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결혼 못할 겁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분이 필자와 마주했다. 눈 코 입 윤곽이 뚜렷하고 흰 피부에 단아한 모습을 지닌 청초한 느낌을 주는 서구적 미인형의 여성분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필자를 알게 되었다고 하며 감명을 정중히 부탁한다. 생년월일시를 물은즉 음력으로 1972년 1월 29일생이고 시는 신시라고 한다.
사주기중을 세워보니 임자년 계묘월 갑진일 임신시로 나온다. 관살 인수격 사주 구성이다. 갑진 일주가 일지에 재를 깔고 있고 월지에 卯木이 있어 신왕사주이다. 주변 오행이 모두 인수이니 신이 태왕하고 일간 갑목의 관이 金인데 시지 신금이 申子辰의 수국 삼합을 이루어서 수로 전환되니 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인수가 태왕하므로 목국을 이룰 필요가 없으니 관살 인수격이 되었다. 관이 水에게 氣를 빼앗겨서 관이 무능하게 되어 평생 남자가 없는 팔자가 되었다.
사주팔자를 일람하다 잠시 중단하고 이이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평생에 남자가 없다니 참으로 기구하구나.’ 하는 생각에서 였다. 우아한 기품을 잃지 않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게 되는 인생 이였다. 필자 왈 “사주팔자를 보니 머리가 총명하여 좋은 성적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이수 하셨겠고, 직업은 아마도 전문 직종 중에서 건강과 관련 있는 업종으로 보이는데 집안, 학력, 인물, 능력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짝이 없으니 이것이 유일한 팔자의 흠입니다." 라고 하니 이 여자분 씁쓸히 웃으며 얼굴에 홍조를 띄운다.
이 여성분은 직업이 치과의사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명문여대를 졸업한 뒤 이곳 미국에 유학하여 치과 의사가 되었고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훤칠한 미모 때문에 대학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남성들의 구애의 대상이 되었으나 마음이 가는 남성의 대쉬는 없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이 있어도 표현할 만한 용기는 없었고 그 남성이 접근해 주기를 기다리다가 접근이 없으면 단념하고 마는 식이였다.
미국에서 치과 공부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정말이지 딱 한번 자신이 무척이나 호감을 느낀 남성이 자신에게 접근한 적이 있었다. 대화도 무척이나 잘 통했고 무엇보다도 평소 자신이 꿈꾸어 왔던 이상형의 남자였는데 불행하게도 외국남성 이었다. 집안이 완고한 정도가 아니라 이조시대 사대부가와 같은 철저한 전통 보수집안에서 이를 받아들여 줄 리 만무여서 여러 날을 고민 끝에 포기하고 말았다. 외국남자를 사귄다는 것을 만약 집안에서 알았다면 아버지나 오빠들이 총동원 되서 미국으로 쳐들어와 자신을 끌고 갈 것이 뻔 한 지라 눈물을 머금고 그 남자를 포기하고 만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어떤 남성과도 인연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남성과 단지 결혼이라는 목적을 위해 억지로 결혼 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부모님들과 오빠 언니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티어 왔다. 인물, 능력, 집안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지라 그동안 들어왔던 선 자리를 보면 유명 성형외과 의사, 벤처사업가, 대학교수, 검사, 변호사, 등등 내로라 하는 집안의 장래가 총망 되는 총각들 이었지만 이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안에서는“ 적당히 조건을 보아서 결혼해서 애 낳고 살다보면 정 들고 그러다 보면 살게 되는 거지 왜, 그리 까다롭게 구느냐?” 는 성화였지만 그런 식의 결혼을 할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서운(?) 압박을 견디어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걱정되는 것은 ‘이러다 정말 처녀귀신으로 늙어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매우 답답해서 친한 친구 하나가 예전에 결혼할 때 필자에게 운명상담을 한일이 있다고 하여 그 친구 소개로 필자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꼼꼼히 이분의 운을 살펴보니 참으로 답답했다. 대운과 세운, 팔자의 구성 어디를 보아도 합궁 운 은 전혀 보이지 않아서였다. 거짓으로 희망을 줄 수도 없는 일이여서 난처했지만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아마도 평생 결혼 못할 겁니다.” 라고 하니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분이 묻는 말이 “그럼 어떻게 하죠?” 라고 한다. “.......”
필자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희망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그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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