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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기당해 날아간 꿈

2019.12.07


            사기당해 날아간 꿈 


 구한 말 조선에서 생활했던 외국인 호레이스, 알렌이 <Things korean>에 1893년 4월 7일자에 한국인들이 독자적으로 기선회사를 설립했던 이야기를 언급한 일이 있다. 그에 의하면 1884년 김정구·강기환·김두수 등 일단의 사업가들이 “중요한 사업기회들이 외국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로 결심하고” 한국과 주변 국가들을 왕래하며 물품을 수송하는 윤선상회사(輪船商會社)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거금인 약 1200불에 해당하는 자금을 조달하여 선박을 구입하기 위해 김기두를 나가사키로 파견한다. 김기두는 1866년 병인양요 이후 대원군에 발탁되어 증기선식 포함 제작에 참여한 기계기술에 뛰어난 장인이었다. 김기두는 당시 조선의 증기선 전문가로 유명했고 1876년 5월에 일본에 제1차 수신사를 파견할 때 수행원으로 참가했던 개화된 인물이어서 선택 되었다. 


투자자들이 김기두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증기선 전문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기두는 증기선을 구입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 사업가로 알려진 오쿠가와 요미따로를 만나게 된다. 이 예의가 바른 일본인은 김기두에게 나가사키를 관광시켜 주며 좋은 음식과 술 그리고 어여쁜 게이샤(기생)로 환대했다. 이렇게 며칠 동안 호의를 베푼 뒤 은밀한 정보를 김기두에게 알려준다. 자신의 조카가 아주 훌륭한 배를 소유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치명적인 병에 걸려 오늘내일 하는지라 간호를 위해 마지못해 배를 헐값에 매각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상가의 삼분의 일 가격인 1200불에라도 팔려한다는 정보였다. 김기두는 솔깃했다. 큰 행운이 눈앞에 있는듯하여 흥분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배를 사고 싶다고 했고 우선 선박확인을 요구했다. 오쿠가와는 김기두를 나가사키 항으로 안내했고 그곳에는 일본과 중국 상해를 운행하는 엄청나게 장엄한 기선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김기두는 이런 배를 1200불에 사게 되다니 믿어지지 않는 행운이라 여겼다. 배에 올라타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데 이 배에 타고 있던 서양 선원들이 모두 김기두를 깍듯하게 접대했다. ‘배의 새 주인이 될 사람이여서 코쟁이들이 나에게 저렇게 쩔쩔매는 구나!’ 싶어 어깨가 으쓱해지고 흐뭇했다. 서양 선원들은 김기두에게 배의 선박내부를 상세히 구경시켜주었다. 김기두는 영어를 모르기에 오쿠가와가 해석을 해주었다. 오쿠가와가 해석해 주기를 “이 배는 성능이 엄청 뛰어나고 성능뿐만 아니라 선원들도 모두 숙련된 선원들이여서 이 배를 사는 사람은 엄청난 행운을 얻는 거라고 합니다.”라는 통역에 흐뭇했다. 김기두는 배의 뛰어난 시설에 만족하고 오쿠가와에게 1200불을 지불하고 매도증서를 받았다. 


다음날 김기두는 귀국할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배의 매도증서를 가지고 어제 구경했던 배에 가서 선장에게 증서를 보여준 뒤 제물포로 떠날 것을 엄중한 목소리로(배의 주인이니까 가벼이 보이면 안 되겠기에)명령했다. 선장이 어리둥절 하자 김기두는 더욱 엄중한 목소리로 위엄을 실어 다시 한 번 명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양인 선장은 처음 어리둥절하다가 실실 웃다가 하더니 나중에는 소리를 치며 배에서 내리라고까지 하는 듯 했다. ‘이놈들이 새 주인을 길들이려고 하는구나! 괴씸한 놈들...’이라고 생각해 더욱더 난리를 치자 이들은 경찰관을 불러 결국 김기두를 쫒아냈다. 사연은 이랬다. 김기두가 선박을 방문하기 바로 전날 교활한 사기꾼 오쿠가와는 선장에게 김기두를 서양선박을 처음 방문하는 한국의 왕자라고 소개했고 왕자님께 상세히 배를 설명해 달라고 하며 수고비까지 듬뿍 안긴 것이다. 


