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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소설가 김모氏

2018.10.08


소설가 김모氏   


  필자에게는 실로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고객들이 있다. 큰 기업체 회장님, 권력기관의 장,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예술가, 문학가부터 평범한 소시민, 심지어 운수사나와 만리타향에까지 와서 홈리스 신세로 전락한 이들까지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십수 년간 이들의 운명을 상담해 오면서 느낀 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타고난 팔자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였다. 거지팔자를 지닌 이는 아무리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해도 팔자 상의 한계가 있어 부자로는 결코 살지 못하고 거지로는 살지 않고 평범한 인생까지는 올라 설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는 것이고 거부의 팔자를 지닌 이가 노력하지 않고 방탕한 생활한다 해도 거지 팔자까지는 가지 않고 평범한 인생 정도로는 살아간다는 것을 임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직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업가는 사업가의 팔자가 있고 종교인은 종교가의 팔자를 지녔으며 예술가는 예술가 특유의 사주팔자를 지니고 있었다. 직업은 사주의 격(格)과 용신에 의해 정해진다. 필자의 지인 중 김모씨는 문학가로써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명 인사였다. 필자는 평소에 책이 없이는 못사는 책벌레. 글 벌레로 유명하듯이 이이의 문학작품은 한권도 빼놓지 않고 열일제쳐놓고 구해서 읽어 왔는데 필체가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글맛이 있어 더욱 그러했다. 문체에도 그 사람 특유의 색깔과 향기가 있다. 같은 내용의 글을 써도 어떤 이의 글은 쫄깃쫄깃 읽는 맛이 있는 반면 어떤 이의 글은 같은 내용이라도 글맛이 매끄럽지 못하고 텁텁해서 읽다가 지루하여 책을 던져 버리고 다시는 들여다보지 않는 이의 글도 있었다.


  필자가 김모씨를 처음 대면한 날 생년월일시를 물은 즉 1963년 음력 9月 1日 생이며 오후 2시30분경 태어났다고 한다. 사주팔자를 뽑아보니 癸卯年 壬戌月 癸巳日 己未時에 태어난 命이였고 운은 역행하여 辛丑.庚申.己未.戊辛.丁巳.丙辰으로 흐르고 있었다. 필자가 이이의 사주팔자를 천천히 살펴보니 년지 卯未은 식신이며 문창성이 동주하고 있었다. 명리학상 문학가. 미술가. 조각가의 사주는 다음과 같은 유형에 속하는 게 보통인데 첫째, 화개가 사수에 많거나 화개와 인수 또는 편인과 동주하거나 둘째, 사주에 관살이 심히 왕성하고 인수 또는 편인이 있거나 셋째, 식신 또는 상관이 왕성하거나 넷째, 사주에 문창성이 있거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가 이 사주를 보고 건넨 첫 마디는 “글재주가 많아 글을 써서 밥을 벌어먹는 팔자인데 대개 문학가는 곤궁한 게 보편적인데 선생께서는 특이하게도 글 속에서 돈이 쏟아져 나오니 글자 한자 한자가 엽전이 되어 나오는 형상이여서 글로써 부를 누릴 수 있으니 아주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였다. 예나 지금이나 대체적으로 문학가는 가난한 경우가 많았다. 문학을 하면서 배를 곯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선생이 되거나 강단에 서서 강의하는 경우가 유일했는데 이런 자리 또한 유한하니 이런 자리를 얻을 수 있는 문학가는 행운 이였다. 


  물론 이때도 극소수의 아주 유명한 문학가들이야 예외였다. 요즈음 들어서는 메스 미디어가 눈부신 발전을 하였고 그 전파력이 전국, 전 세계에 거쳐 엄청나게 세졌기에 스타 문학가의 경우 쓴 책이 히트하게 되면 책의 판매 부수가 엄청나고, 이에 따른 인세가 만만치 않아 그 수입이 어마어마하게 되었다. 억대 연봉 부럽지 않은 부유한 문학가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들의 글 실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사주팔자 속 운로의 흐름이 이에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모씨는 서울의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찾는 데는 실패했고 집안이라도 부유했으면 사업이랍시고 장사라도 해 보았을 터인데 집안이 가난하여 대학도 겨우 겨우 아르바이트에 과외선생 등으로 애쓰고 애쓴 끝에 마칠 수 있었기에 오히려 여기저기 빛만 잔뜩 지어있는 상태였다. 


  명문대학까지 나왔기에 최소한의 체면은 있어 막일은 도저히 못하겠고 해서 찾아낸 일이 선배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나가 기웃거리다 번역 일을 얻어 조금씩 하곤 했으나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입 뿐 이였다. 결혼은 생각도 못했다. 불알 두 쪽뿐인 백수에게 어떤 골빈 여자가 시집을 오겠는가? 그런데 우연히 그 ‘골빈여자’가 나타났다. 대학 동창과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합석한 동창의 사촌누이가 그 ‘골빈여자’가 되 주었다. 초등학교 선생으로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그와 문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사랑하게 되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처가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백수는 결국 이 ‘골빈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아들과 딸 남매를 슬하에 두게 되었고 백수는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전업주부가 된다. 


  물론 글은 꾸준히 섰고 신춘문예에 꾸준히 응모하고 꾸준히 떨어지는 일은 반복된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골빈여자’가 지쳤는지 이혼을 요구해 왔다. 어떻하든 견뎌보려 했지만 결국 빈 몸으로 쫒겨났다. 밥줄을 놓친 거였다. 노숙자 직전까지 몰리는 궁핍함 속에 드디어 기적이 왔다. 이제야 백수의 호운이 시작 된 것이다. 신춘문예에 당당히 최우수작으로 당선 되었고 이후 간결하고 직접적인 문체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돈도 엄청 벌었다. 백수는, 아니 김모작가선생(이제는 명칭을 바꿔야한다.)은 아내가 무척이나 이혼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넓은 마음으로 아내를 용서하기로 했다. 다시 살림을 합치자는 말에 의외의 반응이 왔다. 싫단다. 그러면 자기는 진짜 나쁜 여자가 된다는 거였다. 어려울 때 차버리고 돈 생기니까 받아들이는 그런 여자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기는 싫어서란다! 그래서 김모작가는 아직도 혼자다.


  언젠가 필자와 상담을 할 때 백수 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다고 한다. 이래서 인생이란 늘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하나가 채워지면 하나가 빠지고 하나가 빠지면 하나가 채워지는 게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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