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독후감: Pachinko (파친코)

2023.02.17

[내 마음의 隨筆]



독후감: Pachinko (파친코)



Pachinko는 재미한인작가 이민진이 1989년에 처음 줄거리를 구상하고 2017년에야 출판한 소설로 모두 3권으로, 제1권 Gohyang/Hometown 1910-1933 (17장), 제2권 Motherland 1939-1962 (20장), 그리고 제3권 Pachinko 1962-1989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00+페이지).   


나는 고맙게도 이 영문판 소설을 존경하는 선배과학자님으로부터 최근에 뜻하지 않게 선물로 받게 되었다.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이 소설을 꼭 읽어보라는 권유를 지난 몇년간 몇번이나 받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최근에야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소설은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제시대 부산의 영도에 있는 전형적인 한가한 한인어촌 마을의 한 소박한 가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자(Sunja)’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선자의 집은 어부들이나 하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하숙집이다.


부모(훈이, 양진)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잘 자라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선자는 어느날 뜻하지 않게 부산의 어시장과 일본을 오가며 생활하는 제주도 출신의 ‘고한수’라는 인물과 몰래 사귀어 덜컥 임신을 하게 된다. 나중에 선자는 평양에서 내려와 자기집에 묵게 되는 ‘백이삭’이라는 청년목사와 결혼하게 되어 일본의 오사카에 있는 한인들의 밀집 거주지에 있는 백이삭의 친형 ‘백요셉’의 집 허름한 방에서 함께 얹혀서 살게 된다. 오사카의 한인교회에서 시무하게 된 백이삭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교인들과 함께 일본경찰에 잡혀 들어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며 수감생활을 하다가 거의 반죽음이 되어 겨우 석방되었는데 몸이 선천적으로 허약하였던 그는 얼마되지 않아서 결국 일찍 세상을 뜨고야 만다.


한편 고한수와의 사이에서 낳은 ‘백노아’와 세상을 먼저 떠난 그녀의 남편 백이삭과의 사이에서 낳은 ‘백모자수’를 잘 기르기 위해 선자는 백요셉의 부인인 즉, 형님인 ‘경희’와 함께 행상을 하면서 김치와 설탕과자를 집에서 만들어 파는 등 온갖 힘겨운 생활을 하게 된다. 나중에는 그녀의 어머니(양진)도 현해탄을 건너와 두 가족이 모두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학구열이 남달랐던 총명한 아들 노아는 도쿄의 와세다에 진학하지만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고 호카이도로 혼자 잠적하여 파친코에서 일하면서 일본 여인(리사)과 가정을 꾸리게 되고, 공부에 관심이 없던 모자수는 파칭코 영업을 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일본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딸만 낳았던 고한수는 선자와의 사이에서 자신의 부인 몰래 낳은 노아의 학비를 대주고 아파트를 마련해 주면서 노아가 자신의 아들임을 강조하지만, 선자는 이를 결코 받아 들이지 않는다. 노아는 자기가 번 돈만을 선자에게 생활비로 보내 올 뿐 집으로는 그의 거주지를 알려주지 않고 선자를 만나러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하여 선자와 고한수는 노아를 찾으러 함께 나서게 되고 결국 노아가 결혼 한 후에 그를 딱 한번 만나게 되는데, 일본 여인과 결혼하여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아이들을 낳고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노아는 그의 어머니 선자를 만나고 나서 그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모자수는 나중에 파친코 영업장에서 일하던 조선 여인(유미)과 결혼을 하게 되고, 그의 아들 ‘솔로몬’을 낳는다. 유미는 2년 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게 된다.


솔로몬은 모자수의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고자 하는 그의 간절한 바램으로 미국의 Columbia University로 유학을 가게 되는데 미국의 시애틀에서 온 교포 학생인 ‘Phobe’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와 동거생활을 하던 그는 그가 결혼할 의향을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솔로몬은 도쿄의 영국계 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자신에게 맡겨진 회사 일을 처리하던 중 늙은 재일교포의 부동산 처분을 하게 되는데 도중에 갑자기 그녀가 사망하게되어 그는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일본인 상사의 차별을 받고 해고 된다. 


솔로몬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고 하나 한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미묘한 차별 때문에 별다른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에는 아버지의 파코 영업을 물려 받아 일하겠다고 선언 하자, 그의 한국계 미국인 여자친구 Phobe는 즉시 여행가방을 싸고 미국으로 혼자 돌아가 버린다.   솔로몬은 또한 그의 첫사랑인 자신의 아버지 모자수의 여자 친구 에츠코의 딸인 일본인 호스티스 여자친구 ‘하나’를 잊지 못하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나 그녀는 병실에서 결국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나는 솔로몬에게 모자수의 파친코 사업을 물려 받으라고 유언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는 선자가 남편의 묘소에 혼자 성묘를 가서 지나간 복잡다단했던 ‘자이니치’로서의 쓰라린 과거를 담담히 회상하고 일본인 묘지관리인으로부터 그의 아들 노아가 1978년까지 16년 동안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꼭 성묘를 하러 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가 핸드백 속에 보관하면서 늘 가지고 다녔던 두 아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열쇠고리를 무덤 옆에 손으로 파서 깊이 묻는다. 


그야말로 이 소설에는 파코가 여기 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대우를 받는 일본 내의 한국인 즉, ‘자이니치(在日)’들이 태평양 전쟁, 6/25를 거치면서 기본적으로 그들이 먹고, 입고, 그리고 사는 것을 힘겹게 해결하기 위하여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 폭력조직인 야쿠자의 위협 속에서 위험하고도 힘든 일종의 오락용 노름판과 같은 파코 영업을 하면서 하루하루 일상을 힘겹게 살아 나가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노아와 모자수 세대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하여 파친코 영업을 직업으로 선택하였지만 솔로몬은 일본사회에 깔린 교묘한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기 위해 파친코를 선택하였다.  


가족, 출생, 연애, 결혼, 교육, 직장, 사업, 학교폭력, 따돌림, 음식, 이념, 사상, 종교 등과 같은 여러 주제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이 한가족의 4대에 걸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한국어, 영어, 일본어 대화를 통하여 1910-1989년 동안의 거의 80년 정도의 시간대 속에서 한국의 부산, 북한, 일본의 오사카, 도쿄, 요코하마, 나가노, 그리고 미국의 뉴욕 등 세 나라를 주 배경으로 하여 다양하고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역사인식과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역사인식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역사왜곡은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사죄 요구에 대한 일본정부의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도 여전하다.


결코 가벼운 흥미위주의 소설이 아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중의 하나는 역사에 대한 똑바른 인식에 대한 노력은 결코 거창한 역사공부나 요란한 정치적인 선동보다는 어쩌면 국제어인 영어를 통해 기술된 소설의 역사적 줄거리 전개를 통해 어두운 일본의 과거를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문화적인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이 소설이 번역 되었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작가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쓰인 2권으로 번역 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정작 일본어로는 이 소설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나중에 번역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꼭 읽고 싶다.   


역사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어두웠던 두나라의 과거를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여 오늘도 여전히 차별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거의 100만에 육박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인 ‘자이니치’들의 한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그들을 도와주며 그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하겠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일본, 일본인, 그리고 일본에 대한 역사인식을 우리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각도로 보여주는 이 소설을 독자 여러분에게 주저없이 권하는 바이다.


English Translation: 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341106


2023년 2월 17일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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