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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요부지상

2025.06.28




            요부지상


  작년 중반의 일이다. 필자와 가끔 상담을 하는 노총각 A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드디어 제가 짝을 찾은것 같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인데 너무도 제맘에 듭니다. 오늘 찾아뵙고 저희 두사람 궁합을 보고 싶은데 언제 찾아 뵈면 될까요?" 무척이나 들떠있는 A씨의 음성에 필자도 기분이 유쾌해지는 느낌이었다. 비어있는 시간을 일러주고 전화를 끊었다. 노총각 A씨는 40이넘은 나이로 미국계 전자 회사에 근무하는 꽤나 능력있는 사람 이었는데 유난히도 여자운이 없었다. 태어난 날이 계사일주인 A씨는 사주팔자속에 음양착살을 지니고 있는것이 그 원인인듯 싶었다. 


오후늦게 약속한 시간에 A씨가 한 여성분을 동행하고 방문하였다. 간단한 인사가 오간뒤 이아가씨의 얼굴을 보니 매우 서구적으로 생긴 대단한 미인이었다. 옆에 앉은 A씨는 싱글벙글 입이 귀밑에 걸렸다. 그도 그럴것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건만 여자 하고는 인연이 영 닺지않아 그의 노부모로 부터 수없는 독촉에 시달렸던 그로서는 이렇게 미인과 사귀게 된것이 너무너무 기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지경 이리라!


이 여자분은 초승달 같은 가는 눈매에 눈웃음을 머금고 그 눈빛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피부빛은 우유빛처럼 흰데 양볼에 짙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대단히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 얼굴이지만 관상학상 필자를 볼때 도화기가 강하여 음심이 많은 상 이어서 요부의 상이라 매우 흉하게 보였다. 


필자가 짐짓 "대단한 미인 이시군요" 하고 말을 건네니 배시시 웃으며 손으로 입을 가리는 것이 교태가 넘쳤고 눈의 시선을 위 아래로 내리깔며 바라보는 상이 역시 흉해 보였다. 몸매는 하늘하늘 버드나무처럼 유연해 보이는 것이 남자들을 정신 못차리게 할 정도의 매력으로 나타나지만 역시 관상학상 요부지상의 대표적 증세들이다. 하지만 혹시나 싶어 이여자분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팔자를 뽑아 보았다.


역시 오행중 수기가 태강하며 천간 정일합에 지지에 도화중첩하니 전형적인 음란성 사주로서 남편을 입묘 시키는 천한 팔자로 나왔다. 당사자 앞에서 이러한 것을 대놓고 설명하기도 난처하여 사주구성이 어려우니 좀 시간을 갖고 살펴 봐야겠다고 핑계를 대고 일단 두사람을 돌려 보냈다. 평소와는 다른 필자의 행동에 이상한 것을 느낀 A씨 후에 필자에게 전화를 다시 하였다. 필자는 그를 사무실로 다시불러 감정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것 같네요. 지금 그 여자분에게 정신이 팔려 이런저런 상황을 냉철히 관찰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두분이 절대 인연이 아니고 그 여자분 운로를 살펴보니 벌써 세번이상은 결혼생활을 한것으로 나오니 흉해 보이고 두사람이 결혼한다 해도 삼년을 넘기기 어려울 겁니다." 라고 하니 필자의 말에 A씨 소태씹은 얼굴처럼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한참을 지푸린 상을 하더니 하는말이 "저에게는 한국에서 인테리어 사업에 열중 하느라 결혼 시기를 놓쳤고 늦게나마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하던데요!" 라고 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실망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A씨의 모습이 안타깝고 걱정도 되었으나 필자는 일상사의 분주함에 묻혀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러던중 올초 A씨가 오랫만에 필자를 방문하였다. 혈색이 나쁘고 헬쓱한 것이 아픈 사람처럼 보였고 직감적으로 작년의 일과 연관하여 무슨일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작년 중반의 상담이후 고심하던 A씨는 그래도 이여자분을 포기할수 없었고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근본을 시원하게 알수없고 비밀이 많은것 같아 이여자분의 태도에 불안감이 있었으나 결혼을 강행하게 되었다 한다. 한국에 가서도 결혼식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신부에게 주장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었다. 미국에서의 결혼식도 약식으로 치루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터에 신부 측 하객도 없이 어정쩡하고 속이 편치 않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날 살림을 차린지 두달쯤 되었을때 집에 자꾸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부인이 당황하는 듯한 상황이 여러번 반복 되더니 어느날 집을 나가 버렸다. 편지한장 남기지 않아 영문을 모르는 가출 이어서 속을 어지간히 태웠다 한다. 우여곡절 끝에 후에 밝혀진 사연은 이러하다. 한국에서 몇번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방황하던 그녀가 건달 생활을 하던 마지막 남자와 동거를 하다 그의 폭력성에 염증을 느껴 집에 있던 현금과 패물등을 몽땅챙겨 관광 비자로 미국에 오게 되었고 만만치 않던 이 건달 남편이 미국에 있는 지인들을 동원하여 그녀의 소재를 파악하게 되자 겁이 난 그녀가 줄행랑을 놓은 것이다. 노총각 신세를 면해 보려던 A씨는 이러한 무책임한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두달만에 홀애비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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