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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바캉스가 필요합니다】

2018.07.23

【바캉스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로마력으로 이 로마력의 가장 오래된 형태를 ‘로물우스’ 달력이라 한다. 로물우스 달력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1년이 열 두 달이 아니라 열 달이고 365일이 아니라 304일로 나타나 있다. 로물우스 달력에 따르면 새해가 3월에 시작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없어진 두 달이라는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로마 사람들은 사라진 두 달의 기간을 정지된 시간으로 믿었는데 그들은 이처럼 정지된 시간이 있어야 새해를 준비하는 가운데 새롭게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열 달이 아닌 열 두 달로 그리고 304일이 아닌 365일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12월 31일이 가면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새해 초하루인 1월 1일을 맞이해야만 했다. 1월 초하루에 시작해서 12월 마지막 날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빈틈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했다는 말이다. 이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삶의 무게는 점점 쌓여만 가고 좀처럼 그 무게를 비울 수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현대인들은 삶에 찾아오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비울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민자의 신분으로 이 땅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 수많은 민족과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미국에 살면서 그만큼 삶 자체가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땀 흘려 일을 하면 할수록 그만큼 소득도 늘어나고 윤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별로 나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를 통해서 시간적으로 여유를 찾는 가운데 틀에 박힌 삶에서 자유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하겠다. 얼마 전에도 다운타운에서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던 한 동포가 일에 대한 중압감과 과로로 인해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처럼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인생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여름 피서 철이 찾아오면 많이 듣는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바캉스 (Vacance)라는 말이다. 어린 자녀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는 것에 맞추어서 해수욕장을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바캉스의 한 모습이었다. 바캉스라는 말은 프랑스어로서 원래 비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바캉스를 통해서 자신에게 있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짐을 비우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휴식도 없이 1년 365일 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털어내기 위해서 바캉스를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바캉스를 단순히 놀고 즐기며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에 휴식을 제공하고 새로운 날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바쁜 일상에 묶여서 삶의 목적까지 망각한 채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굳이 긴 시간이 아니라도 괜찮을 것 같다. 한 해 단 며칠만이라도 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바캉스를 가짐으로서 삶에 쉼을 이루고 여유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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