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June 18, 2025)
두뇌 건강과 치매 이야기
내 모교인 목원대학에 정기환 교수님이란 분이 계셨다. 스위스의 바젤 대학에서 교회사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교수님은 어학의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계셨다. 영어와 독일어, 불어와 라틴어, 일본어까지 하신 교수님은 독일병정이란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다소 과묵하고 경직된 분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 교수님이 일찍 치매가 오셔서 교수직을 사임하신 후 곧 돌아 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내 친구중에 거창출신인 미국인 학교 선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거창에 사시던 어머니가 치매가 와서 아들인 자신도 알아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방문하고 오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시카고에서 은퇴하신 한인 목사님은 연로하신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아들인 자신도 못 알아보고, “댁은 뉘시오?”하고 물어 오면, 유머 감각이 좋으신 목사님은 어머니에게, “누구긴 누구요? 당신 애인이지, 당신 애인!”이라고 웃으며 응대했다고 한다.
한번은 미국인 심리치료사와 함께 등산을 가려고 그 분의 차에 타고 가고 있는데, 50대의 그의 부인이 내 이름을 물어 보았다. 내 이름을 말하자 조금 후에 다시 내 이름을 물어 보았다. 그리고 조금 후에 다시 내 이름을 물어 보았다. 차를 타고 가는 짧은 시간에 다섯번이나 내 이름을 물어 보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50대의 젊은 부인이 치매가 깊어져 가는 것을 지켜 봐야 했던 그 심리치료사의 마음이 괴로왔을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성경에서는 “무릇 지킬 만한 것 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켜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고 했는데, 이 마음이라는 것도 두뇌와 연관관계가 밀접한 것으로 보인다. 두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니, 마음이 아무리 착한 사람도 두뇌에 이상이 생기면, 정상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노화로 두뇌에 불순단백질이 쌓여 치매가 생기면, 기억력 손실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성격마저 바뀌게 된다고 한다.
유명한 레이건 대통령이나 마가렛 대쳐 영국 수상도 치매가 진행되어 자신이 한때 대통령이었고 수상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두뇌기능이 퇴화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연세가 104세인데도 여전히 명석한 머리로 명칼럼을 신문에 기고하기도 하고, 강연활동도 하신다고 하며, 우리 교회의 무료 급식소에 음식을 드시러 오시는 Patty라는 할머니는 99세 이신데도 혼자 아파트에서 사시면, 손수 운전을 하시고, 지팡이 없이 혼자 잘 걸으시고, 안경도 안끼고 책을 보시고, 약도 하나 안 드시고 늘 웃으며 인사를 반갑게 하신다.
나도 한국나이로 65세가 되니, 예전에 알던 사람들의 이름이 빨리 생각이 안 나서 답답할 때가 있다. 미국 농담에 이럴 적엔, “내가 당신 이름은 아는데, 얼굴을 까 먹었어. (I know your name but I forgot your face.”라고 넘어 가기도 하는데, 내게도 벌써 두뇌기능저하가 시작된 것 같다.
두뇌기능저하의 증상은 기억력 감퇴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판단력 부족, 건성으로 듣기, 잦은 실수, 고집과 신경질, 인간관계의 단절과 고립감, 우울증 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며칠전에 담당의사에게 치매진단테스트를 받고 싶으니 전문의에게 보내어 달라고 해서 노인 클리닉에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만 65세 이상의 환자만 보니, 당신은 아직 만 64세라 받아 줄 수 없다”고 했다.
당분간은 적당한 운동, 적당한 음식섭취,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 독서와 글쓰기, 사회활동, 봉사활동 등을 유지하며, 두뇌건강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직 젊다는 착각을 버리고, 두뇌가 쪼그라 들어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이 모두 떨어져 잦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알고 준비하고, 생활을 단순화 시키며, 이 세상을 언제 떠나도 좋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