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달빛이 여름에게 전화를 한다.

달빛 : “안녕하세요. 달빛이에요. 오늘 급히 봐야 하는데, 잠깐이면 되요. 학교에 잠깐 들려주지 않겠어요? 시간 많이 빼앗지 않을게요.”

여름 : “무슨 급한일인데 그래요. 알았어요. 그리로 가죠!”

달빛 : “와 보면 알아요” 여름은 직장일이 끝나는 대로 달빛의 학교로 간다. 학교 앞 전철역에서 달빛이 기다린다. 달빛 : “어서 와요. 시간이 없으니 어서 갑시다.”

여름 : “지금 어디 가는 것 인가요? 급한 일이라서 끝나자마자 왔는데 어딜 가려고요? 나는 무슨 큰 일이 났는가 했는데.”

달빛 : “실은 오늘 야구 시합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갈려고요. 사람들이 무척 많이 몰릴 것 같아 늦으면 야구 표를 못 구하잖아요. 여름 오늘 다른 볼일은 없었던 거죠?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할 그런.”

여름 : “하기야 그렇긴 하지만”

달빛 : “학교에서 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학교에서 더 가깝기에 학교로 오라고 한 것이에요.” 여름 : “야구장엔 처음 와 봐요. 정말 대단하네요. 열광적인 것이 온 열기로 대단해요.”

달빛 : “나도 오늘이 처음이에요. 친구들이 오늘 야구 시작한다 하기에 그 소리 듣고 여름이 생각나서 바로 전화 한 것 이구요. 어느 구장인지 친구들이 알려주어서 학교에서 오는 게 가깝다 하여 이렇게 온 거에요. 와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맘껏 소리치며 어느 선수가 제일 잘하는지 내기 합시다.”

여름 : “그렇지 않아도 작년에 별희가 야구 선수 얘기를 하면서 그 선수가 제일 좋다며 야구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었는데 그땐 누가 누군지 잘 알지 못했거든요. 야구 하는 룰도 잘 모르고 그런데 오늘 여기에 오니까 별희가 야구를 그렇게 좋아한 이유를 알겠어요.”

한참 야구를 보며 있는데 전광판에 어느 연인의 나란히 앉아 응원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친다.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겨울과 봄이였다.) 여름은 그 화면을 보면서 응원하는 것을 멈춘다.

여름: “흥. 어제 나한테 오자고 하더니 결국 그렇게 봄이와 올 거면서 나를 또 놀린 것인가!” 혼자서 중얼 거린다. 응원 소리들 때문에 달빛은 자세히 듣지 못하고 화면에 비친 봄이와 겨울을 보면서

달빛: “저기 겨울과 봄이도 왔네. 다정해 보이는데~!” 한다.

야구 경기가 다 끝나고 여름은 잠깐 화장실로 가고 밀려 나오는 인파속에 겨울과 봄이도 나온다.

달빛이 먼저 아는 척을 한다.: “겨울, 봄이도 같이 왔네. 화면에 비친 거 다 봤어. 역시 다정해 보이는 커플이던데.”

겨울 : “ 누구랑 같이 왔어요? 설마 혼자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봄이 : “아마 여름언니랑 같이 왔겠죠. 척하면 삼천리 몰라요. ” 여름이 화장실에서 나오다 겨울과 달빛이 같이 서있는 것을 보고 그냥 혼자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버스를 탄다.

달빛 : “왜 이리 안 오지. 오래 됐는데.” 두리번두리번 여름을 찾는다.

겨울과 봄이도 같이 한참 기다리다

겨울 :“누군지 모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우리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먼저 가렵니다. 선배.”

한참을 기다려도 여름이 오지 않자 달빛은 여자 화장실 앞에서 머뭇하며 기다리다가 안을 살펴본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달빛은 여름에게 전화를 해 본다. 여름은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한다.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달빛은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한다. 걱정도 된다. 여름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여 급하게 버스에 오른다. 여름은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또 걸어야 한다. 그 긴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봄이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여름은 얼른 어느 집 대문 안으로 숨는다. 뒤에서 겨울과 제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 앞쪽에 가로등이 비추인다. 여름이 숨어있는 그 집 앞을 지나면서 겨울이 봄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흩날리는 머릿결을 만지는 듯해 보인다. 그리고 가로등 저편으로 지긋이 봄이를 바라보며 봄이의 눈을 마주치며 겨울의 눈빛이 다가간다. 봄이의 얼굴로 다가가는 것이 여름의 눈에 보인다. (여름이 눈을 감고 상상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