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2025.05.03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May 3, 2025)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요즘 프린스턴 대학 신학대학원 교수인 Elaine Pagels의 책 “Miracles and Wonder”를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 신약성경에 없는 “Gospel of Truth” (진리 복음서) 1 32-33를 인용해 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인용구에 이런 말이 있었다: “Stretch out your hands to those who are ill. (아픈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라.) 아픈 환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라는 초기 기독교 문서의 가르침이 병원에서 파트타임 채플린으로 일하고 있는 나의 마음에 와 닿왔다.


우리 병원에는 약 200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고, 당직 채플린은 하루에 한 사람 밖에 없으므로, 내가 일하는 날에는 여러 환자를 방문하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다. 


어떤 환자는 웃으며, “나 아직 안 죽어요. 채플린 아직 필요 없어요”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환자는 채플린의 방문을 환영하며, 자기 형편을 이야기 하거나 기도를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미국사람들도 인생을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칠순이 가까운 백인 여성 환자가 목에 브레이스를 하고 있어서 무슨 일로 목이 다치셨냐고 물었더니, 그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알콜 중독자인데, 술에 취해 욕을 하고 폭행했다. 나를 밀어서 쓰러 뜨리고, 내 목을 자기 무릎으로 눌러서 내가 목이 다쳤다. 우리 아들이 우리 영감도 폭행하고, 우리 손자도 폭행해서 지금은 25년 징역형을 받고 감옥에 가 있다”고 했다. 나는 두 노인부부를 위해 위로의 기도를 해 주고 병실을 나왔다.


다른 병실에 들어 갔더니, 팔순에 접어든, 백인 할아버지 환자가 나를 맞아 주었다. 그 할아버지는 텍사스에서 대학을 나와 37년간 중학교 영어선생을 하고 은퇴했다고 했다. 나는 종교는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원래 남침례교 교인이었으나, 여성 목회자 안수를 거부하는 남침례교에 실망하여, 여성 목회자를 인정하는 연합 감리교회의 교인이 되었다”고 했다.


내가 그 영감님에게, “보살펴 줄 가족은 있느냐?” 물었더니, “같이 살던 내 배우자는 죽고 지금은 홀애비 신세”라고 했다. 나는 “자녀들은 있는가요?”하고 물었더니, 그 영감님은 뜻 밖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자녀가 없어요. 나는 게이예요. 나랑 27년 같이 살았던 동성 남편이 죽고 지금은 혼자 살아요. 나의 남편이 병들어 죽어 갈 때 우리 교회의 여자 목사님과 교인들이 많이 도와 주어서 참 감사했어요.”라고 했다.


다음 병실에 들어 갔더니, 칠순 후반의 백인 영감님이, “동성연애자들을 지지 하던 프랜시스 교황이 이제 죽어 하나님 앞에 갔는데, 하나님 앞에서 야단 좀 맞을 것이다. 성경에 남자들끼리 동성연애 하면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교황이 되어 가지고 뭐 그리 흐리멍텅하냐?”고 했다. 


다른 병실에 들어 갔더니, 육십 후반의 백인 여성이 같이 사는 동거남이 자기 돈을 훔쳐 가고, 자기를 학대해서 같이 못 살겠다고 했다. 동거남과 헤어지면 돈이 없어 혼자 살 자신이 없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해 인생이 괴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밀와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던 심리학 박사요 교수였는데 평생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못해 외톨이 신세라고 했다.


나는 심리학 박사라는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이 지경에 이르렀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이 할머니에게 내가 배운 인생 교훈을 들려 주었다: “쳑 스윈덜 목사가 “인생은 10프로의 외부 사건에 대한, 90프로의 내부 반응으로 이루어 진다.”고 했어요. (Life is 10 percent what happens to you and 90 percent how you react to it. -Chuck Swindol) 한국 속담에 “호랑이 한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자세만 있으면, 살 길을 열어 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심리학 박사 할머니에게, 가족치료의 대가 Virginia Satir의 말을 상기 시켜 주었다: “인생은 이래야 된다 하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받아 드리고,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인생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왔다. (Life is not the way it is supposed to be. It’ the way it is. The way you cope with it is what makes the difference. -Virginia Satir)


한 두 마디 말로 인생을 바꾸는 기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나, 내가 전해준 말이 씨가 되어 열매 맺게 되길 기도한다.


                          John C. Maxwell Quote: “Life is 10% what happens to me and 90% of how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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