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목사의세상사는이야기 (Oct. 10, 2025)
"목회자의 감정조절"
우리 교회에서 가까운, 다른 교단의 교회에 나가는 은퇴한 미국인 친구 목사 Tom이 자기 교회의 여자 담임목사인 Judy 가 갑자기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텍스트로 보내어 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찻집에서 만나 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찻집에서 Tom을 만나 Judy 목사가 교회를 갑자기 사임하게 이유를 물어 보았더니, “교인들이랑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주일 낮 아침에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지도 않고, 자기 사무실에 있다가 예배시간에 맞추어 나오고, 2년이 되어도 교인들 이름도 잘 모르고, 교인 가족이 입원해도 병원 심방도 안 가는 등 불협화음이 있어서, 교인들 대표 두사람이 Judy 목사에게, “이러저러한 일은 좀 시정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Judy가 자기를 비판하는 말에 기분이 상하여, “연말까지만 목회하고 이 교회를 떠나겠다”는 폭탄발언을 해 버렸고, 교회 뉴스 레타에 교인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화가 잔뜩 난 메시지를 쏟아 부은 후에, “이런 상태로 연말까지 설교를 못하겠다”고 하자, 교인들이, “그럼, 관두라. 연말까지 봉급계산해서 줄테니 당장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목사는, 어찌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다. 교인들이 등을 돌리고 냉대하면, 밥줄이 끊어지게 되니,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의식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위기를 당했을 때, 목회자의 인격수준과 신앙의 깊이가 드러나게 된다. 목사도 인간이라 감정의 지배를 받기 쉽지만, 감정의 지배를 받게 되면, 실수를 하게 되지만, 감정을 조절하여 성숙하게 대처하면, 진정한 목회자의 성화된 인격이 빛을 발하게 된다.
한번은 마산 합성감리교회에서 삼남연회의 목회자 진급심사 순서가 있었는데, 목사안수 과정에서 진급이 누락된 젊은 목회자가 자기를 탈락시킨 심사위원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더니 주먹으로 그 심사위원을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미국이었으면, 감정조절을 못하는 폭력배로 찍혀 목회 안수 금지는 물론, 경찰이 와서 폭행죄로 수갑을 채워 유치장으로 끌고 갈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유야무야로 그냥 넘어간 것 같았다.
미국에서도, 한인교회의 문화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버지니아주에 있는, 페닌슐라 제일교회의 김정식목사 (55세)가 식품점을 운영하는 고병훈 장로(43세)에게 많이 시달렸던지, 김목사가 식품점에 찾아가 고 장로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장로와 식품점에 불을 붙인 후, 김목사도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기사가 미주한인신문에 나와 있었다.
미국인 교회에서 30년 가까이 목회하는 나는 가을이 오면 불안과 긴장을 느낄 때가 있다. 가을에 목회 평가와 내년의 예산책정을 할 때, 교인들이 나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한해 더 있기를 바랄까, 나가 주기를 바랄까? 봉급인상을 해 줄까 말까?등으로 신경이 쓰여, 은퇴목사님들이 부러워 진다.
교인들이 나한테 “잘 한다”고 칭찬해 줄 때는 좋지만, 나를 비판하고, “잘 못한다”는 비판을 하면, 화가 나며, “너는 완벽하냐?”하며 싸우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내 잘못을 지적하면, 겸손히 받아 들이고, 개선할 의지와 노력을 보이면, 교인들로 부터 미움을 덜 받을텐데, “내가 어때서? 너나 잘해”라고 맞받아치면, 서로 감정이 악화되어, “나가라, 나간다”하며 막장으로 치닫기 쉬운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차를 몰면서 YouTube에 나오는 Napoleon Hill의 강의를 들었다: “사람들이 지적하고, 비판하고, 모욕을 주고, 상처를 줄 때, 감정에 휩쓸려 반응하면 백전 백패한다. 감정적인 반응을 하지 말고, 침묵을 지켜라. 침묵하는 시간에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인내하고, 지혜를 기르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길러라. 당신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잘못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며, 당신을 지혜와 성숙으로 인도하는 고마운 사람들임을 깨달으라. 이 고통스런 순간이 당신이 겸손과 인내와 성숙한 인격의 사람인지를 테스트하는 하늘의 시험임을 잊지 말라.”고 했다.
어떤 은퇴목사님은, “교인이 당신 얼굴에 침을 뱉으면, 당장 반응하지 말고, 침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라 붙은 침을 떼어낸 후에 천천히 반응하라”고 했으며, 또 어떤 은퇴 목사님은, 일제 시대에 감옥에 갇혔을 때, 생선가시가 반찬으로 나왔을 때, “생선가시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하며 천천히 녹여 먹었다”고 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생선가시처럼 자기를 찌르고 공격하는 교인들을 인내와 사랑으로 녹이고 소화시키며 교회를 성장시켜 존경받는 목사님이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자기를 칭찬하고 사랑한다면, 목회보다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가시처럼 목사를 찌르고 공격하는 사람들 때문에 목회가 힘들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목사를 반성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고, 인내와 사랑의 목회자가 되도록 변화시켜 주는 용광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고마운 사람들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