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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쉰 살에 얻은 아들 갓쉰동

2018.10.22



갓 쉰 살에 얻은 아들 갓쉰동  

  


고구려의 재상 연국혜(淵國慧)는 지위가 높고 부유함까지 갖추었으나 나이 50이 다 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하여,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천지신명께 정성껏 천제(天祭)를 여러 번 올려 그 정성에 감복했음인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옥동자를 얻게 되었다. 갓 쉰 살이 되던 해였다. 그래서 아이의 아명을 ‘갓쉰동’이라 했다. 갓쉰에 얻은 쉰둥이라는 뜻 이였다. 갓쉰동은 자라면서 용모가 비범하고 총명하여 아버지 연국혜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렇게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자라는 갓쉰둥이 7세 되던 해였다. 한 도사가 집 앞에서 놀고 있던 갓쉰동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혀를 차며 “아깝다. 아까워!”하고는 가던 길을 갔다. 우연히 이 모습을 본 연국혜가 허둥지둥 쫒아가 도사를 붙들고 이유를 물었다. 


도사는 처음 아무것도 아니라며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가 무사히 자라나면 공명과 부귀가 무궁하겠으나 아깝게도 타고난 수명이 짧아 그때까지 살기가 어렵겠소!” 이 말에 눈앞이 깜깜해진 연국혜가 “그 흉액을 면할 방법이 없소?”라고 묻자 도사는 한참이나 뜸을 들이더니 “15년 동안 이 아이를 먼 곳에 보내 부모와 서로 절대로 만나지 않으면 어찌하면 그 흉액을 면할 수도 있으리다.”라 했다. 늦둥이 갓쉰동을 지극히 사랑하는 연국혜로는 차마 못할 짓이라 여러 날을 고민했으나 대를 끊기게 할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리하기로 결심했다. 먹실로 등에다 ‘갓쉰동’이라 단단히 새기고 하인을 시켜 먼 시골에 갖다 버리게 했다. 하인이 어린 갓쉰동을 버린 곳은 원주(原州) 학성동으로 그 마을에 호족 유씨(柳氏)가 살았다.


유씨는 전날 밤에 앞개울 위로 황룡이 올라가는 꿈을 꾸고 이상하게 여겨 개울에 나가보니 준수하게 생긴 어린아이가 있었다. 주워다 기르면서 보니 등에 ‘갓쉰동’이라 글씨가 있어 이름을 그대로 갓쉰동이라 불렀다. 갓쉰동은 자랄수록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신체가 건장하였다. 어찌되었든 그 이력을 모르는 유씨 집안에서는 집안의 종으로 갓쉰동을 부렸다. 머슴 노릇을 하던 갓쉰동이 하루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는데 난데없이 청아한 퉁소 소리가 들렸다. 지게를 받쳐놓고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니 한 노인이 앉아 퉁소를 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선같이 청아했다. 노인은 쉰동을 보자 “너는 갓신동이 아니냐?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장래에 어찌 큰 공업(功業)을 이루겠는냐? 이제부터 나와함께 공부를 하자!”고 하였다. 이에 갓쉰동이 “나무를 하러 왔는데 공부를 하면 언제 나무를 베나요? 나무를 못 해가면 주인의 꾸중을 어찌합니까?”라고 하니 노인은 걱정 말고 공부를 하자고 했다. 공부를 마치고 걱정을 하며 내려와 보니 누구의 소행인지 지게 위에 나무가 한 짐 가득 있었다. 


이후 나무를 하러 가면 반드시 그 노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노인은 갓쉰동에게 검술과 병법은 물론 천문지리역법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시켰다. 공부를 마치고 내려와 보면 어김없이 빈 지게에는 나무 짐이 가득 쌓여 있었다. 유씨는 아들이 없이 문희경희영희란 딸만 셋 가진 딸부자였는데 모두가 빼어난 미모를 지녔고 특히 셋째 영희는 가장 절색 이였다. 갓쉰동이 15세 되던 해 어느 봄날에 유씨가 갓쉰동을 불러 명했다. “세 아가씨를 모시고 화류구경을 다녀와라.” 이 말을 듣고 갓쉰동은 가마를 가지고 먼저 문희 방문 앞에 갔다. “아가씨 가마 대령했습니다.” 버선발로 마루 끝에 나서던 문희가 말한다. “아이고 맨땅을 어떻게 디디겠느냐? 갓쉰동 네가 거기 업드려라!” 문희는 갓쉰동의 등을 밟고 가마로 들어갔으며 경희도 마찬가지였다. 갓쉰동은 매우 분했다. 주먹으로 이 계집아이들을 다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어린 자신을 거두어준 은인 유씨를 생각해 꾹 참고 영희 방으로 가면서 ‘요년도 그년들의 동생이니 별반 다르겠는가?’하는 생각을 하며 가마를 대령했다고 말하고 미리 뜰에 엎드렸다. 


이 모습을 보고 영희는 깜짝 놀라 말했다. “갓쉰동아 이게 무슨 짓이냐?” 갓 쉰동은 “갓쉰동의 등이야 하느님이 아기씨들을 위해서 만든 것 아닙니까? 이 등으로 나무를 져다가 아씨들의 방을 덥히고 이 등으로 양식을 져다가 아씨들의 배를 불리고, 아씨들이 앉으시려면 갓쉰동 이 등을 자리로 쓰시고, 아씨들이 가마를 타시려면 갓쉰동 등을 디딤이로 쓰시고!” 갓쉰동의 말이 끝나기 전에 영희가 달려들어 갓쉰동을 일으켰다. “아서라 이게 무슨 짓이냐? 사람발로 어찌 사람의 등을 밟겠느냐?” 갓쉰동은 절색인 영희가 마음마져 이리 고운 것에 감동했다. 어릴 적 어렴풋이 기억이 나서 ‘나도 어릴 때는 너와 결혼할 만한 집안 이였던 것 같은데 어찌 이 꼴이 되었는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영희 또한 비범한 용모와 우렁찬 음성의 갓쉰동이 남의 집 종이 된 것이 불쌍해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이때부터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7세 때 집을 떠난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우리 부모님은 귀인 이였소. 나중에 부모님을 찾으면 그대와 결혼 하리다!” 영희는 이에 대해 “나는 귀인의 아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의 아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만일 당신이 사나이가 아니라면 귀인의 아들이라도 나의 남편이 되지 못할 것이요, 당신이 사나이라면 비록 당신이 종이라도 나는 당신 아닌 어느 누구의 아내도 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화답했다. 갓신동은 자신의 큰 표부를 영희에게 말하고 그동안 산에 나무하러가서 노인을 만나 깊은 공부가 이루어졌음을 알리자 영희는 갓쉰동에게 도망쳐서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을 종용했다. 영희는 자신이 지닌 금가락지와 은접시 등을 주어 노자로 삼게 했고 둘은 후일을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갓쉰동은 도망에 성공했고 신분을 회복하였으며 결국 고구려의 영류왕을 몰아내고 그의 조카 보장왕을 왕위에 올린 뒤 대막리지가 되어 실질적인 고구려의 왕이 된다. 고구려 영웅으로 당나라의 태종 이세민을 벌벌 떨게 했던 연개소문이 바로 이 ‘쉰동이’이다. 영희와의 러브스토리는 해피앤딩 이었음은 물론이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중 「갓쉰동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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