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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운명은 스스로 만든다.

2020.08.17


  

          운명은 스스로 만든다. -흥선군의 운(運)과 기(氣)- 


 운명은 일정부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란 말이 있듯이 그 성패여부는 결국 하늘의 뜻에 달려 있지만 애초에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하늘의 뜻은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말의 풍운아 대원군은 키가 5척(150센티)에 불과한 단신이지만 용모는 밝고 깨끗했으며 성격은 호탕하고 의협심이 강하며 과감한 인물 이였다. 흥선군의 아버지 남연군 이구(李球)에게는 아들이 네 명 있었는데 흥선군은 그 중 막내였다. 남연군이 죽었을 때 막내인 흥선군은 열여덟 살 이였다. 아버지의 장례를 지낸 흥선군 이하응은 당시 세상에 이름이 드높은 지관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다. 풍수 공부를 위해서였다. 지관이 흥선을 데리고 전국을 돌다가 지금의 충청남도 보령군에 있는 덕산의 대덕사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다. 지관은 대덕사의 탑을 가르치며 말했다. “아깝다! 저 탑을 보아라. 저 탑 자리가 세상에 둘도 없는 명당이다. 만일 저곳에 무덤을 쓰면 그 집안에 왕이 나올 자리인데 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 야심가인 흥선군은 지관의 말에 큰 관심을 가졌다. 


집에 돌아온 흥선은 자신의 전 재산을 처분하고 주위에서 돈까지 빌려 이 만 냥이라는 거액을 마련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대덕사로 내려가 주지를 매수했다. 흥선군의 제안에 혹한 주지는 흥선의 제안대로 절에 불을 질러 불태운 뒤 근처의 임야를 사서 더 큰 절을 지어 이사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비밀리에 아버지의 묘를 이장해오는 일이였다. 흥선군 형제들은 한 밤중에 남몰래 이장을 위해 상여를 받들고 대덕사로 내려왔다. 이때 한 형이 자신이 어제 밤 꾼 자신의 꿈 이야기를 했다. 꿈속에서 흰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나 잔뜩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나는 탑의 신이다. 너희가 왜 나의 거처를 빼앗으려 하느냐? 끝내 내 자리를 뺏는다면 너희 네 형제를 모두 죽이고 말 것이다. 당장 하려는 짓을 그만두고 포기하라!”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나머지 형들도 다 똑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 이였다. 형들은 이장문제로 큰 화가 미칠 수 있으니 그만 두자고 의견을 모으자 흥선군은 펄펄 뛰었다. 


“형님들의 꿈대로라면 이곳은 틀림없는 명당자리입니다. 사람의 명은 타고나는 것인데 어찌 탑신 따위가 어쩌겠습니까? 종실의 쇠퇴로 왕손인 우리가 김씨네 문중에 눌려 빌빌거리며 구차하게 눈치를 보며 사는데 이렇게 구차하게 살 것 같으면 우리 네 형제 한꺼번에 죽는 게 낫습니다.” 흥선의 기세에 눌린 형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흥선이 앞장서서 탑으로 다가가 탑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탑은 원래 있던 자리에 서있던 바위를 통째로 깎아 만든 하나의 돌덩이였기에 쉽게 깨지지가 않았다. 더구나 도끼로 내려치면 도끼가 하늘로 튀기까지 했다. 형들은 무서워 벌벌 떨었다. 흥선은 “탑 귀신아 감히 네가 지엄한 왕손들에게 장난을 치다니 무엄하다! 원래 이곳은 왕을 위해 준비된 자리니 네 까짓 것은 당장 물러가라!” 흥선의 준엄한 꾸짖음에 그 뒤로 도끼는 더 이상 튀지 않았다. 


그리하여 석탑을 다 부수고 무사히 이장을 마칠 수 있었다 한다. 무사히 이장을 마치고 대덕사의 주지를 대동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도중에 수원의 한 나루를 건너게 되었는데 그때 갑자기 배에 타고 있던 주지가 큰 소리를 지르며 “아이고!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발광을 하다가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자신의 자리를 팔아 넘긴 주지에 대한 탑신의 복수였다. 당시의 왕인 철종은 후사가 없었다. ‘강화도령’으로 널리 알려진 철종은 김씨 문종의 세도에 눌려 허수아비 왕으로서 주색에만 탐하고 있었는데 후사가 없었다. 후사가 없으니 당연히 왕족 중에서 후사가 결정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 이였다. 후사의 결정을 쥐고 있는 사람은 왕실의 최고어른인 조대비였다. 조대비는 자신의 친정인 풍양조씨가 안동김씨 세력에 밀려난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흥선군은 조대비를 통해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추진했다. 


일단 안동김씨에게 자신을 경계하지 않도록 왕손으로 어울리지 않는 개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며 경계를 풀게 했다. 세도가의 잔치 집을 전전하며 구박을 받으면서 까지 주책을 떨어 ‘상가집 개’라는 모욕적인 별명을 얻었고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투전판을 전전하고 색주가를 드나들고 술값을 내지 못해 매까지 맞는 등 인간이하의 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벌리고 다녀 ‘인간 말 종인 왕손’으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주도면밀한 흥선군의 몸 감추기였다. 당시 풍양조씨 인척가운데 조대비의 친정조카 조성하[1845-1881]가 있었다. 흥선군은 조대비에게 접근하기 위해 조성하 포섭에 나섰다. 으슥한 어느 날 밤 수표동 뒷골목 유흥관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조성하가 친구들과 작별을 하고 비틀거리며 가고 있었다. 술기운 때문에 조성하는 이런 푸념을 했다. “십년세도 없다는데 안동김씨 세도는 백년을 가려나!” 이때 건달패 여러 놈이 조성하의 앞을 가로 막았다. “보아하니 지체 높은 양반 같은데 목숨이 여럿도 아닐 테고 그런 말을 함부로 지껄이냐?” 생긴 것도 우락부락한 큰 덩치의 놈들이 조성하를 희롱하며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행패냐! 이런 불한당들 같으니 아이고! 아이고! 사람 살려!” 이때 짜잔 하고 정의의 사자가 등장한다. 


“이놈들! 그만 두지 못할까 어디서 굴러먹던 개 뼉다구 같은 놈들이 지체 높은 양반님에게 손을 대느냐!”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불량배들이 갑자기 공손해지며 재빨리 도망을 갔다. 정의의 사도는 흥선군 이였고 불량배들은 그의 잡놈친구들 이였다. 각본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흥선군과 막역한 사이가 된 조성하는 고모인 조대비에게 흥선을 소개했고 흥선군을 만나게 된 조대비는 세상에 개망나니로 알려진 흥선군이 의외로 학식과 덕망을 갖춘 올곧은 선비로서 왕손으로서의 자질이 훌륭함을 알게 되었고 그의 몸 감추기에 감동한다. 결국 철종이 후사 없이 급사했고 조대비는 흥선군과 입을 맞춘 대로 명한다. “중신들도 아시다시피 임금에게 후사가 없으니 장헌세자의 후손 가운데 가장 가까운 흥선군의 둘째아들 명복이를 추대하여 대통을 잇게 하라!” 안동김씨들은 흥선군에게 허를 찔렸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업지러진 물이였다. 이렇듯 흥선군은 발복을 하는 묘를 써 운(運)에도 기대를 했고 현실적인 노력(氣) 양면으로 하늘의 뜻을 물은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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