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문진 (文鎭)

2021.03.29

[내 마음의 隨筆]



문진 (文鎭)



“어, 이게 뭐지?”  


최근 방을 혼자 정리하다가 나는 무언가 묵직한 돌같은 것이 손끝에 닿음을 느꼈다.  그것은 20년이 넘는 세월인 1999년에 San Francisco의 Moscone Convention Center에서 열렸던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품전시회에 내가 참석했을 때 어느 회사에서 내게 준 기념품이었다.


우스게 이야기이지만 나는 그 회사에서 나에게 ‘무슨 돌을 나에게 주는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집에 와서 그냥 그 돌을 어디에 별 생각없이 넣어 놓았다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이사를 몇번 거듭하면서도 용케 아직까지 살아 남아서 방을 청소하면서 나는 다시금 그 돌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문진(文鎭) 이었다.  서진(書鎭)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진은 대개 우리가 독서할 때 책장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거나, 서예를 할 때 종이를 움직이지 않도록 눌러 놓는 물건을 말한다.  직업의 성격상 책을 많이 가까이 하고 가끔 서예연습을 하는 나로서는 자연히 이 문진에 차차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개 ‘문진’이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사가 환자에게 아픈 곳이 어딘지 등을 묻고 이를 통해 진단하는 問診(문진)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文鎭의 경우는 鎭(진)의 의미가 ‘진압하다’ 또는 ‘누르다’이니 文鎭을 순우리말로 하면 ‘글(월)을 누르는 것’ 쯤으로 되어 앞으로 어려운 한자용어보다는 ‘글월이 쓰인 종이를 누르는데 쓰이는 물건’이란 뜻의 ‘종이 누르개’ 정도로 자연스레 부르면 어떨까도 생각해본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내가 문진에 대해 조금 연구해 본 바로는 서양에도 문진을 paperweight이라고 부르고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실로 다양한 종류의 문진이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을을 알게 되었다.  사실 80년대 후반 내가 미국에 처음 오게 되었을 때 나와 가까이 지내던 분들이 paperweight을 쓰고 있는 것들을 보고 또 설명을 들어서 문진에 대해 나는 간단하게는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자세하게는 잘 몰랐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추억이 서려있던 곳들인 몇몇 학교와 수도원, 각종 큰 기념행사와 연관하여 제작된 몇개의 문진을 나는 가지고 있다.  대부분 내가 그러한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행사에 참석하여 산 것들이긴 하지만, 최근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우연히 어떤 웹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이제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얼마든지 고유한 문진을 제작해 집까지 배달해 주거나 이미 다양한 문진들을 만들어서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몇년 전에는 호기심에 타원형으로 된 돌을 우연히 줍게 되어 그 돌에 글자를 써 넣고서 나만의 문진을 만들어도 보았다.  자연미가 훨씬 풍기는 문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물건을 보면 마음에 떠오르는 그 이미지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름답거나, 기억에 남거나 보람찬 일, 또는 즐겁거나 기쁜 추억을 간직한 장소들이나 행사 또는 일들을 기념하는 자신만의 문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요즘처럼 별다르게 재미있는 일도 별로 없고 무겁고 답답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때에는 자신만이 오롯이 오랜동안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이 서린 문진과 함께 독서여행을 함께 자주 떠나는 것도 이 또한 꽤 보람된 일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참고 자료:

https://blog.daum.net/yescheers/8597850


2021년 3월 29일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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