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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우라지게 박복한 팔자?

2020.09.25




            우라지게 박복한 팔자?  


 필자의 고객이신 송여사님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우라지게 박복한 팔자’를 지닌 분이다. 출발부터가 오지인 경상북도 청송군 석보면 외딴 시골마을에 형편없는 박토 몇 마지기가 전부인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산골 농부 8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에 자식 많다.’는 속설대로 제대로 먹지도 못해 삐쩍 마른 부모님들이 무슨 힘자랑할게 있다고 대고 대고 새끼들을 만들어내어 새로운 동생들이 태어날 때마다 송여사님은 울상을 지었다. 식구들 밥줄인 농사에 매달리는 부모님대신 동생들의 치다꺼리는 송여사님 독차지가 되었기에 그렇다. “뭔 힘이 넘친다고 대고 아를 만들어 내능교? 제발 그만 좀 하십시더!” 어머니에게 매번 항의를 해보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덕분에 학교 근처는 가보지도 못하고 동생들 치다꺼리에 넌저리를 내야했다. 


일곱 번째 동생이 태어나는 날 송여사님은 더 참지 못하고 버스가 다니는 면까지 몇 시간을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고향과는 영영 빠이빠이 했다. 부산의 영세 신발공장에서 일하다가 함께 일하던 총각과 눈이 맞아 살림을 차렸는데 딸 하나 낳고 일 년 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인지 사고를 낸 자동차 소유주가 정부기관에 근무 중인 높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이어서 합의금조로 꽤나 많은 액수를 쥘 수 있었다. 그나마 죽으면서 마누라와 딸년 앞길을 열어주고 갔으니 다행 이였다. 그 돈으로 부산항 인근 변두리에 차와 술을 곁 들여 파는 이른바 ‘Cafe’를 개업하여 호구지책으로 삼았다. 송여사님은 눈코입이 시원하게 생긴 이른바 서구형 미인상이여서 많은 남자들이 집적거렸지만 첫 남편을 너무 사랑했었기에 쉽게 다른 남자들에게 눈이 가지 않았다. 생각도 보수적 이여서 남편 사별한지 삼년도 안 되서(삼년상도 못되어) 남자를 생각한다는 것에 죄의식이 커서 더욱 그랬다. 


두 번째 인연은 딸내미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아이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다 눈이 맞았다. 학력이라고는 전무한 송여사님 입장에서 학교선생님이라는 무지 무지하게(?) 공부를 많이 한 남자와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그 남자도 첫 결혼에 실패하고 아들하나 키우고 있던 홀아비여서 ‘과부사정 홀아비가 안다.’는 말처럼 여러 가지 공감대가 많아 선생님의 적극적인 구애로 정식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 정식 결혼으로는 첫 번째 남자였다. 남편은 매우 자상하고 성실했기에 송여사님은 행복했다. 그런데 그 ‘우라지게 박복한 팔자’가 갑자기 성을 내고 이를 방해한다. 전처가 그들 앞에 나타나 남편에게 다시 재결합하고 새로 시작하자고 꼬득이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의 X부인도 재혼을 했는데 남자가 세상 둘도 없는 노름꾼이며 폭력적 이여서 참고 참다가 옛 남편이 진국 이였다는 것을 깨달고 크게 후회하고 마음을 바꾼 것인데 이때 이에 남편은 송여사님과 재혼을 한 상태였다. 


전부인은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을 이용하여 남편의 마음을 흔드는 전략을 구사했고 이게 어느 정도 먹혀 남편의 마음이 흔들리자 더욱 적극적으로 재결합을 추진했다. 남편의 마음이 흔들리는 기미가 보이자 송여사님은 더욱 초조해졌고 남편을 들볶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매일 같이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남편은 전부인과 재결합하기로 마음을 정해버렸다. 재혼이 남편의 변심으로 끝장나자 송여사님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한다. “그러면 그렇지 나 같은 년에게 무슨 행복한 가정은 개뿔!!” 이렇게 실망하고 일을 때 예전에 옆집에 살며 친자매같이 지냈던 언니가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번 통화를 하다 문득 ‘미국에 가서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언니의 소개로 LA변두리에 있는 리커스토아를 인수해 E2 비자로 미국에 오게 된다. 영어라고는 Yes! No! Thank you! 밖에는 모르지만 평소의 억척스러운 성격대로 이 가게를 그럭저럭 꾸려나가는데 성공한다. 


처음 필자와 송여사님이 만난 것은 이 가게 처분문제로 상의하면서부터였다. 가게를 팔고 LA다운타운 인근의 제법 규모가 큰 한식당을 인수하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필자와 연이 닿은 것이다. 당시 필자가 송여사님 사주팔자를 뽑아놓고 쾌를 짚으니 ‘대장지귀매’의 쾌가 나왔다. ‘갈룡득수 구제창생’ 즉 목마른 용이 물을 얻는 격 이여서 문서 운이 대길(大吉)한 시점이 이였다. 필자의 권유대로 송여사님은 리커를 팔고 식당을 인수했고 장사는 불붙은 듯이 번성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사랑의 꽃이 피니 이 식당을 소개한 부동산업자가 적극적으로 송여사님에게 구애를 해 온 것이다. 훤칠한 인물에 언변이 좋고 매너 또한 좋아 아주 매력적인 남성분 이였다. 둘은 서로에게 큰 호감을 느꼈고 깊은 사이로까지 진전했다. 이 남자분과 자신과의 궁합을 보기위해 필자에게 이 남자분의 생년월일을 내밀었을 때 필자는 궁합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이 남자분이 진실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필자 왈 “아무리 보아도 이 사람은 진실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여 집니다. 바람기도 많을 것 같구요!”라고 했는바 이에 송여사님은 “법사님이 잘못 본 것 아닙니꺼? 아닌데예! 무지 진실한 사람인데예? 생일이 잘못된 거 아닌가 모르겠네?”라고하며 필자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다. 


하기사 이제 막 눈에 콩깍지가 쓰여 있을 때니 그럴 만도 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는 필자가 곱게 보였을 리 만무했다. 그 후 한동안 필자를 찾지 않았고 필자도 바쁜 업무 속 이일을 잊었다. 근 2년 정도가 지난 뒤 송여사님이 필자를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와서 하는 사연을 들으니 둘은 한인타운 고급콘도에 살림을 차렸고 자신의 딸에게도 새 아빠로서 매우 자상하게 신경을 써주었기에 꿈같이 달콤한 신혼(?)생활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게로 한 여자 분이 찾아왔다. 자신이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사람의 부인인데 사업상 핑계를 대고 남편이 집에는 한 달에 겨우 두세 번밖에 들리지 않아 수상스런 생각이 들어 뒷조사를 해보니 이런 상황이라고 하며 남편을 돌려 줄 것을(?) 점잖게 통보하더란다. 집에는 자식이 넷이나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만 것이다. 그동안 사업상 필요하다는 핑계로 가져간 수십만 불도 본처에게 빼돌린 사실도 밝혀졌다 한다. “법사님 어떻게 이렇게 우라지게 박복한 팔자도 있는교?” 송여사님의 한탄에 마땅히 해 줄 말이 마땅치 않았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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