이래서 서양인 선원들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김기두를 극진히 안내한 것 이였다. 사기당한 것을 안 김기두가 펄쩍 펄쩍 뛰었지만 오쿠가와는 돈을 받자마자 처자식을 데리고 행방을 감춘 뒤였다. 한방에 큰껀 하나를 헤 치운 것이다. 김기두는 할 수없이 귀국하여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렸고 투자자들은 이런저런 사람들을 동원하여 오쿠가와의 뒤를 쫒았으나 행방이 묘연했고 주한 일본공사 에게도 호소 하였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김정구와 강기환등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파산하고 말았다. 이렇게 한국에서 최초로 순수한 민간조선인들의 자금으로 선박회사를 세우려한 부푼 기대는 어처구니 없게도 황당한 사기극에 휘말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유사한 사기극은 옛날뿐 아니라 지금도 존재한다. 몇 년 전 일이다. 


여기에는 오렌지카운티의 유명한 사기꾼 고 씨가 또 등장한다.(예전에도 필자 칼럼에 몇 번 등장했던) 고 씨 성을 가진 이놈은 멕시코와 남미일대에서 수산업을 한다고 속이고 수많은 한인들 투자금을 가로채 왔던 놈이다. 그 세월이 무려 40여 년간이고 한국에도 수많은 피해자가 있고 이곳 미국 한인교포사회에도 수없이 많다. 이놈의 수법은 이렇다. 자신이 멕시코와 남미 이곳저곳에 수산물가공회사를 가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운영자금이 부족하다. 공장을 돌리기만 하면 투자금의 10배 가까운 이익이 남는데 잠깐 6개월에서 1년만 투자해도 엄청난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 못 믿겠으면 현지 공장에 가서 확인하게 해주겠다. 씨꺼멓게 생긴 게 꼭 남미사람 같은 큰 풍채에 나발 나발 말은 청산유수다. 옛날 젊은 시절 청소 업으로 큰 부를 이룬 적도 있다고 자랑하는 것은 빼놓지 않는 레파토리이다. 


현장 확인을 위해 현지공장에 가면 공장에 들어서기 무섭게 이놈 저놈 붙들고 ‘아미고’·‘씨뇰’·‘부에노디아스’·‘꼬모에스따’하며 공장에서 일하거나 감독하던 이들을 붙들고 떠들며 이것저것 지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설명하기를 자신의 현지 공장 메니져 또는 자신이 채용한 월급사장, 오래 쓴 직원 등 이라고 설명을 하면서 그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서며 너스레를 떤다. “운영자금이 부족해서 저놈들 임금이 조금 밀려 있는 상태라 저놈들이 이런저런 엉뚱한 소리를 할 수도 있으니 될 수 있으면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소리를 저놈들이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한꺼번에 다 내놓으라고 하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투자에 우선 사용해야지 급여로 먼저 찢겨나가면 일이 어려워진다. 투자금으로 한 바퀴만 돌리면 다 해결된다.” 이렇게 기가 막힌 말솜씨로 투자자를 현혹시킨다.


투자가 이루어지면 즉시 ‘빠이~ 빠이~’이다. 큰 투자를 받았으면 즉시 전화번호를 바꿔 버린다. 필자의 고객 중에도 이 교활한 사기꾼 고 씨 놈에게 사기 당한 분들이 몇 명 있다. 그 중 안타깝게도 어떤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평생 동안 뼈 빠지게 일해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입고 싶은 것 안 입으며 모은 돈에다가 주위 형제 돈까지 투자하게 해서 이 교활한 사기꾼 놈 입에 탁 털어 놓았으니 어찌 살 용기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런 사기꾼 놈은 되지지도 않는다. 그 죄업이 많아 오래 오래 살며 악업을 더 쌓아야 하는가 보다. 참으로 한심하고 불쌍한 놈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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