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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평생을 떠도는 노인

2023.05.08

 




               평생을 떠도는 노인


 일전에 80대 초반의 노인 분께서 필자를 방문하신 일이 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잘해야 60대 후반정도로 보았는데 생년월일시를 물은즉 경진년 기묘월 임자일 임자시생이라 하여 깜짝 놀랐다. 40년 2월 2일 子時생 이니 나이가 80이 넘었는데 어찌 이리 젊어 보이시나 싶어서 였다.


동그스런 얼굴에 혈색이 좋아 붉은 기운이 넘치고 근골사지가 튼튼하여 젊은 시절 기운께나 쓰신 분으로 보였다. 목소리도 바리톤 저음으로 우렁차고 인물도 좋으니 젊어서 여성분들의 관심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았다. 사주를 들여다보니 임자일주가 기묘월에 태어나 득령하지 못했으나 일지 자수가 간지동이고 연지 진토와 반합을 이루어져 있고 시지유금도 인수 되니 신왕한 사주가 되었다. 사주가 신왕하면 재성이 있어야 마땅한데 재가 고갈되어 있으니 재는 남자 사주에 있어 여자요 재물인데 이것이 고갈되었으니 변변한 가정을 꾸리기 어려운 명이다. 가정이 인생살이의 뿌리인데 뿌리가 없으니 부평초 마냥 이리저리 떠도는 역마살 강한 사주팔자가 되었다.


필자 왈 “선생님께서는 평생 장가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시고 평생을 여기저기 부평초 마냥 떠 돌아 다니셨군요. 사주 속에 식신 상관(자손)운이 없다면 떠돌이 중 팔자로 보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외교관 아니면 떠돌이 장사꾼 신세가 보여 지는데 어떻습니까?” 라고 하니 이분 갑자기 호탕한 웃음을 ‘으하하하’ 하고 터트리시더니 왈 “아니 그런 게 다 사주팔자 속에 나옵니까? 팔자는 속일 수 없다더니 나 원 참! 허허” 하시며 갑자기 쓸쓸한 표정으로 바뀐다. 

 

이분은 고향이 이북 신의주이시다. 어려서 6.25 난리 통에 피난길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남아 고아아닌 고아가 되었고 평생 부모를 찾아 헤맸으나 아직까지도 소식을 모른다. 다행히도 남한에서 먼 일가친척을 만나게 되어 그 분집에서 자랐고 머리도 총명하여 초중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장학금을 받고 서울에서 유명한 사립대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재학 중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으로서 세계 이곳저곳에 봉직하게 된다. 이정도면 집안은 한미하나 일등 신랑감으로서 부족함이 없어서 여기저기서 선이 들어왔는데 번번이 맘에 드는 신부 감을 만날 수 가 없었다. 눈이 높은 편도 아닌데도 이상하게도 연이 되지 못했다. 

 

이러던 중 삼십대 후반 무렵 공직을 사퇴하고 외국 생활하며 눈을 뜨게 된 무역업에 뛰어든다. 친구 몇 명과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사업이 다행히도 잘되어서 젊은 나이에 큰돈도 벌어 보았으나 여전히 여자 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러다가 실수로 유흥업소 여자를 잘못 건드려 그 여자가 딸 하나를 낳고서는 봉 잡았다는 식으로 달려들어 떼어 내느라 곤혹이란 곤혹은 다 치루고 큰돈의 손실도 보았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 했던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불어 닥친 불황으로 사업도 부도가 나서 거지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저런 시련으로 인생의 허무를 느껴 무조건 떠나온 미국행이 40년 가까이 되었다.

 

미국에 와서 이것저것 손을 대 보았으나 팔자여서 였는지 악세사리 영업을 하게 되었다. 이곳 서부에서 여러 주를 거쳐 동부까지 큰 트럭을 몰고 몇날 며칠을 운전하며 다니는 프리웨이 인생이었다. 그동안 다닌 거리가 아마도 지구 수십 바퀴 이상을 돈 거리와 같다고 하며 쓸쓸히 웃었다. 평생을 살면서 인연이 되었던 여인이 백 명 가까이 되었고 한 여인에게서는 자식까지 낳았지만 이분 말을 빌자면 “어떻게 된 놈의 팔자가 기집 복이 그리 없는지”지독히도 여자들에게 많이 당했다고 하신다. 모아 놓은 돈 가지고 도망간 여자, 지독한 노름쟁이 여자, 술주정뱅이 여자, 바람피우다 걸려서 내쫓은 여자, 쇼핑중독에 걸린 여자, 등등 걸리는 여자 족족이 어쩌면 그리도 문제가 많은 여자만 걸리는지 결국은 80이 넘도록 정식결혼 한번 못하고 이 연세에 이르렀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여자가 그리운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에서가 아니라 너무나 옆구리가 시려서 가을만 되면 가슴이 싸하게 저려온다 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늙어서 그만 할 때도 되었는데 연말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가슴앓이가 심하다 하신다. 필자 왈 “ 선생님께서는 사주팔자 속에 여자 복이 눈꼽만치도 없습니다. 그래서 평생 여자들로 인해 풍파수가 많고, 여자를 얻기만 하면 손해로 연결되며 결국에는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겁니다. 팔자가 그러하니 앞으로 혹시 어떤 여성분과 연결이 된다 해도 결론은 같은 겁니다. 외로워 도 이것이 내 팔자려니 생각하시고 혼자 사십시오.” 라고 다소 냉정하게 진단을 내리니 이 노인 분 그래도 아직 미련이 남은 듯 애절한 눈빛으로 필자를 바라본다. 뜬구름처럼 공허 히 평생을 떠돌며 정식가정 한번 제대로 꾸며 보지 못한 노인분과 면담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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