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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국인 교인 심방 이야기"

2025.09.24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September 24, 2025)


                                                  "미국인 교인 심방 이야기"


언젠가 미국인 교인집에 간 일이 있었는데, 그 분이, “우리 집에 목사가 온 것은 38년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봄, 가을로 목회자가 교인들을 심방하는 것을 보고 자란 나한테는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미국교회에서는 교인들이 목사를 초청하는 일 외에 목사가 심방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 교회의 비서에게 교인들에게 전화하여 목사의 심방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지 알아보라고 부탁을 했더니, 목사가 방문해 주기를 바라는 교인들이 거의 없었다. 개인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을 싫어 하거나, 집안 형편이 너무 초라하여 목사한테 보여 주기 싫어하는 지도 모른다.


교인들 중에는 수술을 할 때나 입원중에도 목사가 찾아 오지 말고, 그냥 생각나면 기도나 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연로한 부모님이 병원이나 양로원에 있으면, 목사가 찾아가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인 교회는 주일 낮 예배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교인들은 목사는 주일 아침 한 시간만 일하고 봉급 받는다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어서, 심방을 와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반갑고 고맙다. 그 중에도 심방 가기가 제일 만만한 사람들은 외로운 은퇴 노인들이다. 


어제는 은퇴노인 부부가 사는 집에 전화를 하여 심방을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오라고 했다. 남편은 84세의 전직 트럭 운전수인, 백인 영감인 Wayne이고, 부인은 91세의 일본 할머니인, Fujie 였다. Wayne이 21세의 미군으로 일본에 근무하던 당시, 28세의 일본인 미술가인 Fujie를 만나 결혼하여 미국에 와서 같이 산지 60년이 넘었다.


두 아들을 낳아, 변호사와 컴퓨터 전문가로 키워 행복한 노후를 보내다가 Fujie할머니가 중풍과 치매를 맞아  Wayne할아버지가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워 교회를 나온다. 집에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으나, 최근에는 치매가 악화되어, 교회에 잘 못 나오신다. Fujie 할머니는 나한테, “댁은 뉘시오?”하며 담임 목사도 기억하지 못했다. Wayne 할아버지는, 힘없는 목소리로, “Getting old is no fun” (늙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나이들고, 병들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나, 생각하기에 따라 좋은 점도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오후에는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Diane할머니에게 심방을 갔다. Diane 할머니는 젊을 때 알콜 중독자였으나, 술을 끊고 산지 40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매일 수영과 독서, 퀼트 만드는 일로 바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며칠전에 어지럼증으로 쓰러질 뻔 해서 병원에 갔더니, 몸의 중심을 잡는 귀의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서 지금은 약을 먹고 좋아 졌다고 한다.


Diane 할머니는 정부에서 나오는 은퇴연금인 1,800불 중에서 아파트 월세 900불을 내고 나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싼 노인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Diane 할머니 아파트 맞은 편에 살고 있는 Frances라는 흑인 할머니의  아파트에 심방을 갔다. Frances 할머니는 65년간 결혼생활을 했던 남편이 몇 년전에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살고 있다고 했다. 

남부의 알라바마에서 나고 자란 Frances 할머니는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평생을 보내기는 싫어, 미래의 꿈을 품고 북쪽인 밀와키로 와서 결혼하고 여섯 자녀를 낳아 길렀다고 한다. Frances 할머니는 알콜 중독자이던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으나, 대신 할머니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지금도 할머니의 사진이 침대 옆에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알라바마를 떠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갈 때, 할머니는 손녀인 Frances에게, “앞으로 어디를 가던지, 어떤 어려움을 당하던지 항상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지혜와 사랑과 신앙심이 깊었던 할머니는 105세까지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손녀였던 Frances는 이제 자신이 손자, 손녀를 둔, 80중반의 할머니가 되어 옛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Frances 할머니는 우리 교회의 정식 교인이 되려면, 일년에 얼마를 내어야 하느냐고 염려스럽게 묻길래, “우리 어머니도 교회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걱정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돈의 여유가 있는 교인들이 헌금하고 있어 교회재정에 문제가 없으니, 할머니는 염려 안하셔도 되요. 교회에 나오시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되니 그냥 오세요.”하고 안심을 시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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