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77회] 일본수상에 거액 뇌물주고 사건 무마

2019.06.04

1976년 3월 25일 미하원 국제관계위원회 국제기구소위원회의 비밀청문회에서 미 국무성 전 한국부장 도널드 레너드는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항공 조중훈 사장과 국제흥업 오사노(小佐野) 사주를 통해, 당시 수상 다나까에게 3억엔을 증여하여, 이 사건의 인멸공작에 성공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 한국언론인 문명자는 1977년 3월 <주간 포스트>지에 2회에 걸쳐 다나카 수상에 대한 박정희 정부의 공작 내막을 폭로했다. 기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납치사건으로부터 1주일 후인 1973년 8월 15일 청와대에 불려간 조중훈 사장은 다나카 수상에 대한 공작을 의뢰받고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의 정ㆍ재계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동경 아카사카(赤板)에 있는 요정에서 오사노 겐지를 만나, 의뢰금(依賴金)으로 먼저 1억엔을 건네주었다. 그 돈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외환은행 동경지점에서 인출되었다.


다시 8월 18일 서울로 돌아온 조 사장은 그 결과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그후 9월 중순에 서울과 동경을 왕래하면서 ‘정치해결’을 위한 공작을 계속했으며, 그 사이 오사노에게 1억엔을 건넸다. 9월 21일 하코네(箱根)의 산장에서 드디어 다나카 수상과 ‘정치해결’에 대한 밝은 전망을 갖게 되었으며, 그 사례로 오사노를 통해 다시 1억엔을 건넸다. 


납치사건 후 박정희는 미국의 칼럼니스트 잭 앤더슨에게 “나는 하느님에게 맹세코 납치사건과 관계가 없다. 사건은 아마 중앙정보부의 소행일 것”이라고 떠넘겼다. 그러나 사건 당시의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은 훗날 “1973년 봄 박정희가 나를 불러 김대중을 죽이라고 지시했다. 나는 곤혹스러운 나머지 실행을 미루고 있었는데 박정희는 김종필과도 이야기되었다면서 다시 명령을 내렸다. 김대중을 납치한 것도 나지만 살려준 것도 나다.”라고 밝혀, 이 사건은 본질이 박정희의 정적제거 음모였음을 털어놨다.


1987년 9월28일 이후락 전 중앙정보 부장이 남산 외교구락부에서 ‘김대중 납치 사건’과 관련하여 본인이 신동아와 월간조선과 인터뷰한 것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당 ‘김대중 살해미수 납치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994년 사건당시 중정부장이던 이후락이 동향친구 최영근 의원에게 한 말의 내용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한 구절이다. 


귀하는 1980년 최영근 전 의원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김대중이 해치워버려’ 하는 말을 하자마자 충격을 받고 그냥 알았습니다” 하고 물러나왔고, 어물어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달이 지나자 박정희 대통령이 다시 불러 ‘왜 하라는 데 하지 않느냐’며 호되게 추궁해서 할 수 없이 지시를 내렸다”는 요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아울러 “김대중씨 납치를 지시한 것도 나이지만 목숨을 구한 것도 나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납치사건이 발생한 후 34년 만인 2007년 10월 ‘국정원 과거 사건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정부 차원의 첫 공식 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최소한의 묵시적 승인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사건과 무관했다면 사건 발생 후 이후락 정보부장을 처벌하는 게 당연한데도 그렇지 않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한 점 등은 박 대통령이 사건의 공범 또는 주범임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박정희가 지시한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에 망명한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1977년 6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주목할 만한 증언을 했다. 납치 사건이 박정희의 재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언하며, 가담 인물들의 명단을 소위원회에 제출했다. 김형욱은 별도의 성명도 발표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1971년 그와 대결했던 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씨와, 미국의 대한정책을 좌우하는 미국 국회였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개인인 김대중 씨의 문제를 이른바 ‘김대중 납치 사건’으로 해결하려 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인정한 <프레이저 보고서> 김대중 납치사건의 관련자는 다음과 같다.


납치ㆍ살해 음모 지휘자들


중앙정보부장 - 이후락

중앙정보부 차장 - 김치열

중앙정보부 차장보 - 이철희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납치행위 제1 책임자) - 김기완


실행 그룹


단장(중정에서 파견)-윤진원(해병대령)

주일 한국대사관 참사관 - 윤영로

주일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 김동운

주일 요코하마 영사관 영사 - 유영복

주일 한국대사관 참사관 - 홍성채

비밀 공작원 - 윤춘국

주일 한국대사관 서기관 - 백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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