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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개망나니 자식을 감싸는 母情

2021.12.30

 




                  개망나니 자식을 감싸는 母情  


 하늘과 사람 즉 자연과 인간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사람의 운명은 그이가 지닌 사주팔자에 의해 정해지지만 특별히 선한 사람이나 특별히 악한 자에게는 사주팔자의 개념을 떠나 하늘이 특별히 돕거나(天友), 하늘이 특별히 벌을 내리기도(天罰)한다. <해동잡록>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고성사람 황신은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 정성이 너무도 지극하여 주변에서 더할 나위없는 효자로 칭송이 자자했다. 어머니를 정성을 다하여 알뜰살뜰 살피니 그의 에미는 몹시도 기뻤고 건강하였다. 그러다 황신의 에미 나이 79세에 이르러 갑자기 병이 들어 그만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당시 보통 사람들은 60을 채 살지 못하는 이가 대다수였는데 편하게 오래 산 호상(祜喪)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황신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다. 황신은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하늘에게 수명을 늘려 달라고 부르짖자 3일 만에 소생하는 기적이 생겼다. 하늘이 황신의 효성에 감동한 것이다. 다시 소생한 황신의 에미는 효도를 받으며 11년을 더 살다 죽으니 모든 정성을 다하여 장례를 지냈다. 그러고도 종신토록 어머니를 애모하며 그 슬픔 때문에 관직에서 물러나 다시는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이런 효자도 있는 반면 <청파집>에 보면 이런 놈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한 촌의 백성이 있었는데 성품이 포악하여 화가 나면 반드시 그의 어머니를 때렸다. 하루는 어머니가 두둘겨 맞고 나서 크게 울부짖으며 하늘은 어찌하여 제 에미를 때리는 놈을 죽이지 않느냐며 소리쳤다. 그런 일이 있고난 뒤 그 자식은 허리에 낫을 차고 어슬렁어슬렁 밭으로 나가 이웃사람과 함께 보리를 거두어 들였다. 이날은 일기가 아주 청명하였는데 갑자기 검은 구름이 중천에서 일어나 잠깐사이에 어둑어둑해지며 뇌우가 크게 내리쳤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밭 가운데로 나가보니 벼락이 어지럽게 떨어지는데 어떤 사람이 손에 낫을 들고 막는 것 같았다. 잠시 뒤에 비가 그쳤으며 그 사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여기서 예를 든 전자는 천우(天友)관념이고, 후자는 천벌(天罰)관념인데 어느 것이나 하늘과 사람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자신에게 불효(不孝)를 하는 자식을 저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런 어머니는 극히 드물다. 아무리 자식이 자신에게 불효를 해도 그자식이 천벌을 받아죽기를 기원하는 어머니는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이 고사를 보면서 R여사님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R여사님은 젊어서 남편분과 사별하고 평생을 재혼도 하지 않고 혼자서 아들하나 키우며 살아오신 분이다 결혼 전 한국에 계실 때에는 초등학교 교사생활도 하셨지만 미국에 건너와서는 형극의 세월이었다. 동료교사의 소개로 재미교포인 한 청년을 만나 결혼하여 미국에 오게 되었다. 미국에 건너와서 보니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편은 시장바닥에 좌판을 펴놓고 신발을 팔고 있었다한다. 거기에다 게으르고 성실치 못하여 일도 열심히 하지 않고 노상 노름장이나 술집을 들락거리며 소일하기 일쑤였다. 이러다보니 결혼 지참금으로 지니고 온 적지 않은 돈도 몇 년 못가 생활비로 다 녹아버렸다. 미국에 건너온 이듬해 아들이 생겼고 어쨌든 살아야 하겠기에 식당 웨이츄레스로 생계를 꾸려 나갔고 남편은 돈 안내놓는다고 R여사를 때리기 일쑤였다. 이렇듯 웬수 같은 남편이라도 곁에 있어 든든했는데 어느 날 부부싸움을 한 뒤 지분에 못 이겨 목메 죽고 말았다. 


시집 식구들에게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는 누명에 온갖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아들하나 키우는데 혼신을 다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끔찍한 충격 때문에 다시 재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오직 아들하나 의지하고 살았다. 미국생활이 다 그렇지만 젊디젊은 여자가 아들하나 데리고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장난이 심하고 개구졌다. 아이 성격이 활달해서라고만 여겼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아이들을 때려 학교로부터 주의를 받는 등 폭력성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학교‧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아이는 더욱 더 거칠어졌고 술 담배에 마약까지 손을 대더니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때려치운 뒤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몰려다니더니 사고를 치고 교도소에 들어가 3년을 살고 나왔다. 


교도소를 나오고 난 뒤에는 더욱 거칠어져 이제는 엄마인 R여사님을 때리기까지 했다. 젊디젊은 놈이 하루 종일 집에서 뒹궁뒹굴 거리다가 밤만 되면 밖에 나가 놀러 다녔다. 온종일 진이 빠지도록 식당에서 손이 짓무르도록 일하는 에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전의 지애비 마냥 돈 안내놓는다고 툭하면 때렸다. R여사님이 언젠가 필자에게 상담을 하러오셨는데 눈두덩이 시퍼렇게 되어 있었고 팔에도 상처가 있었다. 필자가 무슨 일이냐고 놀라 물은 즉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더니 긴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했다. “선생님 이걸 어쩌면 좋아요? 자식 놈에게 맞아서 이렇게 되었다고 창피해서 어디에다가 하소연 할 수도 없고 툭하면 이렇게 두들겨 패는 아들놈과 계속 살다가는 언제 맞아죽을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좋아요? 흑흑흑” 이 말을 듣는 순간 눈에서 불이 났다. 


필자가 흥분하여 “아니 그런 놈을 그냥 내버려 뒀단 말입니까? 지애미를 개패 듯 패는 그런 인간말종 놈을 그냥 두세요? 경찰에 연락해서 당장 잡아가게 신고를 하셔야지 그렇게 당하고만 있으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라고 하며 길길이 뛰자 R여사님 “그래도 자식인데 어떻게 감옥에 보냅니까? 그놈이 원래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닌데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다보니 그렇게 된거예요. 원래 그 아이는 심성이 착한 애인데 환경이 그렇게 그 애를 만든 거예요.” 라고 하며 자식을 애써 감싼다. 어쩔 수 없는 모정(母情)이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개차 반 자식이지만 끝까지 감싸고 싶은 모성애는 어찌할 수 없나보다. 하기사 자식이 부모를 갖다버려도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식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부모가 대부분인 것만 보아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알 수 있다. 이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는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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