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돈만내면 천도가 되나?

2020.07.15




             돈만내면 천도가 되나? 


  중국 송나라 때 사람 범중앙은 매우 효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열심히 공부하여 관직에 오른 뒤 이부상서라는 높은 관직에 이르렀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 시자 범중앙 대감은 생각하기를 ‘어머니의 크신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예법에 맞게 온 가족이 49제를 정성껏 올려 좋은 세상으로 가시길 기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허나 관직에 있으면서 재를 모시면 나라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상주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이도저도 아니다.’ 범중앙은 사표를 내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현묘사라는 큰 절로 49제를 위해 들어갔다. 당시 현묘사는 이백여명의 대중이 사는 큰 절 이였다. 그곳에서 범중앙을 비롯한 남자식구들은 스님들 심부름과 청소 일을 하였고 부인과 딸·며느리 등 여자 식구들은 공양을 짓는 부엌일을 도맡아서 행하였다. 이렇게 온 가족이 망인을 위해 공덕을 쌓으며 세 번째 재를 올린 날 저녁, 범중앙 대감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다급하게 청을 하였다. 


“아들아, 큰일 났다. 생전에 저지른 나의 죄가 너무 많아 49제가 끝나기도 전에 판결이 이루어진다는구나! 나는 틀림없이 나쁜 업보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으니 부디 나를 도와주려므나!”라고 했고 “어머니,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나를 위해 공덕경(功德經)을 읽어다오! 너무도 시급하다.”라 하였다. 꿈에서 깨어난 범중앙은 주지스님께 달려가 어머니께서 현몽하셔서 당부한 내용을 아뢰었고 주지스님은 영가에게 읽어주면 공덕이 크다는 지장경·범화경·능엄경·금강경·아마타경·관음경 등의 공덕경 중에서 금강경을 택하였다. 그리고 현묘사 스님 이백여명을 모두 동원해 매일 새벽·오전·오후·저녁 네 차례에 걸쳐 금강경을 독송하게 하였다. 이렇게 모두가 매달려 금강경을 독송한지 5일째 되는 날 밤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매우 기뻐하며 “고맙다, 아들아. 현묘사 대중스님 모두가 나를 위해 공덕경(금강경)을 읽어주어 그 공덕으로 나는 큰 가피를 입어 죄업을 면하게 되었단다. 더군다나 어제는 나를 위해 공덕경을 읽어주시는 대중스님들 사이에 관음보살님까지 오셔서 계셨으니 얼마나 고마우신 일이냐? 나를 대신하여 관음보살님께 감사를 드려다오!”라 했고 “어머니 어떤 분이 관음보살님이십니까?”라는 물음에 “날이 새거든 대중스님들이 모인자리에 가서 ‘어제 오전시간에 경을 반만 읽고 밖으로 나간 스님이 누구냐’고 여쭈어 보거라 그분이 관세음보살님이시다.”라고 했다. 


날이 밝아 범중앙 대감은 대중스님들을 찾아가 어머니께서 일러 주신대로 물었다. 대부분의 스님은 모르겠다며 두리번 두리번거리는데, 스님 중에서 지위가 가장 낮아 평소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던 한 스님이 머리를 멋쩍게 긁적이며 “내가 그랬어요. 법당에 대중은 많으신데 부엌에서 일하는 일손이 모자라는 것 같아 도와주려고 나갔습니다.”라고 하며 범중앙 대감에게 자신을 노출 시키지 말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대며 뒷걸음질을 쳤다. 범중앙 대감은 그 스님의 뒷모습에 대고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는 이미 관세음보살님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49제를 지내는 가족들이 정성이 천도에 가장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예전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산스님이 이런 증언을 했다. 고산스님이 부산 칠산동 법륜사 주지를 맡게 되어 법당을 청소하다보니 부처님을 모신 탁자 밑에 위패와 사진이 한 트럭분이나 있었다 한다. 수십 년 동안 모아두었던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 고산스님은 3일 동안 재를 지내주었다. 그런데 재를 지내는 3일 동안 수많은 남녀가 꿈에 나타나는 것 이였다. 갓을 쓴 사람, 보따리를 든 사람,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 등등 수백 명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스님이 그들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주인이 가라고 하여 떠나는 것이니, 갈 곳도 정해주겠지요.”라고 답했다. 고산스님은 3일 동안 재를 지낸 뒤 부처님 모신 탁자 밑의 위패와 사진을 모두 끄집어내었는데 놀랍게도 꿈에 나타났던 그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한다. 스님은 깨달았다. ‘49제를 지내준다고 모든 영가들이 천도가 되는 게 아니구나!’ 영가들이 천도되지 않고 법당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고산 스님은 영가들이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원하며 경을 정성껏 읽었고 위패와 사진을 태워주었다 한다. “49제를 지내준다고 하여 모든 영가가 모두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생전에 욕심과 집념이 강했거나 이승에 대한 집착과 한(恨)이 많은 영가는 쉽게 천도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고산 스님의 증언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이렇다. 울산이 고향인 노인 한분이 72세 나이로 자살을 하였다. 고위공무원인 아들을 비롯하여 아들 다섯이 모두 의사·판검사·변호사 등으로 출세를 하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노인이 자살을 한 것이다. 노인은 10여 년 전 사별하고 혼자 지내오셨다. 자녀들이 49제를 지내려 절을 찾아 많은 사례를 하고 재를 부탁하였다. 자식이 모두 성공을 했어도 마음을 노인에게 써주는 자식이 하나도 없어 노인은 고독하였고 매달 넉넉히 주는 용돈이 노인에게는 부질없는 것 이였던 것이다. 노인은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며 무척이나 외로웠고 우울하게 지내다 그만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이다. 자식들은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 노인의 죽음을 주위에 숨기고 쉬쉬하며 장례를 황급히 치룬 뒤 49제를 스님에게 부탁한 것이다. 노인과 절친했던 친구 분의 귀뜸으로 이 내용을 알게 된 스님은 자식들에게 “시일이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돌아가신 아버님을 위해 금강경을 천 번 읽어 드리세요. 하루에 한 번도 좋고 두 번도 좋습니다. 꼭 그렇게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자손들에게 부탁했다. 아들과 며느리 모두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스님이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느끼고 자손들을 다시 불러 “여러분들 중에 금강경을 제대로 읽으신 분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아무도 금강경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돈만 충분히 내면 천도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 것 이다. 노인은 죽어서도 한을 풀 수 없어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성이 49제의 핵심임을 알려주는 교훈 이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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