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而不食 畵中之餠 (견이불식 화중지병)
몇년 전 의 사연이다. 샌디에고 남쪽 샌이시드로라고 하는 맥시코 티후아나와 국경을맞대고 있는 최남단 지역에서 신발 도매상을 운영하시고 있는 공선생은 미국에 이민 오자마자 그 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올드 타이머이시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임에도 체력이 단단하고 근력이좋아 기운 쓰는것을 보면 30대청년 못지 않으신 분이다. 자신의 말에 의하면한국 특수전부대인 UDT(유디티)에서 단련된 체력이라고 한다.
이분이 필자와 인연이 된 것은 LA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여사님의 소개에서 였다. LA에 오시면 매번 김여사님 식당에 들려서 비싼 회를 잔뜩시켜 놓고 이사람 저사람 불러모아 매상을 크게 올려주는 큰 고객이기에 김여사님이 비용을 부담 하면서 고객관리 차원에서 필자에게 함께 들리게 된 것이 인연이었다.
공선생도 오랜세월 독신 이었지만 김여사 또한 그래서 홀아비사정 과부가 알아 준다는 격으로 서로간에 드러내 놓지는 않지만 서로간 은근히 관심이 있는 사이였다. 공선생은 타고난 성품이 화끈하고 매우 남성적이며 박력있는 분이어서 약간은 소심하고 세심하며 조용한 필자와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완전히 다른 타입 이었으나김여사님 가게에서가끔 마주치니 동석하는 일이 생기곤 해서필자와 친해진 사이다.
어느날하루는 이분이 필자에게 찾아와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김여사와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둘이 혹시 어떤 인연이 있지는 않은지요? 오늘은 솔직히 있는 그대로의 우리 관계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나이가 많아 김여사보다 12살이나 많은 띠 동갑이지만 서로 마음이 잘 통해서 대화가 잘되고 가만히 보니 김여사도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듯 한데 좀처럼 친한 친구관계 이상의 진척이 되지 않고있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김여사와도 친분이 있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시니 우리 두 사람이 잘 될수 있도록 좀 도와 주실수는 없는지요? 제가 일간에 한번 김여사를 데리고 와서 궁합을 보려고 합니다. 장난삼아 한번 보자고 하는 식으로 가볍게 이야기해서 데려오면, 어쩌면 응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심각하게 궁합 보러 가자고 하면, 아마도 김여사 성격상질색을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뒤로 뺄것같아 좀 가볍게 이야기를 해서 데려올 테니 혹시라도 선생님을 우습게 보아서 가볍게 궁합을 보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 주십시요. 어찌되었든김여사를 제가 함깨데려 오기는 하겠지만궁합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것인데궁합이 무척 좋다고 이야기해 주실수는 없는지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사례는 후하게 하겠습니다."라고 한 뒤 간절한 눈빛으로 필자를 쳐다 본다.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사 서로 '좋은게 좋은것' 이긴 하나 인간의 운명을 논하는 역술의 세계에 있어 작은 거짓말이 한 사람의운명을망칠수도 있기에, 공선생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거짓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무척이나 당혹 스러웠다. 한참을 생각하다, 필자 왈 "궁합이 좋게 나온것을 특별히 더 좋다고 다소 과장해서 이야기 하거나궁합이 아주 나쁘게 나온 것을 좀 덜 흉하게 이야기 해드리는 것은 할 수 있으나 나쁜 궁합을 좋다 하거나, 좋은 궁합을 나쁘다고 뒤집어서이야기 해들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공선생님과 나와의 친분관계로 이야기 할수 없는 제 직업 양심이 걸린 별도의 문제이니 섭섭하게생각하지는 마십시요."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 뒤 공선생을 돌려 보냈다. 다소 서운하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공선생이마음에 걸렸으나 어찌할 수 없는 일이였다. 바쁜 일과속에그일을잊고 지냈는데 어느날문득 공선생과 김여사님 두분이 함께 필자를 방문하였다. 예상대로 두분의 궁합을 보러 오셨노라 한다. '제발 좀 두분의 궁합이 좋게 나왔으면......' 하는심정으로두분의 사주기둥을 세워 궁합을 살펴보니, 아뿔사! 두분 사이에 '원진살'이 끼여 있는 최악의 궁합으로 나왔다. 어떤 방법으로도 덜 나쁘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최악의 궁합인 것이다. 필자의 처치를 최악의 궁지로 몰아 넣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필자가 한참을 말이없이 끙끙거리자 김여사님께서 답답하신지 "나온데로 그대로,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이야기해 주세요!" 라고 하며 재촉한다. 필자가 이때의 공선생운을 쾌상으로 짚어보니 견이불식 화중지병(見而不食 畵中之餠) 으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공선생과 나와의 관계는 그 날 이후 끝났다.
공선생에 있어 김여사는見而不食 畵中之餠( 견이불식 화중지병)이어서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요 그림속의 꽃이니 향기가 없다.' 라는 말에 똑 들어 맞는 분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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