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사주팔자 감정은 종교.체면과 무관하다.

2018.11.12


사주팔자 감정은 종교·체면과 무관하다.  


  필자의 고객이신 오여사님은 신심이 두터운 기독교인이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교회에 다녔고 아버님은 교회 장로직분을 맡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사주팔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명리학이 종교와는 무관한 순수한 통계학이자 자연과학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무당이 하는 점술이나 복술과 다름없다 여겼고 이런 곳에 드나들면 하나님께 큰 죄악을 짓는 것이라 여겨 처녀시절 친구들이 재미삼아 사주팔자를 보러 가자하면 질색을 하며 거부하곤 했다. 머리도 영리하고 근면한 성품이여서 학교성적도 늘 우수했고 고교졸업 후 이화여대에 진학하여 학업을 마친 뒤 중매로 내과의사인 남편을 만났다. 아들·딸 남매를 낳고 강남 고급 빌라에서 호화롭게 잘 꾸며놓고 부러울 것이 없이 살았다. 전형적인 ‘강남사모님’의 삶이였다. 남편은 종교 갖는 것을 강력히 거부하는 성격이여서 결혼 후 신앙생활은 예전처럼 깊이 하지는 못했다. 남편이 자신은 믿지 않아도 부인이 교회 나가는 것을 적극 반대하지는 않았기에 교회에는 나갈 수 있었으나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남편을 집에 놔두고 교회를 다녀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아 그리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대학동창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말하기를 성수동 어딘가에 기가 막히게 용한 사주쟁이 영감님이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소리에 몇 명이 한번 가보자고 하자 친구 몇 명이 우르르 따라나서는데 휘말려 생전 처음 사주팔자를 얼떨결에 보게 되었다 한다. 그곳에 가는 길에 친구에게 들으니 그 사주쟁이 영감님은 해방 전 일본 동경대에 유학까지 다녀온 인테리 영감님이라 학식도 무척이나 높다고 했다. 아무튼 그 영감 앞에 앉으니 자신과 남편의 생년월일시를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신통하게도 옆에서 본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란다. 내친김에 아이들 생년월일시를 대고 사주를 보니 영감님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한동안 아무 말이 없더니 “금년 여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을 물가에 가게 해서는 안돼요! 만일 물가에 가면 물귀신 밥이 되고 말 것이니 내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꼭 명심해요!”라고 정색을 하며 다짐하더란다. 이 말을 꼭 믿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꺼림칙하여 몇 번이나 아들을 앉혀놓고 주의에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번 여름에는 아들을 꼭 붙들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들놈이 물가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으니 친구들과 산에 등산 가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며 고집을 부렸다. 오여사님은 찜찜하기는 했지만 한 참 혈기 왕성한 녀석을 여름 내내 집에 붙들어 두기도 어려워 ‘바다나 강 같은 물가가 아니니깐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허락을 했다 한다. 그런데 아들이 산에 등산을 간 뒤 그 지역에 폭우가 내려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났고 계곡을 건너 하산하려던 아들이 그만 실족을 하여 계곡물에 휩쓸려 실종 되었고 얼마 후 계곡 하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되었다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오여사님은 몇 번이나 혼절을 해 주위사람들이 “아이고 어쩌나? 이러다 줄초상이 나겠네!”라고 하며 발을 굴렸다.


  악몽 같은 시간이 지난 뒤 정신을 겨우 차린 오여사님이 남편에게 전에 사주 본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 왈 “그 영감탱이가 뭘 알아서 그런 소리를 했겠어? 우연의 일치지! 나쁜 소리를 해서 그 방지용으로 부적 같은 것을 팔아먹으려고 그런 소리 했다가 우연히 맞은거지!”라고 하며 화를 냈다 한다. 여사님은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집안에 화가 연달아 겹쳐서 있을 것이라는 영감님의 마지막 말이 끝내 마음에 걸려서 였다. 다시 성수동 사주쟁이 영감을 찾은 오여사님은 연달아 닥칠 화가 무엇인지를 묻자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목발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한다.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하며 제발 당분간 운전을 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간절히 부탁을 하자 남편이 벼락같이 화를 내며 “이놈의 영감탱이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네! 둟린 아가리라고 못된 소리를 계속 지껄이는구만! 가만 둬서는 안 되겠어!”라고 한 뒤 오여사님을 억지로 앞 세워 그 영감님을 찾아갔다. 


  영감님을 보자마자 남편은 한손으로 영감님의 멱살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영감님의 수염을 잡아 뜯으며 “한 번 더 지껄여봐라! 이놈의 영감탱이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났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오여사님이 필사의 힘을 다해 겨우 뜯어 말려 집에 돌아왔는데 며칠 뒤 실제로 남편이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에 중상을 입고 말았다. 다행히도 응급처치가 잘 되어 불구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한다. 이후 오여사님은 영감님께 백배 사죄한 뒤 영감님의 단골 고객이 되었다. 시간이 흐른 뒤 이제 하나 남은 딸이 미국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고 오여사님 내외분도 딸을 따라 자연스레 미국에 건너와 살게 되었다. 남편은 미국에 와서도 의사 생활을 계속했고 여사님은 미국에 와서도 중요한 일만 있으면 영감님께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것을 묻곤 하셨다. 그러다가 영감님이 노쇠하여 세상을 떠났고 물을 곳이 없어지자 답답하던 차에 미국에 먼저 이민 와서 살고 있던 대학 동창의 소개로 필자를 알게 되었고 필자와 인연이 닿았다. 예전에는 사주팔자 보는 게 죄다 미신이라며 콧방귀를 뀌던 남편도 그런 일을 겪고 난 뒤에는 무슨 중요한 일이 있으면 넌지시 “어디 용한 곳 없나? 한번 물어 보고 오지 그래! 흠흠!” 하던 차여서 서둘러 필자를 찾았고 이런저런 상담을 하면서 필자의 단골고객이 되셨다. 


  그런데 남편은 한 번도 필자를 찾지 않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부인에게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고 오라 시킬 뿐 체면 때문인지 자기 자신이 직접 필자를 찾지는 않았다. 정 바쁘면 전화로 필자와 상담 할 수도 있건만 절대 그러지 않았다. 남자 분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간혹 있다. 필자에게 유독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의사·변호사·약사·경찰·검사·정부연방 공무원·대기업 회장 및 누구하면 알만한 연예인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이런 분들도 스스럼없이 필자를 찾는데 별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스스로 굉장히 높은 지위에 있다 생각하고 필자를 만나는 게 남들에게 알려지면 자신의 체면이 깎이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른바 ‘꼴같잖은’ 이들도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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