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기억에 남는 할머니가 계신다. 살아는 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 궁금한데 따님에게 안부
몇번 묻다가 좀 귀찮게 생각하시는거 같아 요즘은 연락을 안한지 꽤 됐다.
내가 간병해 드릴 당시 80초반이셨는데 아주 곱게 늙으신 온화한 인상이셨다.
귀수술을 해서 양로병원에서 개인으로 돌봐 드렸는데 제게 인간적으로 아주 잘해 주셨기에 기억에 남는다.
정말 인간적이었던 몇 안되는 할머니중 한분이시다.뭐든 먹어라 먹어라 주셔서 거기 다니며 3파운드정도 쪘다.
정말 교양있고 성악도 잘하시고 일어,중국어,영어등 4개 국어를 하시는 분이셨다.
시간 날때마다 아버님 이야기를 자주 하셨는데 할머니 아버님은 공부는 많이 안하셨지만 그래도 의리가
있으셨는지 상해에서 독립군을 도우셨다하며 어릴때 안창호 선생님,김구주석도 뵈었다 한다.
그댁에 들러서 식사도 해결하고 독립자금도 도우셨던거 같다.위험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할머니를 뵈니 부모님도 참 좋은 분이셨을 거 같았다.
식사를 잘 안하셔서 가끔 제가 집에서 콩나물국 같은 것이라도 좀 갖다 드리고 했는데 참 좋아라 하셨었는데.
그 인연으로 따님이 추천서(recommend letter)도 써 주셨었다.
그분이 양로병원 퇴원후 먼저 사시던 assist living에 들어 가셨는데......나중에 가보니 감옥이 따로 없더라.
한국사람도 주위에 없고 덩그라니 혼자 침대 하나 있는 방에 계시는데 할머니 말씀이 건너다 볼 개도 없다고.
그후로 어쩌다 그 지역에 갔을때 2번정도 찾아 뵈었는데 저에게 1주일에 한번이라도 와주면 좋겠다고 말씀
하셨지만 자식들이 부담스러웟던지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시고 꼭 대화상대가
필요한거 같아 보였는데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그냥 해드릴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안타깝지만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전화라도 많이 해서 상대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귀도 좀 어두우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1년 정도라 아주 쓸쓸해 하셨는데 그 걸 잘 견뎌내실지 걱정이더니 .
결국 6개월 정도 후에 따님이 연락이 왔기에 하루 가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어 보였는데 멀기도 하고
내가 다른 일이 있어 할머니께 더 못 다니고 나서 1년후 치매병원에 들어가셨다는 소식 들었다.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일본에는 효도콜이라고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 될때 혹시 노부모가 계신
분들은 부모님께 전화라도 자주 드리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