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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김진사댁 무남독녀 외동딸과 결혼한 노비.

2021.01.04




김진사댁 무남독녀 외동딸과 결혼한 노비.


 1870년대 고종 때 함경도 경원 땅에 대기근이 들었다. 대지는 메말라 모래 바람이 불었고 모든 작물은 까맣게 타 죽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시절이 닥치면 죽어나가는 것은 바닥 인생들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소작농과 천민들이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이어 흙비가 내렸다. 짙은 황사비 였는데 덕분에 그나마 남아 있던 작물도 모조리 못쓰게 되었다. 굶주림에 죽어나가는 사람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나타나는 판에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번에는 호열자(虎列刺) 즉 지금의 콜레라가 창궐하여 업친데 덥친격으로 그 참상을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다. 이 과정에서 본 이야기가 전개된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동남쪽 대연지봉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토문강과 합해져서 동쪽으로 천리를 흐르면 두만강이 형성된다. 함경도 경원은 두만강이 흐르다가 갑자기 남쪽으로 꺾이는 끝자락에 있다. 강 하나를 사이로 러시아와 조선 땅이 마주 보는 지역이였다. 이곳에 그 지역 세도가인 김진사가 살고 있었다. 경원에 있는 전답이 대부분 김진사댁 소작농이거나 노비들이였으며 그 외에 사냥꾼이나 백정 등 천민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 김진사댁 외거 노비로 최 돌쇠라는 이가 있었다. 최 돌쇠 애비는 물론 할애비도 쭉 김진사댁 노비였고 최 돌쇠 와 김진사댁 주방 찬모인 막례 사이에 태어난 최 개똥이도 역시 김진사댁 소유인 노비였다. 대대로 내려오는 세습노비였던 것이다. 


최 돌쇠가 막례와 함께 2살 된 개똥이를 논가에 앉힌 뒤 농사일을 하고 있을 때 길을 지나던 스님이 물이 있으면 좀 달라고 물을 청하였다. 참으로 지고 나온 함지박 속에 물병이 있어 물을 건네자 이 스님 달게 물을 받아 마신 뒤 물끄러미 혼자 놀고 있는 개똥이를 들여다보더니 “이 아이 관상을 보니 참으로 크게 될 놈이군요! 대갓집 무남독녀 외동딸을 처로 얻을 것이요 조선 팔도의 큰 부자가 되겠습니다” 라고 하며 잘 키우라고 신신 당부 하는 것이 아닌가! 부부는 미친 중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짐승과 다름없는 노비신세에 무슨 대갓집 외동딸과 결혼을 하며 조선 팔도의 큰 부자라니 기가 차지도 않았다. 헌데 말도 안 되는 이 예언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전개 때문에 실현된다. 


십여 년 뒤 앞서 기술한 호열자의 광풍이 김진사댁이라고 그냥 지나지 않고 김 진사의 무남독녀 외동딸 소진 아씨에게 덮쳤다. 이런 저런 명약도, 명의도 소용없이 몇 날 며칠을 물 한 모금 못 넘기고 죽어가는 딸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김진사 내외는 인근에 유명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렸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몸부림이였다. 굿판을 끝낸 뒤 무당이 하는 말이 “아무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하늘의 뜻 인것 같습니다” 라고 하니 김 진사 부부 눈앞이 깜깜 했다. 헌데 이때 마침 김진사댁 앞을 지나던 예의 그 스님이 주인을 만나기를 청하였다. 소진 아씨의 사주팔자를 유심히 살펴보던 스님은 당장 누군가와 결혼식을 올려 액땜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건지기 어려우며 결혼해서 살아난다 해도 그 결혼은 반드시 실패 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고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액땜용 신랑을 구해 비밀리에 결혼식을 하고 난 뒤 이혼하고 다시 정식으로 시집 보내야겠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선택 된 아이가 개똥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쉿 쉿 하며 혼인식을 치뤘고 첫날밤을 보냈다. 다 죽어가는 신부이니 별 일이야 있었겠느냐 마는 어찌 되었든 첫날밤을 함께 보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다음날부터 차도가 있어 소진 아씨의 병이 나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소진 아씨가 이부종사 할 수 없다며 개똥이를 신랑으로 인정하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었다. 김진사는 당연히 노발대발 하였고 개똥이를 죽여 없애려 하자 소진 아씨는 개똥이와 함께 강 건너 러시아 땅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몇 년이 지나 김진사가 화병으로 죽고 난 뒤 어머니가 고향 재산을 정리하여 하나 뿐인 외동딸을 찾았고 이미 아들 딸 주렁주렁 낳고 살고 있는 부부를 떼어 놓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개똥이를 사위로 인정 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선의 국법상 양반과 노비의 결합을 용서 받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러시아 땅에 눌러 앉아 조선을 상대로 하는 무역업을 벌려서 당시 국내 부자들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부자가 되었고 세월이 지나 신분 제도가 희미해지자 고향 땅에 내려와 어려운 이들을 도와 농지도 나눠주고 학교도 세워 교육에도 힘쓰는 등 큰 선업을 베풀게 되었다. 이래서 정해져 있는 운명은 어떤 형태로든 꼭 실현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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