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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리 교회 무료 급식소 이야기"

2025.05.25

                                                   조정래 목사의 세상 사는 이야기 (May 25, 2025)


                                                              "우리 교회 무료 급식소 이야기"


우리 교회는 역사가 150년이 넘은 미국인 연합감리교회로 한때 교세가 왕성했으나 지금은 출석교인이 50여명 정도로 줄어든 작은 교회이다. 아직 성가대와 벨찬양대, 작은 앙상블 오케스테라도 있어 음악을 좋아하는 교회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고, 매주 주일 오후에 무료급식소도 운영하고 있다.


무료 급식소에는 주로 우리 교회의 자원봉사 교인들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봉지에 샌드위치와 과일, 요거트등의 간단한 점심을 나누어 주거나, 한달중 마지막 주는 교회지하실 부엌에서 따끈한 점심을 만들어 무료 점심을 제공한다. 이때에는 일손이 많이 필요하므로, 우리 교회 교인외에도 이웃의 루터란 교회 교인들이 와서 도와 주기도 하고, 이웃의 이슬람사원에 속한 무슬림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도와 주기도 한다.


오늘은 이슬람 사원에서 온 Deyala라는 팔레스타인 출신 여학생 무슬림이 부엌일을 도와 주고 있었다. 기독교인들과 무슬림이 함께 어울려 교회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 일이 나름 의미있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오후 교회 지하실 식당에서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에 식사기도를 해 주러 갔더니, 자원봉사 교인이 나에게 무료급식소에 찾아온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 옆에 앉아서 말동무가 좀 되어주라는 부탁을 해 왔다. 


그래서 나는 인생 밑바닥에서 고생하는 그들 옆에 앉아 같이 음식을 먹으며 말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Greg이라는 50초반의 흑인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지 혼자 말을 하며 혼자 킬킬 웃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허름한 중년의 백인 남자들이 앉아 있는데, 한 사람은 마약 때문인지 이빨이 빠져 잇몸으로 음식을 씹는 것 같았고, 한 사람은 오른쪽 주먹에 상처가 있어서 어떻게 손이 다쳤는지 물어 보았더니, 길거리에 있는 사인판을 주먹으로 쳐서 생긴 상처라고 했다.


옆 테이블에는 머리가 백발인 허름한 백인 노인이 혼자 외롭게 밥을 먹고 있길래 말을 붙여 보았더니,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 가셔서 맘이 안 좋다고 하길래 내가 선생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나랑 같은 1961년생 만 64세라고 했다. 이곳에서 태어 났느냐고 물었더니, 이 근방의 병원에서 태어나 평생 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빨이 빠져 있고, 꼬질꼬질 때가 묻은 외투와 때 투성이인 손등을 보며 나랑 동갑나이인 이 백인노인과 내 인생을 비교하게 되었다.


이 백인 노인은 백인 부모 밑에서 미국시민권자로 태어나 자랐는데, 지금은 왜 거지가 되어 무료 급식소에 와서 밥을 얻어 먹는 신세가 되었고, 나는 가난한 한국에서 거지처럼 살다가, 지금은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있는데 이런 인생의 차이가 어디서 온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술, 담배를 멀리 했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정직하고 성실한 인생을 살고자 노력한 것이 내 인생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가난에 굴하지 않고 영어를 배웠고, 억지로 대학졸업장과 대학원졸업장을 딴 것이 기회의 문을 열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쓴 표현이라 식상해서 싫고, 학교 다닐 때 도움을 베풀어 준 가족과, 친절을 베풀어 준 동기생 친구들이 고맙고, 교회가 내게 일자리를 준 것이 고맙고, 지식과 지혜를 담은 책들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다음 테이블에 갔더니, Patty라는 99세 되신 백인 할머니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분의 첫 남편은 52세의 나이로 입에 물고 있던 이쑤시개가 위장에 넘어가 위장에 구멍을 내는 바람에 감염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과부가 되었고, 과부로 25년을 살다가 홀애비인 둘째 남편과 결혼했다가 남편이 치매를 앓다 돌아 가시는 바람에 다시 과부가 되어 홀로 살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자녀는 없고, 둘째 남편의 전처소생 딸인 의붓딸만 타주에 살고 있는데,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사이는 좋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가난하게 살아도, “내 두 남편은 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내 인생에 만족한다”고 하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정신자세를 갖고 있었다. 이 할머니가 만 98세로 아직 건강하신 것은 장수유전자와 건전한 생활습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는 안경도 안 쓰시고, 약도 안 드시고, 운전도 손수 하시고, 지팡이 없이 두 다리도 뚜벅뚜벅 걸어 다니실 정도로 건강이 좋으신데, 지금도 “Stay positive. Don’t give up.” (긍정적으로 살아라.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시고 있다. 이 할머니는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얻어 먹고 있지만, 늘 겸손하고 친절하게 웃으며,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는, 위대한 인품의 소유자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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