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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가서는 안되는 길

2020.09.26

 


           가서는 안되는 길 


 대형의류도매업체를 운영하시는 오회장님은 의류업계의 큰손이시다. 40여 년간 의류 업에 종사하시며 미국 대도시 여러 곳에 꽤나 규모가 큰 매장을 여럿 개척하셨다. 거래처도 OO하면 알 수 있는 유명 메이커들이다. 사업을 통해 큰 부를 축척하셨고 LA에서도 알아주는 재력가이시기도 하다. 사업상 중요한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필자를 찾아 의논하셨고 그 인연이 십여 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오회장님이 필자를 찾았다. 수년간 이어져온 불경기로 인해 생애처음으로 큰 위기를 겪어오셨는데 워낙 재력이 튼튼하여 그런대로 버티어 오시는 중이셨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불경기 불경기해도 이런 불경기는 처음입니다. 우선 불법자금수사니 뭐니 해서 시끄러운 뒤에 남미 쪽 해외바이어들이 아주 싹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여기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20년 동안 무탈하게 거래하던 대형거래처가 연달아 두 곳이나 파산신청을 해버렸습니다. 여기서 받은 타격이 무척이나 큽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사업상 큰 딜이 들어왔습니다. 이 거래를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에 갑자기 법사님 생각이 나서 오게 됐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한 번 더 실수하면 이제는 그야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여서 법사님 조언이 꼭 필요합니다!” 라고 하신다. 신중을 기해 오회장님의 운을 주역상 쾌로 짚어보니 건(蹇) 쾌(卦)가 짚힌다. 건쾌는 전진을 지양하고 머물러있기를 추구한 쾌이다. 따라서 평지를 택하여 가면 이롭고 산악으로 가면 불리하다는 쾌이다. 


이 험난함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지도자의 영도를 받는 것이 좋다. 바른 자세를 지키면 吉하리라는 것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건은 험로를 말한다. 험로가 앞에 있기 때문이다. 험로를 보고 발걸음을 멈출 줄 아는 자가 현명한 자이다. 건쾌에서 ‘평지를 택하면 이롭다’함은 중도(中道)를 얻는 것을 말함이여, 산악으로 가면 불리하다 한 것은 그 길이 막혀있음을 말한다. ‘위대한 지도자의 영도를 받으면 좋다’ 한 것은 수행하여 공을 얻을 수 있음이요, 바른 자리를 얻기에 ‘바른 자세를 지키면 길(吉)하리라’ 고 한 것은 그 덕을 발휘하여 나라를 바르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이 건쾌는 산의 위에 물이 있는 상태 이것이 건쾌의 쾌상이다. 모름지기 군자는 이 쾌상을 거울삼아, 위난에 직면하면 멈춰 서서 자신을 반성하고 덕을 닦는 것이다. 


이 쾌는 물을 상징하는 감쾌(坎卦)와 산을 상징하는 간쾌(艮卦)로 구성되 수산건쾌(水山蹇卦)라고도 한다. 외쾌인 감은 험난함을 뜻하고 내쾌 간은 정지를 뜻한다. 이와 같은 구성은 결국 앞으로 전진하고 싶어도 험난함이 가로막아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해야 하는 쾌상이다. 주역 64쾌 중 건쾌는 4대 난쾌의 하나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험난함이란 흔히 있을 수 있는 험난함이 아니요, 험난 중에도 으뜸의 험난함이라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쾌의 의미를 오회장님에게 상세히 설명해 드리고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말처럼 그동안 계속되어온 어려움을 일시에 회복하려다가 오히려 된 통 당하고 마는 운세입니다. 절대로 새로운 거래처나 일에는 손을 대지 마십시오, 까딱 잘못하다가는 어려움을 겪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쫄딱 망해서 알거지 되는 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조건으로 오회장님이 혹하는 여러 가지를 제시할 겁니다. 이것이 모두 함정입니다.” 라는 말로 일 벌리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다. 


하지만 오회장님의 표정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셨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오회장님이 생각 하시기에는 속된말로 ‘한방에’ 전세를 뒤 엎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흥분하던 중에도 일말의 두려움 때문에 고민 고민하고 있었는데 구도원이 딱 짤라 망할 행동하지 말라고 하니 여러 가지로 착찹한 심정이셨을게다. 그렇게 애매모호하고도 복잡한 표정으로 상담실을 나가셨다. 필자도 워낙 상담에 바쁜 몸이라 관심을 두지 못한 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인가 오 회장님이 예약을 하신 뒤 필자를 다시 찾았다. 오셔서 아무 말 없이 선뜩 필자의 두 손을 잡는다. 그러면서 “아이고 법사님 때문에 살았습니다! 예전에 법사님과 상담하고 나서 그 업체와 의향서를 체결한 뒤 아무래도 법사님 말씀이 맘에 걸려 본 계약은 하지 않은 채 이리저리 그 업체에 대해 조사를 하며 시간을 끌자 그쪽에서 자꾸 시간 끌지 말고 본 계약을 하자며 서두르는 거예요. 


자꾸 시간 끌면 다른 업체하고 계약하고 이번일은 없던 일로 하겠다며 압박을 주어 심적 갈등이 심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제게 압박을 주면서도 계약하자는 다른 쪽과 계약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게 오히려 더 의심이 들었죠! 내가 뭐가 이쁘다고 시간을 질질 끄는데 계약하자고 줄서서 기다리며 독촉하는 다른 업자들 제쳐놓고 저만 기다려 주겠어요? 그래서 바짝 의심이 더 들어 깊이 조사해 보았더니 이 업체가 은밀히 파산신청을 준비중이였지 뭡니까? 결국 그 업체는 파산하고 말았죠! 그때 그 회사하고 거래를 시작했다면 저는 결국 완전 망하고 말았을 겁니다. 법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진짜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하시며 평소에 점잖던 분이 다소 경망스럽게 손을 잡고 흔드신다. 매우 놀라셨던 모양이다. 


지금 이글을 쓰기 직전에 찾아온 자바시장에서 사업하시는 김여인은 “지금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입니다!” 라는 필자의 권유와는 다르게 “아무래도 사업을 정리해야겠어요. 그나마 남은 재산 다 까먹으면 어떡해요!” 라고 하며 근심이 태산이다. 필자가 어떤 충고를 하던 결과적으로 최종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어떤 결정을 하든 결국 그것은 자신의 책임일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할 수 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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