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세상
김박복(가명)씨는 60대초반의 남성분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작은 그로서리가게를 운영하며 성실하게 사시는 분인데 미국이민 온지 30년동안 허튼짓 한번 안하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오직 일밖에 몰랐다. 남들이 흔히하는 골프마저도 마다하고 일요일도 없이 열심히 일했다. 어려서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부모덕 없이 눈물겨운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자신의 외동딸 만큼은 어떤수를 써서라도 남부럽지 않게 키워 내겠다는 결심에서 였다. 남보다 배운것 없고 가진것도 없이 출발 했으니 성실한 노력외에는 남들을 앞설수 있는 무기가 전혀없어 이를 악물고 힘든 때를 참아냈다.
이런 김박복씨가 오랫만에 필자를 찾았다. 평소에 과묵하고 살가운 맛이 없는분 이지만 이때는 유독 표정이 어두웠다. 필자가 이분의 운을 주역상 쾌로 짚어보니 손지소축의 운이 나왔다. 즉 '요마입정해급지란'의 운이다. 이를 풀이해보면 "미친 바람이 불어와 어렵게 피운꽃을 떨어지게 하니 좋지않은 일로 인한 터의 변경이 있으리라!"는 것으로 나온다. 이를 김박복씨 환경에 대입하여 유추 해석해 보니 김박복씨에게 최고로 귀중한것! 평생에 거쳐서 어렵게 가꾸어 피운꽃! 최고의 가치! 이것은 김박복씨의 하나뿐인 딸을 의미 하기에 필자도 이쾌를 짚어보고 깜짝 놀랐다. 필자가 표정관리를 하며 짐짓 아무렇지도 안은척 "혹시 따님께서 좋지않은 일이 있습니까? 쾌가 별로 유쾌하지 못하네요!" 라고하니 이분 표정이 일그러 지더니 "아이구! 휴! 내팔자야" 라고하며 천정을 쳐다 보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김박복씨는 경기도 용인 분이시다.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에 맡겨져 온갖 구박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밑으로 남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너무 어린 관계로 키우기가 어렵자 친적들이 고아원으로 보내 동생과 생 이별했다. 외국 어디론가 입양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평생의 가슴 앓이가 된다. 친척집 이곳저곳에 눈치밥 먹으며 순회했고 머슴이나 진배없이 대우 받았다. 당연히 학교는 문턱에도 못가 보았고 머리도 총명치 못해 공부에 흥미도 없었다. 이러던 그가 어떤 인연으로 미국까지 흘러들게 되었고 노총각으로 늙다가 이곳 미국에서 비슷한 처지에 한번 결혼 경험이 있는 현재의 처와 살림을 차렸다.
이듬해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이 태어났고 어려서 외롭게 자란 처지라 이딸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같이 느껴졌다. 그후 딸의 재롱을 바라보며 세월 가는줄 몰랐고 다행히도 딸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고 다행히도 머리는 엄마를 닳았는지 공부도 무척이나 잘했다. 김박복씨는 드디어 세상의 진정한 행복을 맛볼수 있었다. 딸을 위해서 라면 목숨까지 초개처럼 바칠수 있다고 할 정도로 김박복씨의 딸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다. 나이 40이 다돼서 늦게 얻은 딸이 드디어 대학을 졸업 하는날 김박복씨는 드디어 자신의 역활을 다했다는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딸은 대학졸업후 유명한 투자회사에 취직하여 고액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러던 어느날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게 된다. 딸이 자꾸 몸이 피로하다고 호소하며 심한 어지럼증에 힘들어하자 김박복씨 내외는 아이가 너무 무리해서 몸이 허 해진것 이라고 보고 보약을 지어 먹이고 영양제 사다 먹이고 영계백숙 해 먹이고 정성을 다했으나 증세가 완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그결과를 받아보니 하늘이 노랬다. 악성 뇌종양 판정이 나온것이다.
김박복씨 말대로 하자면 병원에서 의사들이 하는 꼴이 영 신통치 않고 가망없는 쪽으로 이야기 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자를 찾은 것이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매우 위험한 수술이어서 생존확률이 그다지 크지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하는 중이었다. 김박복씨가 상담말미에 눈에 파란불을 켜고 분노에 차서 한말이 기억난다. "부모복 없고. 형제복도 없이 가진것 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로 평생을 나쁜짓 안하고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이세상 할짓 다하고 나쁜짓만 골라하는 놈들은 다 놔두고 왜? 왜? 하필 나냐구요? 이거 너무 불공평한 세상 아니예요? 왜?왜?..." 필자가 이분을 진정시키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니 "이제 이곳 미국이 지긋지긋 해져서 더 못있을것 같습니다. 생존확률도 희박한 위험한 수술을 딸 애에게 받게 하느니 차라리 한국에 데려가서 물 맑고 공기좋은 요양원에서 쉬게하다가 딸애가 가면 우리내외도 가렵니다. 어차피 이놈의 세상 미련도 없습니다." 라고 답하신다. 상담을 마친뒤 그날 저녁 오랜시간 간절히 그 이들의 무사함을 빌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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