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
-幕香雲地 親人不仁(막향운지 친인불인)-
예전에 필자와 몇 번 상담을 한적이 있는 공여사님께서 필자를 찾았다. 40대 초반인 공여사님은 LA에서 남편과 함께 세탁소를 10여년 이상 꾸준히 운영하였고 부부가 무척이나 부지런하고 검소하여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잡았고 중학생인 아들과 고등학생인 딸 남매도 말썽없이 건강하게 잘자라 주어 지극히도 평범하고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분이다. 이분이 찾아와서 최근의 자신의 운세를 보고 싶으니 “정성껏 자세히 좀 살펴주세요.” 라고 하며 감정을 부탁하신다. 필자가 이분의 운을 주역상 쾌로 짚어보니 ‘귀매지진’의 쾌이다. ‘형야제야 경인지해’ 의 운이어서 ‘가까운 자가 음해한다.’는 쾌였고 좀 더 자세히 짚어보니 幕香雲地 親人不仁(막향운지 친인불인)의 운이여서 ‘가까운 자가 어질지 못하니 반드시 피해를 입으리라’는 운세였다.
필자 왈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운이요, 가까운 자에게 피해를 입는 운이니 악운이 겹쳐서 오는 형상입니다. 최근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있으셨습니까?” 라고 하니 이분 눈물을 글썽이며 “선생님 어쩌면 좋습니까? 우리 남편이 바람이 났어요! 더 기가 막힌 것은 저하고 제일 가까운 친구년하고 말입니다. 너무너무 충격이 커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라고 하더니 이제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군다.
이분은 한국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다가 먼저 미국에 건너와 살고있는 남편을 만나 20대 중반경에 결혼과 동시에 미국에 오게 된다. 처음에는 각자 직장생활을 하다다 조금 돈이 모이자 세탁소를 시작했다. 남편의 사촌형이 하던 가게 였는데 사정이 생겨 그만 두어야 하는데 가게의 수입이 괜찮아 남 주기는 아깝고 하여 그래도 피붙이라고 사촌동생에게 좋은 값에 넘겨 준 것이었다. 남편은 사람이 내성적이고 소심하긴 하나 매우 고지식하고 책임의식이 강하여 자기에게 맡겨진 일은 최선을 다하는 성격인데 이런점이 사업에 있어서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아주 세심하고 꼼꼼하게 세탁일을 해주고 어떤일이 있어도 손님과 약속은 꼭 지키니 신용이 쌓여서 가게는 점점 번성해 가고 안정되었다.
이렇듯 평온한 일상이 흐르던 어느 날 이집에 객식구가 들었다. 공여사님하고 고교동창이며 단짝친구인 박여인이 이집에 함께 살게 되었는데 사연은 이렇다. 박여인은 큰 사업을 하던 남편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감옥까지 가게 되자 자식들과 남편을 버리고 혼자 미국으로 무작정 건너온 것인데 완전 알거지가 되어 나타난 단짝 친구인 박여인을 모른채 할수없어 집에 임시로 머물게 한것이 큰 실수였다. 어릴때부터 놀기만 좋아하고 남자를 밝히던 박여인은 결혼하고 나서도 호스트바를 드나들며 인생을 즐기며 살던 정조관념이 없는 여자인데 자신의 성정대로 쫄딱망한 남편과 자식들을 버리고 혼자 편하자고 빚쟁이 등쌀을 피해 미국에 온 것이다.
처음에 상견례가 있을때부터 공여사는 조금 불안하였다. 남편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수줍어하는 남편과는 달리 “어머! 니 남편 참 잘생겼다. 여자들한테 인기가 대단하겠다. 너 남편 관리 잘해야겠다. 나도 저런 남자와 한번 살아 봤으면 좋겠다.” 라고 하며 농담겸해서 요염을 떨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 되버리고 만것이다. 처음 조금 불안은 했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고지식한 남편이 바람이 난다는 것은 공여사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일이였고 ‘아무리 바람끼가 많은 애라도 자신의 평생 단짝 친구인데 설마 무슨일이야 있겠는가?’ 하는 마음이였다.
헌데 어떻게 남편을 꼬셔 놓았는지 어느날 남편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심각하게 꺼낸 첫마디가 “여보 미안한데 우리 이혼하자!” 였다. 너무도 기가 막혀서 처음에는 멍했지만 정신을 차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천청벽력 같은 소리가 이어져 터져 나왔다. “당신친구 박여사와 나는 이제 뗄레야 뗄수없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 이혼하자.” 는 단호한 말이었다. 공여사 말에 의하면 “아니 세상에 그 백여우같은 년이 어떻게 꼬셔 놓았길래 남편이 완전히 눈이 뒤집힌것 같아요! 예전에 이년이 나에게 이야기 한적이 있는데 자기하고 한번 잠을 잔 남자는 자기를 죽을때까지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하더니 무슨 요분질을 쳐대서 우리 남편이 완전 얼이나간 반푼이가 되어 버렸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라고 하며 분노와 기막힘에 몸을 벌벌 떨었다. ‘물속에 빠진 사람 구해 놓았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는 격으로 곤경에 빠진 친구를 도와주려다가 완전히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 부부는 이혼하게 되었고 공여사 남편과 박여인은 같이 살게 된다. 어찌 되었던 새로 출발한 두 사람은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 마음씨 착한 공여사님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원통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운명이라는 것이 꼭 선한이를 승리하게 하는것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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