 역술 실력을 지닌 조씨가 어찌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는가? 에 있고 신승은 어찌하여 상세히 그 방법을 설명해 주지 않았는가? 에 있다. 


실제로 세상에 크게 이름을 떨친 역술의 대가들도 종종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쾌를 잘 짚어내지 못하는 바가 종종 있어왔다. 자신이나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스스로 경계하여도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있고 이 경우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해 객관성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역술의 대가도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도반(같이 공부한 동료)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명한 외과의사라고 자신이 직접 자식의 배를 가르고 하는 생명이 걸린 수술을 못하는 이치와 같다. 


필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도 이런 원리를 모르고 필자에게 운을 상담해 줄것을 요청하는 이들이 여럿 있는데 그때마다 이를 거절하느라 애를 먹는다. 어떤 이 들은 이 문제로 필자에게 삐지신 분들도 있는바, 혹시라도 이글을 보면 필자를 이해하고 마음푸시길 바란다. 미워서 운을 안 봐 준 것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역학계 에서는 예전부터 도반끼리 서로의 운을 크로스 체크하는 관례가 있었다. 서로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도반들끼리 상대의 운을 보아주는 방식인데 상기한 이런 이유 때문에 생긴 관습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신승의 애매모호한 예언의 태도는 천기를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하늘에 대한 의무감과 중생을 가여 워 여기는 측은지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여기까지 알려 주었으니 그걸 깨달아 화를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는 그 또한 네 운명이라는 생각’이였을 것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하는 사연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