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귀공자에서 불법체류 처지 된 청년

2022.01.25

 




                   귀공자에서 불법체류 처지 된 청년

   

 예전에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필자를 방문하였다. 여자처럼 오종종하니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우유 빛 흰 피부가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웬만한 처녀보다도 더 이쁜 얼굴 이여서 몇 년 전 영화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라는 배우가 연상될 정도였다. 키도 190cm에 가까울 정도로 장신인 데다 호리호리 하면서도 단단한 체격을 지녀 영화배우 같이 멋진 청년 이였다. 허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 눈빛 속에 어떤 큰 근심을 지닌듯하여 뭔가 큰 걱정이 있는 듯했다. 필자의 고객 분들은 보통 젊은층이 30~40대이고 대개는 50~60대나 70대 이상의 연배를 지닌 분들이 주여서 가끔 있는 젊은 처녀 총각들의 방문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나를 알고 찾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자신과 잘 알고지내는 누나가 소개를 해서 오게 되었다 하며 약간의 어색하게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생년월일시를 물은 즉 1989년 양력 6월15일 점심 경 태어났다는 답을 한다. 음력으로 바꿔보니1989년 5월 12일 午時生이다. 그래서 사주팔자는 己巳 庚午 丙午 甲午가 되었고, 대운(운의 흐름)은 己巳 戊辰 丁卯 丙寅 乙丑 甲子로 흐르며 대운수는 3이다. 즉 3세, 13세, 23세 식의 3이 들어가는 나이에 운의 변화가 있는 명이다. 이 팔자는 사주의 지지가 전부다 午火 巳火로 이루어져 있다. 월간에 있는 하나뿐인 재성 庚金을 용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허나 꺼려지는 것이 왕성한 비견겁재인 火의 세력에 파극된 듯하여 저어되나 다행히도 연간 식상 己土가 생재하여 식상상재격이 되었다. 그렇지만 사주에 수기나 습토가 없어 아주 사주팔자가 편고해졌다. 허나 이 사주팔자는 다행히도 년월주에 길신이 있고 22세 이전에 해당되는 초년의 운이 매우 유복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모가 재산가 여서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이르는 22세까지는 호위호식 하며 지낸 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23세부터 시작되는 丁卯 丙寅대운이 아주 불길해 보인다. 갑자기 운이 급전직하 하는 형세다. 이때 까지는 부모덕에 아무 걱정 없이 호사를 누렸겠지만 청년이 필자를 방문한 당시 23세 무렵부터 큰 변고가 있을 것이라 보여 졌다. 이때부터 재물 운이 완전 파극되니 이 사람의 재물의 원천 이었던 아버지나 아버지사업에 큰 변고가 있어 이때부터 고립무원의 처지에 처하게 된 것 같았다. 사주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본 뒤 필자 왈 “아주 부잣집 도련님 이 시군요, 부모님이 아마도 큰 재산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초년 운이 아무걱정 없이 호위호식 하는 운이니 부모님 덕에 남 부러울 것 없이 편하게 지냈겠지만 이제 막 시작되는 운을 보니 앞이 깜깜합니다. 


아마도 아버님이나 아버님 가업에 큰 변고가 있어 재물이 다 흩어져 버리는 운인데 어떤가요?” 라고 물은 즉 “아니? 어떻게 그런 게 다 나와요? 아저씨(?) 말씀이 모두 사실인데 이제 어쩌면 좋지요? 우리 집은 이제 완전히 망한 건가요?” 라고 하며 울상을 짓는다. 이 청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꽤나 알려진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재산가였다. 할아버지 때부터 온양 일대에 알려진 부잣집 이었는데 아버지 때 에 이르러 큰 기업을 이룬 것이다. 대기업에 사무기기를 주로 납품하는 회사였는데 그 분야에서는 한국 제 1의 기업으로 알려질 정도의 견실한 기업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 청년은 어려서부터 학교도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했고, 교육에 극성스러운 어머니 덕분에 아주 어려서부터 이런 저런 악기에 이런저런 운동을 개인 레슨 받으며 금지옥엽처럼 보냈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개구쟁이여서 말썽 꽤나 부리며 자랐는데 머리가 좋아서인지 그다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노력도 부족 했건만 성적은 다행히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경희대 행정학과에 진학 하였고 1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형님이 먼저 건너와 공부하고 있던 미국에 유학 오게 되었다. 집에서 보내주는 넉넉한 돈이 있으니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고 방학 때 가끔 남미국가나 캐나다 등을 여행하기도 하며 여유로운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주관이 뚜렷하여 일탈된 생활을 하는 일부 부유층 자제들 같은 난잡한 행동에는 빠지지 않았다. 이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주 거래처 였던 모 그룹이 갑자기 망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회사마저 여기에 휩쓸려 부도를 내고 말았다는 소식 이었다. 갑작스런 부도에 이런저런 대비도 못하고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보내오던 생활비가 갑자기 끊어져 버리고 미국에 사는 주변의 인척들마저 등을 돌리자 세상에 태어나 고생이라고는 모르던 이 귀공자는 무척이나 많이 당황하게 된다. 생활비도 없는 판에 엄청난 금액의 학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학업이 중단 되었다. 


아르바이트라도 해가며 어찌하든 학업은 마치고 싶어 이렇게 저렇게 노력했으나 학비는커녕 먹는 음식 값이나 자는 방값 내기도 버거웠다. 이렇게 생활에 시달리며 우물쭈물하는 통에 학생비자도 만료되고 불법체류자가 되고 말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비행기 값이 없었다. 아무리 집안이 망했다 해도 이정도의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버지가 그동안 처세를 어찌했는지 몰라도 어쩌면 이다지도 친인척, 주변 지인들이 등을 싹 돌리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였다 한다. 궁리 끝에 영사관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비행기 값을 좀 도와 달라 부탁하자 영사관 직원 하는 말이 “영사관이 어중이떠중이 비행기 표 사주는 자선기관(?) 인 줄 알아요? 이민국에 가서 불법 체류했다고 자수하세요. 그러면 이민국 구치소에 좀 넣어 두었다가 추방절차 밟아서 비행기에 태워 보내줄 테니까!” 라고 했다하며 모멸감에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였다고 하며 분개했다. 


미국 LA영사관이 우리나라 해외 공관 중 불친절 1위라고 하더니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한다. 몹시 당황해 하는 이 청년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해주며 삶의 용기를 잃지 말 라고 격려하고 달래 주었지만, 이후 전개될 운도 참으로 깜깜해 보여 이 청년의 앞날이 진실로 걱정되었다. 필자도 이 청년만한 자식을 둘이나 둔 부모로써 남의일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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