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jerry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65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일상

불교 신자의 장례예식을 집례한 이야기

2025.09.24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August 17, 2025)


       불교 신자의 장례예식을 집례한 이야기


지난주에 같은 병원에 일하는 침례교 목사인 Dmitri가 나 한테 휴머니스트의 장례예배를 인도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물론 할 수 있다”고 하고 장례예식을 준비하려고, 장의사 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고인의 남편에게 우선 전화를 해 보라고 했다.


고인의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내는 휴머니스트가 아니고 불교신자였다”고 했다. 나는 “괞챦다. 불교신자의 장례예식도 해 줄 수 있다. 당신도 불교 신자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기독교 신자라고 했다. 남편은 나 한테 “장례예식은 너무 불교식으로 하지도 말고, 너무 기독교식으로도 말고, 중간쯤 해 달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장례예식을 위한 주보를 만들면서, 고인의 남편인 Terry와 전화와 이멜로 교신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남편은 60초반의 백인 음악가로, 밀와키 발레 오케스트라의 팀파니스트로 일하고 있고, 돌아가신 분, TuAnh은 사이공에서 태어나 미국에 이민 와서 경영학 석사를 하고 은행간부로 일하던 베트남 여자였다. TuAnh이 Terry에게서 피아노교습을 받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여 27년을 함께 살면서 자녀는 없었지만, 서로 사랑하며 살다가 TuAnh이 암에 걸려 50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라 했다.


오늘 주일 낮 예배를 마치면서 우리 교회 미국인 교인들에게, “오늘 오후에 불교인의 장례예식을 부탁 받고 장례예식을 인도하러 가게 되었다”고 하니, 아무도 “기독교 목사가 왜 불교신자의 장례식을 집례하느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고, 팔순의 미국인 영감인 Richard가,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이 어디에나 계신데, 꼭 기독교에만 있겠느냐? 불교에도 하나님께 도달하는 길이 있지 않겠느냐?”하는 말을 해 주었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부친 후, 장례 예식장에 갔더니, 미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나는 인사를 한 후, 시를 한 편 읽었고, 고인의 조카와 여동생들이 추모사를 했으며, Terry가 아내를 보내면서 쓴 글을 내가 대신 읽어 주었고, 불교의 기도문을 함께 낭독함으로 짧은 장례예식을 마쳤다. 나는 참석한 분들에게 이 기도문은 불교전통에서 비롯되었지만, 내용이 좋아 우리 교회에서 축도 대신에 사용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May all beings be peaceful. 

May all beings be happy.

May all beings be safe.

May all beings awaken to the light of their true nature.

May all beings be free.

(모든 생명체들이 다 평화롭기를, 

모든 생명체들이 다 행복하기를, 

모든 생명체들이 다 안전하기를, 

모든 생명체들이 다 자신의 참된 본성의 빛에 깨어 나기를, 

모든 생명체들이 다 자유롭기를) 


장례예식이 끝난 후, 남편 Terry는 베트남 전통 예복인 노란색 아오 다이를 곱게 차려 입고 관에 들어 누워 있는 TuAnh에게 엎드려 입을 맞춘 후 작별의 인사를 했다. 


죽은 아내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60대에 홀로 된 Terry를 보며, 김광석이 불렀던, “60대 노부부 이야기”란 노래가 생각이 났다: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나를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갈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오.”


미국인 남편은 기독교인이고, 베트남 여자인 아내는 불교 신자였지만, 음악과 사랑은 종교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여 이 둘을 연결해 주었고, 죽음마저 이 두 분의 사랑을 끊어 놓지 못할 것이다. 


예수께서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하셨고, “종교가 사람을 위해 있지, 사람이 종교를 위해 있지 않다”고 가르치셨다.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실천한 이 두 분에게 하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길 빈다.


성경 요한1서에, “아무도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참으로 멋진 말씀이 있다. (No one has ever seen God; but if we love one another, God resides in us. – 1 John 4:12)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